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 남은 도마 옆 그릇에 담은 썬 김치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식탁에 김치가 빠지는 날이 없는 집이라면 도마도 하루에 몇 번씩 붉게 물든다. 김치 한 포기를 꺼내 썰고 나면 도마 위에 빨간 국물 자국이 넓게 번지는데, 흰색 플라스틱 도마나 밝은 나무 도마일수록 그 자국이 더 도드라져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대부분은 김치를 썰자마자 서둘러 도마를 씻는다. 그런데 세제를 묻힌 수세미로 한참을 문질러도 연한 분홍빛이 칼자국을 따라 남는 경우가 많고, 결국 베이킹소다를 뿌리거나 표백제에 담가 두는 일까지 생기는데, 김치를 자주 써는 집일수록 그 수고가 쌓인다.
김치 자국은 썬 뒤에 빨리 씻어야 덜 남는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썰기 전이다. 김치를 올리기 전에 도마를 흐르는 물로 한 번 적셔 두기만 해도 붉은 국물이 훨씬 덜 배어들고, 다 쓴 뒤 헹굴 때 얼룩 대부분이 물과 함께 씻겨 나간다.
마른 도마에 김칫국물이 깊이 배는 이유
칼자국이 보이는 마른 플라스틱 도마 표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칫국물의 붉은색은 고춧가루에서 나오는데, 이 색을 내는 성분은 물보다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양념 속 기름기와 함께 도마 표면에 달라붙는다. 여기에 도마는 오래 쓸수록 칼자국이 촘촘하게 나 있어서, 눈에 잘 안 보이는 가는 홈이 표면 곳곳에 퍼져 있다.
마른 도마는 이 가는 홈이 비어 있어 김치를 올리자마자 국물이 홈 안쪽으로 스며드는데, 한번 깊이 들어간 색은 수세미 끝이 닿지 않는 자리에 남는다. 썬 뒤에 아무리 빨리 씻어도 이미 홈 속에 들어간 국물까지 꺼내기는 어려워 흐릿한 자국이 남는 것이다.
도마를 먼저 물로 적시면 칼자국 홈과 표면에 물이 먼저 들어차 김칫국물이 스며들 틈이 줄어든다. 기름기를 머금은 붉은 국물은 물과 잘 섞이지 않아 젖은 도마 위에 얹혀 있다가 헹굴 때 함께 씻겨 나가는데, 그래서 썬 뒤가 아니라 썰기 전에 도마에 손을 써야 한다.
도마에 배는 김치 빨간 물 줄이는 방법
흐르는 물에 도마 앞뒤를 헹구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따로 없고 흐르는 물만 있으면 된다. 김치통을 꺼내기 전에 도마부터 싱크대로 가져가 흐르는 물에 앞뒤를 고루 헹구는데, 칼자국이 많은 면은 손바닥으로 한두 번 쓸어 주면 홈 안쪽까지 물이 잘 닿는다. 마른 곳이 남지 않도록 가장자리까지 적셔 두는 것이 좋다.
헹군 도마는 행주로 물기를 닦아 내지 않는다. 도마를 잠깐 세워 고인 물만 흘려보낸 뒤, 표면에 물기가 살짝 남아 손으로 만졌을 때 촉촉한 상태에서 김치를 올려 썬다.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으면 김치가 미끄러져 칼질이 불편하니, 물방울이 얇게 맺힌 정도가 적당하다.
물방울이 얇게 맺힌 도마 위에서 김치를 써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를 다 썰었으면 그릇에 옮겨 담자마자 도마를 바로 씻는다. 흐르는 물로 먼저 국물을 흘려보내고 주방 세제를 묻힌 수세미로 양념 기름기를 닦아 낸 다음, 도마를 밝은 쪽으로 기울여 봤을 때 붉은 기 없이 원래 색이 보이면 다 된 것이다. 씻기를 미루면 도마 위 물기가 마르면서 국물이 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수세미로 도마 표면을 바로 씻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실리콘·나무·플라스틱 도마 모두 같은 순서로 쓰면 된다. 나무 도마는 물을 머금는 편이라 씻은 뒤 세워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말리는 것이 좋다. 물로 적셔 두는 일은 도마에 색이 배는 것을 줄여 줄 뿐 소독을 대신하지는 않으니, 도마 소독은 평소 하던 대로 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
김치를 썰 일이 생기면 김치통보다 도마를 먼저 꺼내 물에 적시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도마를 물로 한 번 적셔 두는 일은 빨갛게 물든 도마를 한참 문지르는 수고를 미리 덜어 두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