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담근 지퍼백의 입구를 물 위에서 잡고 공기를 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냉동실을 정리하다 보면 지퍼백이 애매하게 남는다. 대파는 길어서 입구 밖으로 삐져나오고, 알약이나 여행용 샴푸를 담기에는 봉지가 너무 커서 안에서 굴러다닌다. 김치 국물이나 고기 핏물이 몸통에 묻은 지퍼백은 씻어서 다시 쓰기도 어려워 한 번 쓰고 버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크기별로 지퍼백을 따로 사 두게 되고, 공기까지 빼서 보관하려면 진공포장기를 하나 들여야 하나 싶어진다. 손으로 눌러 공기를 빼 봐도 며칠 지나면 봉지가 다시 부풀어 있고, 냉동해 둔 고기 표면은 하얗게 말라 있는 경우가 많다.
가위 한 자루와 물을 받은 볼만 있으면 지퍼백 크기를 필요한 만큼 줄이고 공기까지 빼서 밀폐할 수 있다. 몸통이 더러워진 지퍼백도 지퍼 부분만 잘라 두면 일반 비닐봉지에 끼워 다시 쓸 수 있다.
잘린 자리가 저절로 붙고 물이 공기를 밀어내는 이유
종이호일을 덧대고 지퍼백을 자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지퍼백은 얇은 폴리에틸렌 비닐이라서 열이 닿으면 금방 물러진다. 따뜻하게 데운 가윗날로 지퍼백을 자르면 잘리는 순간 양쪽 단면이 녹아 서로 맞붙고, 이 자국이 그대로 새로운 밀폐선이 된다. 가위질 한 번으로 자르기와 붙이기가 같이 끝나는 셈이다.
공기를 빼는 쪽은 사정이 다른데, 손으로 봉지를 눌러 보면 평평한 가운데만 눌리고 모서리나 식재료 사이에 낀 공기는 그대로 남는다. 물속에 지퍼백을 넣으면 물이 사방에서 고르게 비닐을 눌러 주기 때문에 안에 있던 공기가 열어 둔 입구 쪽으로 밀려 나온다. 그래서 크기를 줄일 때는 가윗날을 데우고, 공기를 뺄 때는 손 대신 물을 쓰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지퍼백 크기 줄이고 공기 빼서 밀폐하는 방법
채소를 담은 지퍼백을 물에 천천히 넣어 공기를 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주방 가위와 종이호일, 라이터, 그리고 지퍼백이 잠길 만큼 깊은 볼이나 냄비다. 가윗날은 라이터 불에 이삼 초만 스치듯 지나가게 해서 따뜻한 정도로만 데운다. 날이 시뻘게질 만큼 달구면 비닐이 녹아내려 가윗날에 눌어붙는다.
지퍼백을 평평하게 펴고 자를 자리 위아래에 종이호일을 한 장씩 덧댄 다음, 데운 가위로 천천히 눌러 가며 자른다. 단면이 하얗게 한 줄로 이어져 있고 손으로 벌려도 열리지 않으면 제대로 붙은 것이다. 라이터를 쓰는 동안에는 창문을 열어 두고, 비닐 타는 냄새가 나면 날이 너무 뜨거운 것이니 잠시 식혔다가 다시 자른다.
대파나 셀러리처럼 길어서 입구 밖으로 나오는 채소는 지퍼백 두 장을 이어서 쓴다. 한 장에 채소 아래쪽을 넣고 다른 한 장을 거꾸로 뒤집어 위에서 모자처럼 씌운 다음, 두 봉지가 겹친 자리를 랩으로 한두 바퀴 감아 준다. 큰 지퍼백이 없어도 대파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넣을 수 있다.
지퍼백 두 장을 겹쳐 긴 대파를 넣고 연결 부위를 랩으로 감싼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공기를 빼는 것은 담고 난 다음이다. 고기나 채소를 넣은 지퍼백 입구를 3분의 1쯤만 남기고 닫은 뒤, 물을 받은 볼에 봉지 아래쪽부터 천천히 밀어 넣는다. 비닐이 내용물에 착 달라붙고 봉지가 납작해지면 공기가 빠진 것이고, 입구가 물에 잠기기 직전에 남은 지퍼를 끝까지 닫으면 된다. 봉지 안으로 물이 들어갔다면 꺼내서 물기를 닦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 좋다.
김치 국물이나 핏물이 묻어 못 쓰게 된 지퍼백은 윗부분 지퍼만 길게 잘라 남긴다. 남은 채소를 담은 비닐봉지나 먹다 남은 과자 봉지의 입구를 한 번 접어 잘라 낸 지퍼 사이에 끼우고 슬라이드를 밀면 평범한 봉지도 여닫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슬라이드 손잡이가 달린 지퍼백에서만 되고, 손으로 눌러 닫는 지퍼백은 잘라 내면 다시 맞물리지 않는다.
일반 비닐봉지 입구에 재사용 지퍼를 끼우고 슬라이드를 닫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지퍼백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으로 여기기 쉽지만, 가위를 데워 자르고 물에 담가 공기를 빼는 것만 알아 두면 크기별로 사 모을 일도 진공포장기를 들일 일도 줄어든다. 냉동실에 넣을 것이 생겼을 때 한 번 해 보길 권한다. 봉지 안의 공기를 미리 빼 두면 냉동한 고기 표면이 하얗게 마르는 일이 한결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