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
유적지에 가면 대개 남은 것 하나를 보고 돌아 나온다. 미륵사지는 그 점이 다른 곳이라, 넓은 잔디밭 양쪽 끝에 석탑이 하나씩 서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마주 선 두 탑은 생김새도 돌 색도 서로 다르다. 왼쪽은 무너지고 남은 부분을 그대로 살려 수리한 탑이고, 오른쪽은 없어진 자리에 새 돌로 아홉 층을 다시 쌓아 올린 탑이다. 들어가는 데는 따로 돈이 들지 않는데, 유적도 주차장도 요금을 받지 않고 옆에 붙은 국립익산박물관까지 무료다.
석탑이 2개인 여행지
익산 미륵사지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
우선 서쪽에 서 있는 탑 앞으로 다가가 본다. 돌 색이 부분마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는데, 원래 있던 돌은 검고 거칠고 새로 끼운 돌은 밝아서 어디까지가 남아 있던 것인지 그대로 읽힌다.
이 탑은 2001년에 해체를 시작해 2019년 4월에야 다시 열렸다. 20년 가까이 걸린 작업이었고, 무너지기 전 남아 있던 만큼인 6층까지만 올리고 멈춘 것이 지금 모습이다. 원래는 아홉 층으로 추정되지만 없는 것을 지어내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동쪽에 선 탑은 정반대 방식으로 세워졌다. 1990년대에 아홉 층 높이 27m가 넘게 새 화강암으로 통째로 복원한 탑이라 돌 색이 고르고 모서리가 날카롭다. 두 탑을 한 화면에 놓고 보면 복원이라는 말이 얼마나 다른 뜻으로 쓰이는지가 눈으로 들어온다.
두 탑 사이 빈 자리도 그냥 잔디밭이 아니다. 가운데에 목탑이 서 있던 터가 남아 있어, 탑 셋과 금당 셋이 나란히 놓였던 배치가 발밑에 그려져 있다.
놓치면 아쉬운 박물관
익산 미륵사지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
박물관은 유적 남쪽에 몸을 낮추고 앉아 있다. 석탑을 가리지 않으려고 지붕만 내놓고 아래로 파 내려간 건물이다.
밖에서 보면 건물이 있는지 잘 드러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면 익산백제실과 미륵사지실이 차례로 이어진다.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입장은 5시 30분에 끊기며, 월요일에는 문을 닫으니 요일을 맞춰 가야 한다.
익산 미륵사지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
여기서 꼭 보고 나와야 할 것이 사리장엄구다. 서쪽 탑을 해체하다 1층 심주석 안에서 나온 유물로, 금으로 만든 항아리와 봉영기가 함께 전시돼 있다.
그 봉영기에 적힌 글이 알려진 이야기를 바꿔 놓았는데, 639년에 사리를 모셨다는 연도와 시주한 왕후가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라는 대목이 나오면서 서동과 선화공주 설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
더위에 유의하기
익산 미륵사지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
이 유적은 사방이 트여 있는 너른 잔디밭이다. 나무 그늘을 찾기가 어려워 정오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걷기가 만만치 않고, 8월에는 그 시간대를 통째로 비워 두는 편이 낫다.
앉아서 쉴 자리는 동쪽 연못 터 쪽에 마련돼 있다. 연못가에 버드나무가 늘어져 넓은 그늘을 드리우므로, 한 바퀴 돌다가 여기 앉아 쉬고 다시 나가는 순서로 잡으면 수월하다.
하루 가운데 가장 좋은 시간은 해 질 무렵이다. 서쪽으로 해가 넘어가며 석탑에 붉은빛이 걸리는 때가 이곳의 얼굴이고, 더위도 그때쯤 한풀 꺾인다.
익산역에서는 41번 버스가 미륵사지까지 들어온다. 배차가 30분에서 1시간에 한 대꼴이라 시간표를 먼저 보고 나서야 하고, 차를 가져왔다면 왕궁리유적을 함께 묶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