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 한국관광콘텐츠랩-IR 스튜디오 |
전남 장성의 백암산 자락에는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를 등지고 앉은 절이 있다. 절 앞 연못에 누각과 절벽이 그대로 뒤집혀 비쳐서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물이 잔잔한 날 아침이면 위아래가 똑같은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 한 장면을 보려고 이른 시간에 연못가로 모여드는 사람이 많다.
절 마당에 이르는 진입로에는 수령 300년에서 700년에 이르는 갈참나무 서른 그루가 늘어서 있어, 절집을 보기 전에 걸음이 늦어진다. 절 뒤편에는 오천 그루가 넘는 비자나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서, 이 절에서는 건물보다 나무가 먼저 눈에 든다.
명승 구역이 8배로 넓어진 내력
백양사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이곳의 바위 봉우리는 2008년 2월에 명승으로 지정됐고 그때 지정 면적은 58만 제곱미터가량이었다. 봉우리와 그 아래 절 마당이 들어가는 정도였으니 지금 걷는 길의 대부분은 그 밖에 있었다.
2026년 6월 29일에 그 범위가 크게 늘어, 국가유산청이 지정 구역을 492만 제곱미터로 넓히면서 이름도 백암산 일원을 아우르는 것으로 바꿨다. 산내 암자 열 곳 남짓과 생태 구역이 함께 들어갔다. 여덟 배로 넓어졌으니 절 마당만 보고 돌아 나오면 절반도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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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자체의 내력도 명승 지정 못지않게 오래돼서, 632년에 창건해 고려 때 중창을 거쳤다. 연못가의 누각은 1350년에 처음 세워진 뒤 여러 차례 다시 지어졌고 지금 건물은 1980년대에 복원한 것이다.
꽃무릇 명소 목록에 이름이 없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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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 앞에서 붉은 꽃무릇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 전국의 꽃무릇 군락지를 찾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꽃무릇 군락지 사찰은 고창 선운사와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이고 이 절은 그 목록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사진으로 도는 붉은 숲 바닥은 대개 그 세 곳에서 찍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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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시기도 이 계절과 어긋나는데, 꽃무릇 자체가 9월과 10월에 피는 꽃이라 8월 하순이나 9월 초에는 꽃대조차 올라오지 않는다. 잎보다 꽃대가 먼저 솟는 꽃이어서 초록만 무성한 자리를 보고 개화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가을에 이 산에서 이름난 것은 잎이 작은 애기단풍으로, 물드는 때는 11월 초순에서 중순이다. 9월에 찾아가면 애기단풍은 두 달을 더 기다려야 하고, 대신 연못 물 위로 짙은 녹음이 통째로 내려앉는다.
1킬로미터에서 끝나는 평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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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일주문과 연못을 지나 대웅전까지는 완만한 길이 이어지고 약사암까지도 1킬로미터에 50분이면 닿는다. 그 위 백학봉으로 오르는 1.9킬로미터는 계단이 이어지는 급경사여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연못과 누각만 보고 나올 생각이라면 주차장에서 왕복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사찰 관람료는 2023년 5월부터 받지 않고, 주차료도 2024년 6월부터 백암과 가인, 남창을 포함한 네 곳 978면이 무료로 열려 있다. 돈이 드는 구간이 없으니 아침 일찍 연못만 보고 나왔다가 오후에 다시 들어와도 손해가 없다.
이 계절에 절 마당을 채우는 것은 초록과 분홍으로, 짙은 녹음 사이에 배롱나무 꽃이 피어 있다. 이 일대는 국립공원 구역이라 개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고 어기면 과태료가 매겨진다. 9월은 뱀에 물리는 사고가 한 해 중 가장 많은 달로 전체의 24.7퍼센트가 이때 일어나므로, 풀숲으로 들어가지 말고 길만 따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