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넘은 왕버들이 물속에 서 있는 저수지예요"... 10월 말 단풍 절정 예상되는 산중 명승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주산지는 나무가 물가가 아니라 물속에 서 있는 저수지다. 조선 경종 때인 1720년 8월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10월 완공한 농업용 저수지로, 산골짜기 물을 막아 아래쪽 농경지에 대려고 만들었다. 저수지 안쪽에는 물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 스무 그루 남짓이 수면 위로 줄기를 내밀고 있고, 그 가운데에는 수령 300년이 넘은 나무도 있다.

가을이 되면 이 고목들 뒤로 저수지를 둘러싼 산비탈이 물들기 시작한다. 산림청은 올해 주왕산 단풍나무류가 10월 26일 무렵 절정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산지만 따로 관측한 수치는 아니지만 같은 산자락에 있는 만큼, 이 시기를 전후하면 왕버들 줄기와 붉고 노란 숲이 한 수면에 겹쳐 비치는 풍경을 기대할 수 있다.

물에 잠긴 왕버들과 단풍 반영

물안개핀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오태윤

물안개핀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오태윤

주산지의 왕버들은 줄기 아랫부분이 늘 물에 잠겨 있다. 수위가 높을 때는 밑동이 거의 보이지 않아 나무가 저수지 한가운데에서 솟아난 것처럼 보이고, 물이 줄면 굵고 구부러진 아랫줄기가 조금 더 드러난다. 같은 나무라도 찾는 때마다 모습이 조금씩 다른 이유다.

반영을 또렷하게 보려면 바람이 잔잔한 아침이 좋다. 수면이 고요하면 고목 줄기와 가지, 그 뒤 단풍 숲이 물 위에 거꾸로 비쳐 위아래가 맞붙은 장면이 만들어진다. 일교차가 큰 가을 아침에는 저수지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가 있어, 안개 사이로 왕버들 윤곽만 드러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주산지와 주변 경관은 2013년 국가지정문화유산 명승으로 지정됐다. 흔히 300년 동안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는 저수지로 소개되지만, 제방을 고치는 공사 때 물을 뺀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 시기를 빼면 왕버들은 줄곧 물속에 뿌리를 둔 채 자라 왔다.

오랜 세월 줄기가 물에 잠긴 채 지내다 보니 기력이 약해진 고목도 있어, 왕버들을 지키기 위한 생태 복원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저수지 앞에 서면 굵게 갈라진 껍질과 비스듬히 기운 줄기, 그 위로 뻗은 가지가 나무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물가에 가까운 나무와 저수지 안쪽 깊이 선 나무를 한 그루씩 견주어 보면 같은 왕버들이라도 생김새가 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차장에서 저수지까지 걷는 숲길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주산지에는 차로 가서 주산지 주차장에 세운 뒤 걸어 들어간다. 저수지가 골짜기 안쪽 깊숙이 자리해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난 탐방로를 20~30분가량 걸어야 물가에 닿는다. 길이 숲 사이로 이어져 저수지에 닿기 전부터 계곡 옆 나무들의 가을빛을 함께 볼 수 있다.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주산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탐방로 끝에서는 정해진 전망 지점에서 저수지를 바라본다. 왕버들이 모여 선 물가와 뒤쪽 산비탈이 한 화면에 담기는 자리다. 오가는 길과 저수지 앞에 머무는 시간을 합쳐 1~2시간이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주산지는 국립공원 탐방지여서 입산 시간이 정해져 있다. 아침 물안개와 반영을 보려면 입산이 시작되는 시각에 맞춰 주차장에 도착해 서두르지 않고 걸어 들어가는 편이 좋다. 산골짜기라 아침 공기가 차므로 얇은 겉옷을 하나 챙기면 저수지 앞에서 오래 머물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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