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동굴 속으로?”…팔라완 8.2km 지하강, 수백만 년 자연이 만든 ‘비밀 세계’


팔라완 엘니도

팔라완 엘니도"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사진-필리핀관광청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거대한 동굴 속으로 작은 보트가 천천히 들어간다. 주변이 어둠에 잠기자 최소한의 불빛이 비추는 곳마다 거대한 종유석과 석순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빚어낸 지하세계다.

필리핀 팔라완의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Puerto-Princesa Subterranean River National Park)은 흔히 떠올리는 ‘에메랄드빛 바다의 팔라완’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약 8.2km에 달하는 물길이 석회암 산 아래를 지나 바다로 연결되는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이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고 세계 7대 자연경관(New 7 Wonders of Nature)에 선정된 곳. 지상에서는 열대우림을, 땅 아래에서는 신비로운 동굴을, 다시 그 끝에서는 바다를 만나는 팔라완의 특별한 자연여행을 따라가 본다.

8.2km 물길이 산 아래로…보트 타고 들어가는 지하세계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의 가장 큰 매력은 ‘강을 따라 동굴을 탐험한다’는 데 있다.

약 8.2km 길이의 지하강은 거대한 석회암 지형 아래를 굽이치며 흐른 뒤 바다와 연결된다. 방문객은 작은 보트에 올라 동굴 안으로 들어가 오랜 세월 물과 석회암이 만들어낸 지질 경관을 가까이에서 살펴본다.

팔라완 엘니도

팔라완 엘니도"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사진-필리핀관광청

동굴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진다. 천장에서 아래로 자라난 종유석과 바닥에서 솟은 석순, 압도적인 크기의 동굴 공간이 어둠 속에서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화려한 조명으로 동굴을 꾸며놓은 관광지와도 결이 다르다. 자연환경과 동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내부에 인공조명을 설치하지 않아 최소한의 빛을 이용해 탐방한다. 어둠 그 자체까지 자연의 일부로 경험하는 셈이다.

산에서 바다까지 하나의 생태계…지하강이 특별한 이유

이곳의 가치는 동굴의 크기나 독특한 풍경에만 있지 않다. 지하강 주변에는 울창한 열대우림을 비롯해 맹그로브와 해안 생태계가 이어져 있다. 산과 숲, 석회암 동굴, 지하 물길과 바다가 하나의 자연환경으로 연결되면서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터전을 형성한다.

지질학적 경이로움과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한 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의 또 다른 매력이다.

팔라완 자체도 자연이 여행의 중심이 되는 섬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석회암 절벽, 열대우림과 해양 생태계가 곳곳에서 서로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해변에서 쉬는 휴양지라는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지질·생태 탐험까지 가능한 이유다.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다…하루 최대 900명 제한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만큼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보존’이라는 원칙이 적용된다.

현재 지하강 투어 방문객은 하루 최대 900명으로 제한된다. 방문하려면 사전에 방문객 입장 허가증(Visitor Entry Permit·VEP)을 발급받아야 한다.

투어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다만 현지 기상이나 해상 상황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관광객 숫자를 제한하고 동굴 내부의 인공조명을 최소화하는 운영 방식은 ‘많이 보여주는 관광’보다는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험하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여행에 무게를 둔다.

동굴 탐험 끝냈다면 바다로…엘니도·코론까지

지하강에서 팔라완 여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섬을 따라 이동하면 같은 팔라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다른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팔라완 엘니도

팔라완 엘니도"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사진-필리핀관광청

대표적인 곳이 엘니도(El Nido)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석회암 절벽과 에메랄드빛 라군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유명하다.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아일랜드 호핑을 비롯해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코론(Coron)은 물속 풍경이 여행의 주인공이다. 투명한 호수와 산호초를 만날 수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선박을 탐험하는 난파선 다이빙 명소로도 이름나 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는 땅 아래의 물길을 탐험하고, 엘니도에서는 라군과 석회암 절벽 사이를 누비며, 코론에서는 수면 아래로 여행의 영역을 확장하는 셈이다.

‘예쁜 바다’만 보고 오기엔 아까운 팔라완

팔라완의 진짜 매력은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휴양을 원한다면 에메랄드빛 해변이 있고, 모험을 즐긴다면 8.2km 지하강과 거대한 동굴이 기다린다. 호핑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엘니도가 있는가 하면 코론에서는 난파선 다이빙이라는 색다른 경험까지 가능하다.

특히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은 팔라완이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오랜 지질학적 시간과 생태계의 이야기를 품은 자연여행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필리핀 관광부 얼윈 발라네(Dr. Erwin F. Balane) 한국 지사장은 “팔라완은 아름다운 해양 경관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낸 지질학적·생태학적 가치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은 필리핀이 가진 풍부한 자연유산과 생물다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인 만큼, 한국 여행객들이 자연을 존중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팔라완의 진정한 매력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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