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당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성곽을 보러 가면 대개 성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 나오게 된다. 성벽은 눈으로만 훑고 지나가는 배경이 되기 쉬운데, 상당산성은 그 성벽 위가 그대로 길이다.
청주 시내에서 멀지 않은 산줄기를 따라 성벽이 4km 남짓 이어진다. 능선을 타고 도는 구조라 한 바퀴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쯤 걸리고, 걷는 동안 보이는 쪽이 계속 바뀌며 계절마다 들녘 색도 달라진다.
더 특이한 것은 성벽에 둘러싸인 성 안쪽 풍경이다. 성 안에 저수지와 마을이 통째로 들어앉아 있어서, 성벽을 다 돌고 안쪽으로 내려오면 밥을 먹고 나오는 순서가 된다.
공남문에서 미호문까지 성벽 위
청주 상당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걷기 시작하는 자리는 정문인 공남문 쪽이 편하다. 문 앞에 서면 성벽이 안쪽으로 한 겹 더 둘러쳐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문을 열고 들어온 적을 가두려고 만든 내옹성이다.
공남문에서 서쪽으로 오르면 성벽이 능선을 따라 굽이친다. 직선으로 뻗지 않고 땅 모양을 따라 휘어 있어, 앞서 걷는 사람이 성벽 곡선을 따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다.
청주 상당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서문인 미호문 근처가 이 산성에서 전망이 가장 트인다. 청주 시가지와 그 앞 들녘이 한꺼번에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도시를 둘러싼 산줄기가 병풍처럼 겹쳐 선다.
성벽은 그 자체로도 가까이서 들여다볼 만한 대상이다. 화강암을 네모지게 다듬어 쌓은 돌성인데, 원래 흙으로 쌓았던 것을 조선 숙종 때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세운 것이다.
성곽길과 숲길 두 갈래
청주 상당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이 산성에는 한 바퀴 도는 길이 두 갈래로 나 있다. 성벽 위를 그대로 걷는 성곽길과 성벽 아래 숲으로 도는 숲길이 있어, 걷다 보면 두 길이 만났다 갈라지기를 반복한다.
성곽길은 시야가 트인 대신 나무 그늘을 기대하기 어렵다. 돌 위를 걷는 구간이라 발밑이 고르지 않고, 여름 한낮과 이른 오후에는 볕을 그대로 받아 체감 온도가 크게 올라간다.
청주 상당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숲길은 성곽길과 거의 정반대 성격을 가진 길이다. 나무가 덮여 시원하고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 아이와 함께 걷기에 부담이 적은 대신, 전망이 나오는 구간이 짧다.
그래서 이 두 길을 번갈아 섞어 걷는 사람이 많다. 볕이 센 구간에서는 숲길로 내려가고 전망이 트이는 구간에서 성벽 위로 올라오면, 그늘과 시야를 둘 다 챙길 수 있다.
성 안 저수지와 마을 식당가
청주 상당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청주 상당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서문에서 성 안쪽으로 내려가면 저수지가 나온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분지 한가운데에 물이 고여 있어, 산 위 성 안에 이런 자리가 있으리라고 짐작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저수지를 끼고 성안마을과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두부와 도토리묵을 내는 토속 음식점이 줄지어 있어, 성벽을 한 바퀴 돌고 내려와 먹는 순서로 잡으면 동선이 맞아떨어진다.
성벽길은 입장료도 주차비도 따로 받지 않는 무료 코스다. 주차장이 공남문 바로 앞이라 걷기 시작하는 지점까지 가깝고, 해 질 무렵 서쪽 성벽에 서면 시가지 너머로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