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얼음 / 사진=더카뷰 |
상식대로라면 차가운 물이 뜨거운 물보다 먼저 얼어야 한다. 출발 온도가 낮으니 0도에 더 빨리 닿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정한 조건에서는 뜨거운 물이 오히려 찬물보다 빨리 어는 일이 관찰된다. 직관과 정반대인 이 현상에는 이름까지 붙어 있다. 바로 음펨바 효과다.
이름은 사람 이름에서 왔다. 1963년 탄자니아의 한 중학생 에라스토 음펨바가,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뜨거운 혼합물이 차가운 것보다 빨리 어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현상이 알려졌다. 당시에는 선생님도 믿지 않았지만, 이후 여러 학자가 관심을 가지면서 과학적으로 다뤄지게 됐다.
냉동실 얼음 / 사진=더카뷰 |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설명이 제시된다. 첫째는 증발이다. 뜨거운 물은 식는 동안 더 빠르게 증발해 양 자체가 줄어들고, 증발하는 과정에서 주위 열을 함께 빼앗아 가 남은 물이 더 빨리 식는다.
둘째는 대류다. 뜨거운 물은 위아래 온도 차로 대류가 활발해, 표면에서 열을 더 효율적으로 잃는다.
셋째로 물에 녹아 있던 기체가 끓으며 빠져나가, 어는 조건이 달라진다는 설명도 있다. 여기에 물이 0도에서도 바로 얼지 않고 더 낮은 온도까지 버티는 과냉각 현상까지 변수로 작용한다.
늘 성립하지는 않는 법칙
냉동실 얼음 / 사진=더카뷰 |
흥미로운 현상이지만, 음펨바 효과를 '뜨거운 물은 항상 빨리 언다'는 법칙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실제로는 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건과 환경이 맞아떨어질 때만 관찰되는 까다로운 현상이다.
집에서 5도 물과 35도 물을 나란히 두고 얼려 보면, 십중팔구는 차가운 5도 물이 먼저 언다. 음펨바 효과가 나타나려면 물의 온도 차와 양, 그릇의 모양과 재질, 냉동실 안의 위치, 물에 섞인 불순물 같은 여러 변수가 특정한 조합을 이뤄야 한다.
그래서 같은 실험을 해도 어떤 때는 보이고 어떤 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효과가 정말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정확한 원리가 무엇인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생활 속에서 받아들이는 법
냉동실 얼음 / 사진=더카뷰 |
그러니 급하게 얼음이 필요할 때 무조건 뜨거운 물을 부으면 더 빨리 언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가정 냉동실 환경에서는 오히려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물이 안정적으로 더 빨리 어는 경우가 많다.
얼음을 빨리 얼리고 싶다면 물의 온도보다, 얇고 넓은 용기에 물을 적게 담아 표면적을 넓히고 냉동실의 찬 바람이 잘 닿는 곳에 두는 편이 훨씬 확실한 방법이다.
음펨바 효과는 정답을 알려 주는 생활 팁이라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상식이 늘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에 가깝다. 물 한 컵이 어는 단순한 일에도 이렇게 여러 변수가 얽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신기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