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양념을 입혀 볶은 남은 모둠전이 흰 밥그릇 곁의 접시에 담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연휴가 끝나갈 무렵이면 냉장고 한쪽에 전 접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차례상에 올리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을 때까지는 손이 갔는데, 사흘째가 되면 접시를 열어 보고도 도로 닫게 된다. 버리기는 아깝고 먹자니 물려서 자리만 차지하는 것이 명절 뒤에 남은 모둠전이다.
남은 전을 두고 흔히 하는 대처는 프라이팬에 다시 부치거나 전 찌개를 끓이는 것이다. 다시 부치면 잠깐 겉이 바삭해졌다가 금방 식어 눅눅해지고, 찌개에 넣으면 반죽옷이 풀어져 국물만 텁텁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몇 점 먹다가 남은 전은 다시 냉장고로 들어간다.
남은 전을 밥반찬으로 바꿔 놓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고추장을 넣은 양념에 센 불로 볶는 것이다. 재료를 새로 사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대파와 양파만 있으면 되고, 다 만드는 데 20분이 넘지 않는다.
데워 먹어도 물리는 기름진 전
냉장 보관한 모둠전이 흰 접시에 남아 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이 물리는 이유는 부치는 동안 반죽옷이 기름을 그대로 머금기 때문인데, 밀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기름 두른 팬에 부치는 음식이라 한 장 한 장이 기름을 안고 있다. 갓 부쳤을 때는 고소하지만 식어서 기름이 굳으면 입안에 기름이 남는 느낌이 강해진다.
데우기만 해서는 이 느낌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반죽옷이 축 늘어지고, 팬에 다시 올리면 기름을 더 먹는다. 게다가 전은 간을 심심하게 해서 부치는 음식이라 간장에 찍어 먹어야 하는데, 며칠째 같은 맛을 이어 가는 셈이라 손이 안 간다.
고추장 양념에 볶으면 이 두 가지가 한 번에 해결된다. 고추장과 고춧가루의 매운맛, 설탕과 올리고당의 단맛이 기름진 맛을 덮어 주고, 센 불에서 볶는 동안 전 겉면의 물기가 날아가면서 양념이 겉에 달라붙는다. 그래서 다시 데우는 쪽이 아니라 양념을 입혀 볶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남은 모둠전 고추장 양념에 볶는 방법
작은 흰 그릇에 고추장 양념 재료를 고루 섞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양념부터 섞어 둔다. 설탕 1.5큰술, 고춧가루 1큰술, 맛술 1큰술, 고추장 1큰술, 굴소스 1큰술, 올리고당 1.5큰술, 다진 마늘 1큰술을 작은 그릇에 한꺼번에 넣고 고루 풀어 준다. 팬이 달궈진 뒤에 하나씩 넣으면 양념이 고르게 섞이지 않으니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전은 한 입 크기로 썬다. 동그랑땡처럼 처음부터 작은 것은 그대로 두고 동태전이나 호박전처럼 넓적한 것만 반으로 썰면 된다. 대파는 어슷 썰고 양파는 채 썬 다음, 팬에 식용유 2큰술을 두르고 센 불에서 대파와 양파를 먼저 볶는다.
검은 주물 받침의 가스레인지 위 팬에서 대파와 양파를 먼저 볶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양파가 투명해지고 대파 향이 올라오면 썰어 둔 전과 양념을 한꺼번에 넣고 센 불을 유지한 채 볶는다. 뒤집개로 뒤적일 때는 전이 부서지기 쉬우니 위아래를 바꿔 준다는 느낌으로 크게 몇 번만 움직인다. 양념이 팬 바닥에서 끓어오르다가 전 겉면에 달라붙어 윤기가 돌면 거의 다 된 것이다.
양념이 입혀진 전을 팬에서 뒤집개로 크게 뒤집어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마지막에 어슷 썬 청양고추를 넣고 한두 번 더 볶은 뒤 불을 끈다. 청양고추를 처음부터 넣으면 향이 날아가고 매운맛만 남는다. 설탕과 올리고당이 든 양념이라 센 불에 오래 두면 금방 타니, 재료를 다 넣은 뒤로는 팬 앞을 떠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여기까지 20분이면 끝난다.
명절 뒤에 전이 남았다면 냉장고에 다시 넣어 두기 전에 이 볶음을 먼저 떠올려 보길 권한다. 남은 전을 끝까지 먹는 일은 장을 봐서 정성껏 차린 상을 마지막 한 점까지 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