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전북 임실의 산골짜기에는 붕어 한 마리가 떠 있다. 섬진강 물줄기를 막아 만든 호수 옥정호 한가운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이 붕어를 닮은 섬이 있다. 이름도 그대로 붕어섬. 길이 420m의 출렁다리가 호수 위를 가로질러 이 섬과 뭍을 잇는데, 다리를 받치는 주탑마저 붕어 모양으로 세워져 있다.
붕어섬의 본래 이름은 '외앗날'이다. 1965년 무렵 섬진강댐이 완공되면서 골짜기에 물이 차올랐고, 산자락 하나가 미처 잠기지 않은 채 섬으로 남았다.
오랫동안 배 없이는 닿을 수 없던 이 땅을 임실군이 사들여 사계절 꽃이 피는 생태공원으로 가꾸고, 출렁다리를 놓아 걸어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다리부터 시작되는 여행
옥정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옥정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붕어섬 여행은 출렁다리에서 시작된다. 매표소가 있는 요산공원 쪽에서 다리에 오르면, 폭 1.5m의 좁은 길이 호수 위로 길게 뻗어 있다.
바람이 불면 다리가 살짝 일렁여,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부터 여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리 한가운데서 걸음을 멈추면 사방이 호수다. 발아래로 물결이 일렁이고, 멀리 호반을 두른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진다. 무서울 만큼 흔들리지는 않아,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여행객들도 어렵지 않게 건넌다.
초여름엔 수국이 물드는 섬
옥정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다리를 건너 섬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섬 전체가 정원처럼 가꿔져, 산책로를 따라 계절마다 다른 꽃이 핀다.
봄에는 작약이 너른 꽃밭을 이루고, 6월로 접어들면 수국이 섬 곳곳을 물들인다. 꽃길 사이로 호수가 배경처럼 깔려, 어디에 서도 그림이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섬 안을 도는 데는 한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오르막이 급하지 않고 길이 잘 정돈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꽃과 호수를 번갈아 눈에 담기 좋다.
물안개와 붕어 전경, 두 가지 백미
옥정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옥정호의 진짜 얼굴을 보려면 시간을 골라야 한다. 일교차가 큰 날 이른 아침이면 호수 위로 물안개가 피어올라, 섬과 산이 안개 위에 떠 있는 듯한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전국의 사진 찍는 여행객들이 새벽부터 옥정호를 찾는 이유다.
섬이 정말 붕어를 닮았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호수 건너 국사봉에 오르면 된다. 전망 지점까지 왕복 30분 안팎이면 다녀올 수 있는데, 발아래로 붕어 모양 섬의 윤곽과 옥정호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호반을 따라 도는 옥정호 순환도로는 드라이브 길로도 이름나 있어, 차로 한 바퀴 돌며 풍경을 즐기는 여행객도 많다.
붕어섬은 입장료가 있고 출렁다리 통행은 입장에 포함된다. 월요일은 쉬는 날이며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섬 안에 그늘이 많지 않아 한낮에는 모자와 물이 요긴하고, 국사봉까지 오를 계획이라면 편한 신발이 필수다.
옥정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다리 건너기 전 머무는 요산공원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호숫가를 따라 꽃밭과 산책로, 카페가 정돈되어 있어 다리에 오르기 전후로 쉬어 가기 좋다. 출렁다리와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에도 이쪽 풍경이 한몫한다.
호수 위를 걸어 꽃섬에 들고, 새벽 물안개와 산 위의 전망까지. 임실 옥정호는 반나절 걸음에 여러 풍경을 안겨 주는 곳이다. 초여름 수국이 피는 지금이 바로 그 적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