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농다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충북 진천의 농다리는 세금천 위에 놓인 오래된 돌다리다. 길이 약 93m에 여러 칸의 교각이 이어진 모습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로 꼽힌다.
가장 놀라운 점은 그 역사다.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니 천 년 가까운 세월을 강물 위에서 버텨 온 셈이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도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진천 농다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다리는 시멘트나 접착제 없이 자연석만 쌓아 만들었다.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맞물려 쌓은 구조 덕분에, 큰 홍수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오랜 세월을 견뎌 왔다.
6월 중순은 다리 일대 강변의 신록이 가장 푸르러지는 시기다. 짙어진 초록 사이로 검붉은 돌다리가 강을 가로지르는 풍경은 이 무렵 농다리를 찾는 큰 이유가 된다.
천년을 견딘 농다리의 구조
진천 농다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농다리는 원래 28칸으로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하늘의 별자리인 28수에 맞춰 칸을 놓았다는 이야기가 함께 내려온다.
세월이 흐르며 양쪽 칸이 줄어 지금은 그보다 적은 칸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천 년 가까이 형태를 유지해 온 점에서,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다리로 평가받는다.
붉은빛이 도는 돌을 음양의 이치에 맞춰 쌓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단순히 강을 건너는 다리를 넘어, 옛사람들의 세계관까지 담아 만든 구조물인 셈이다.
돌 사이로 강물이 흐르도록 틈을 둔 구조는 물살의 힘을 분산시킨다. 거센 물이 다리를 밀어내는 대신 사이로 빠져나가게 한 것이다.
직접 다리를 건너며 그 단단한 짜임을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울퉁불퉁한 돌을 밟고 강을 건너다 보면, 천 년 전 이 길을 오갔을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초평호 둘레길과 출렁다리
진천 농다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농다리만 보고 돌아가기는 아쉽다. 다리를 건너 산길을 넘으면 초평호의 잔잔한 호반 풍경이 펼쳐진다.
초평호 일대에는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와 산자락을 잇는 다리가 있어, 농다리와 묶어 둘러보기 좋다. 호수 한복판을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수면 위를 걷는 듯한 색다른 기분을 준다.
농다리 주차장을 기점으로 호수와 숲을 도는 순환 코스를 걸으면 강변과 호반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천년 돌다리의 옛 정취와 출렁다리의 색다른 재미를 함께 맛보는 코스다.
진천 농다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코스는 길이에 따라 짧게는 가볍게, 길게는 두 시간 안팎으로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출렁다리는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고 기상특보 때는 통제되니, 방문 전에 운영 정보를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강변과 호수, 오래된 돌다리가 어우러진 이 길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특히 걷기 좋은 산책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