"개울 옆 3.2km 흙길인데 숲이 물에 그대로 비쳐요"... 관람료 없이 걷는 애기단풍 계곡 숲길


가을 속으로.. / 한국관광공사-김동선

가을 속으로.. / 한국관광공사-김동선

전북 고창 선운사 앞을 지나는 개울이 도솔천이다. 물길을 따라 도솔암까지 약 3.2km 흙길이 나 있는데, 길과 물의 높이가 거의 같아 걷는 동안 계곡물이 계속 옆에 붙어 있다. 양옆으로는 수백 년 자란 참나무와 잎이 작은 애기단풍이 가지를 맞대 머리 위를 덮는다.

이 길에서 가장 많이 걸음을 멈추는 곳은 물가다. 도솔천은 물살이 느리고 수면이 잔잔해 맞은편 숲이 통째로 물에 비친다. 바람이 자는 이른 아침에는 나무와 하늘이 위아래로 겹쳐 보이고, 낙엽이 쌓인 바닥의 색이 물빛까지 바꿔 놓는다. 포장을 하지 않은 흙길이라 발밑 감촉도 도심 산책로와 다르다.

도솔천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윤진호

도솔천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윤진호

길은 선운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계곡을 옆에 두고 곧장 위로 이어진다. 아래쪽에서는 개울 폭이 넓어 물가에 가까이 내려설 자리가 군데군데 있고, 올라갈수록 골이 좁아지며 바위 사이로 물이 흐른다. 같은 길을 되짚어 내려오면 물을 반대편에서 보게 돼 숲의 색이 또 달라 보인다.

붉은 꽃무릇과 잔 단풍이 차례로

고창 선운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고창 선운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9월 중순부터 10월 초 사이 도솔천 주변은 꽃무릇이 차지한다. 잎 없이 가느다란 꽃대만 올라와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 초록 숲 바닥에 붉은 색만 따로 깔린 듯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군락이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져 걷는 내내 같은 색이 발밑에서 따라온다.

11월 초에는 같은 자리에 단풍이 든다. 선운사 일대의 단풍나무는 잎이 손바닥보다 작은 애기단풍이 많아 색이 잘게 흩어져 보인다. 계곡 위로 가지가 늘어진 구간에서는 붉은 잎과 물에 비친 잎이 함께 보인다. 꽃무릇과 단풍은 시기가 다르니 언제 갈지 정할 때 참고하면 된다.

바위굴과 600년 소나무를 지나 도솔암까지

고창 선운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고창 선운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선운사에서 2km쯤 올라가면 길가에 진흥굴이 나온다. 신라 진흥왕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바위굴로, 안쪽이 들여다보일 만큼 입구가 열려 있다. 굴 바로 앞에는 장사송이 서 있다. 나이가 약 600살로 추정되는 소나무로, 밑동에서 갈라진 가지가 넓게 퍼져 한 그루가 작은 숲처럼 보인다.

길 끝은 도솔암이다. 기암절벽과 계곡 사이에 전각이 들어앉아 있고, 옆 바위면에는 고려시대에 새긴 마애불이 있다. 높이 15.6m, 폭 8.48m로 사람 키의 여러 배에 이르러 아래에서 올려다봐야 얼굴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벽 위 내원궁까지는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상도솔암으로도 불리는 이 전각은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어, 계단을 다 오르면 방금 걸어온 계곡이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숲 속에서 물길만 보며 걷다가 한 번에 시야가 트이는 자리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고창 선운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고창 선운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왕복이면 두 시간 안팎이고, 길이 평탄해 유아차나 나이 든 동행과도 무리가 적다. 다만 도솔암에서 내원궁으로 오르는 구간과 선운산 능선 등산로는 계단과 경사가 이어지므로 체력에 맞춰 돌아설 지점을 정하는 편이 낫다.

선운사는 별도의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개방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연중 문을 연다. 계곡 물에 비친 숲을 보려면 바람이 약한 아침 시간이 유리하다.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10분 남짓이면 주차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고창종합버스터미널에서 선운사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꽃무릇과 단풍 시기 주말에는 주차장이 일찍 차므로 오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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