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민경원 기자] 천년 신라의 수도 경주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역사 여행지다. 왕릉과 고대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경주의 매력이 역사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동해안으로 방향을 돌리면 용암과 시간이 빚어낸 주상절리가 펼쳐지고, 보문관광단지에서는 높은 전망대에 올라 경주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바다와 왕릉, 전망 명소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경주 여행의 묘미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자연과 역사를 함께 즐기기 좋은 경주 가볼 만한 곳들을 따라가 본다.
82m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경주…경주타워
천군동 경주엑스포대공원에 들어서면 독특한 실루엣의 경주타워가 시선을 끈다. 신라시대 황룡사 9층 목탑을 모티브로 만든 높이 82m의 랜드마크다.
경주타워의 실루엣이 반영된 아평지와 둘레길 모습 /사진-경주엑스포대공원 |
82m 전망층에 오르면 보문단지와 경주엑스포대공원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전망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20분마다 신라 왕경을 복원한 영상이 상영돼 천년 전 신라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 유리 스카이워크도 색다른 체험거리다. 65m 층에는 신라 왕경 모형도와 카페선덕, 기념품숍 등이 마련돼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타워를 둘러본 뒤에는 솔거미술관과 시간의 정원, 화랑광장까지 천천히 걸어보자. 실내외 공간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한낮의 더위를 피해 여유롭게 경주 여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용암이 만든 ‘돌부채’…경주 양남 주상절리
천년 고도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경주를 만나고 싶다면 동해안 양남면 읍천리로 향해보자.
경주 양남주상절리 /사진-경북도 |
경주양남주상절리전망대에서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해안 주상절리군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2017년 문을 연 전망대에 오르면 수직으로 솟아오른 주상절리부터 기울어진 형태와 누워 있는 형태까지 다양한 지질 경관이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부채꼴 주상절리다. 마치 거대한 돌부채를 펼쳐놓은 듯 암석이 방사형으로 퍼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형태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전망대 내부에서는 주상절리가 만들어진 과정과 주변 지질자원에 관한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지질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면 독특한 바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재미도 더해진다.
전망대를 본 뒤에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파도가 부딪치는 동해를 곁에 두고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 경주의 색다른 자연을 만나는 코스로 제격이다.
김춘추의 시간을 걷다…태종무열왕릉
바다의 역동적인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도심으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서악동에는 신라 제29대 왕인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능이 자리한다.
무열왕릉/사진=경주시 |
넓은 녹지 위에 자리한 왕릉은 화려한 장식 없이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능 앞에서는 태종무열왕릉비도 만날 수 있어 신라 왕릉의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주변 풍경은 한적하고 차분하다. 천천히 걸으며 왕릉을 바라보고 있으면 번잡한 관광지와는 다른 경주의 매력이 다가온다. 천년이라는 시간을 품은 능과 녹음이 어우러진 풍경 자체가 이곳의 볼거리다.
논밭 한가운데 만나는 신라 왕릉…진평왕릉
보문동 평야로 향하면 신라 제26대 진평왕의 능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봉분과 주변의 탁 트인 풍경이 어우러져 도심의 유적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진평왕은 재위 기간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수·당과 외교 관계를 맺으며 고구려와 백제의 압박에 대응했던 신라의 왕이다.
왕릉은 높이 7.9m, 지름 36.4m 규모의 둥근 봉토무덤이다. 당초 무덤 아래쪽을 둘렀던 둘레돌은 현재 일부만 남아 옛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진평왕릉 여행의 매력은 왕릉뿐 아니라 주변 풍경에도 있다. 탁 트인 들판과 나무, 거대한 봉분이 한 장면에 들어와 경주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며 산책하기 좋다.
신라 왕릉의 조형미 만난다…괘릉
외동읍 괘릉리에는 신라 원성왕의 능으로 알려진 괘릉이 있다.
한적하고 정돈된 공간을 따라 들어가면 신라 왕릉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짙어진다. 번잡한 도심 관광지를 벗어나 천천히 역사의 흔적을 살펴보고 싶은 여행객에게 잘 어울리는 곳이다.
특히 괘릉은 왕릉과 주변 석조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푸른 녹음 속 왕릉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신라 천년의 시간이 지금의 경주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경주 대릉원 /사진-경북문화관광공사 |
경주는 불국사나 첨성대, 대릉원만 보고 돌아서기에는 보여줄 것이 많은 도시다. 동해의 파도가 빚어낸 듯 펼쳐지는 양남 주상절리에서 시작해 태종무열왕릉과 진평왕릉, 괘릉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자연과 역사를 넘나드는 여행이 완성된다.
높이 82m의 경주타워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해안에서는 수천만 년의 지질 시간을 마주하고, 들판에서는 천년 전 신라 왕들의 흔적을 만나는 여행. 서로 다른 시간과 풍경을 하루의 여행 안에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경주가 가진 특별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