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냉이 된장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된장찌개를 끓여 한 숟가락 떠먹고 나면 혀 안쪽에 텁텁한 느낌이 남는 날이 있다. 재료를 바꿔도 된장을 바꿔도 그 느낌만은 그대로여서, 무엇 때문인지 한 번쯤 짚어 보게 된다.
이럴 때 국물에 고추냉이를 아주 조금 풀어 넣는 방법이 집집마다 알려져 있다. 알싸한 향이 끝맛을 눌러 국물이 깔끔해진다는 것인데, 넣는 시점을 잘못 잡으면 향이 남지 않는다.
텁텁함을 만드는 대두 사포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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텁텁함이라는 말은 조리 용어로 정의된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이 쓰는 표현에 가깝다. 다만 콩으로 만든 식품에서 그 느낌을 만드는 후보로 대두 사포닌이 꼽히는데, 이 성분은 쓴맛 수용체에 붙는 동시에 침 속 단백질과 결합해 입안을 미끄럽지 않게 만들고 그 뻑뻑해진 감각이 떫은맛으로 느껴진다.
된장 자체에도 콩에는 없던 쓴맛 성분이 발효 과정에서 새로 생긴다. 국내에서 된장의 쓴맛 펩타이드를 다룬 연구가 나와 있어서, 콩 단백질이 분해되는 동안 생기는 성분들이 뒷맛에 남는다는 것까지는 확인된다.
그러니 텁텁한 뒷맛은 재료를 잘못 골랐거나 끓이는 방법이 서툴러서 생긴 것만은 아니다.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늘 따라오는 성질에 가깝다.
고추냉이 한 점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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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냉이의 매운 향을 내는 것은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다. 이 성분은 혀의 맛 수용체가 아니라 통증과 온도를 느끼는 신경을 자극해 코끝이 찡한 감각을 만드는데, 맛이 아니라 자극으로 들어온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텁텁한 맛을 지운다기보다 다른 감각을 겹쳐 놓는 쪽에 가깝다.
다만 이 방법이 실제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실험은 찾기 어렵다. 고추냉이가 된장의 떫은맛이나 쓴맛을 줄인다고 밝힌 학술 자료나 기관 안내는 없고, 오래 쓰여 온 맛집이나 집안 레시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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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는 양은 먹는 사람이 고추냉이가 들어간 줄 모를 만큼이 기준이다. 알싸한 향이 앞에 나서면 된장 맛이 가려지므로, 4인분 기준으로 쌀알만 한 크기에서 시작해 맛을 보며 조금씩 늘린다.
끓는 중에 넣으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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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는 양과 달리 넣는 시점에는 확인된 근거가 있다.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를 물에 녹여 100도에서 한 시간 끓인 실험을 보면 남은 양이 38퍼센트에 못 미쳤는데, 절반이 훨씬 넘는 양이 그사이 분해된 셈이라 펄펄 끓는 냄비에 넣으면 향이 거의 남지 않는다.
게다가 분해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휘발도 같이 일어난다. 이 성분의 끓는점은 148도에서 154도 사이지만 증류로 뽑아낼 만큼 잘 날아가는 성질이라, 뚜껑을 열고 끓이는 동안 공기 중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니 재료를 다 익힌 다음 불부터 끄고 나서 고추냉이를 넣어야 한다. 국물이 끓기를 멈춘 뒤에 넣고 한 번만 저어 주면 향이 남고, 다시 올려 끓이면 그만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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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온 그 실험에는 집에서 바로 써먹을 만한 결과가 하나 더 들어 있다. 산성일수록 이 성분이 안정적으로 남았다는 대목이다.
산도 2.7에서는 g당 379밀리그램이 남은 반면 중성인 7.0에서는 290밀리그램, 알칼리성인 9.0에서는 270밀리그램으로 줄었다. 된장은 그 자체가 산성에 가까운 장이어서, 된장찌개 국물은 향이 버티기에 그나마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