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흘메밀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
제주 조천읍 와흘리의 중산간에는 소금을 뿌려 놓은 것처럼 하얀 밭이 펼쳐지는 철이 있다. 한라산 능선을 등지고 구릉을 따라 메밀꽃이 이어지는 풍경이라 사진으로 퍼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제주 하면 유채나 억새를 먼저 떠올리던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익숙한 이름이 됐다.
다만 그 하얀 밭을 9월 초에 기대하고 가면 빈 밭이나 이제 막 올라온 어린 싹을 보게 된다. 제주 메밀은 한 해에 두 번 심는데 그 두 번 모두 9월 초와는 시기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9월 초도 꽃이 아니라 씨 뿌리는 철
와흘메밀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봄 재배를 3월 하순에서 4월 하순에 심어 5월에 꽃을 올리는 것으로 잡아 두었다. 가을 재배는 8월 상순에서 9월 상순 사이에 심되 그 가운데 8월 하순을 가장 좋은 때로 꼽는다. 가을에 심은 메밀은 씨를 뿌린 뒤 24일에서 32일이면 꽃이 핀다.
그러니 8월 하순에 심은 밭이라도 아무리 빨라야 9월 20일을 넘겨야 밭에 하얀 빛이 돌기 시작한다. 마을이 여는 행사 일정을 늘어놓아 보면 이 계산과 어긋나지 않는데, 봄 메밀문화제는 5월에 열렸고 가을 문화제는 10월 3일에 시작해 11월 2일까지 이어졌다.
이웃한 오라동의 메밀 축제도 10월 초에 열렸으니, 섬에서 메밀꽃을 보러 움직이는 철은 5월과 10월로 굳어졌다. 이 마을은 아예 밭에 카메라를 걸어 두어서, 홈페이지에 지금 꽃이 얼마나 피었는지 그대로 올라온다. 출발하기 전에 확인하고 움직이면 헛걸음을 피할 수 있다.
재배면적 3236헥타르로 전국 1위
와흘메밀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
2024년 기준 제주의 메밀 재배면적은 3236헥타르로 전국 3721헥타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생산량도 2585톤으로 전국 3114톤의 80퍼센트를 넘었다.
봄과 가을에 나눠 심는 것도 이 규모와 이어지는데, 2023년에는 봄 메밀이 1145헥타르, 가을 메밀이 1024헥타르로 거의 반씩 갈렸다. 섬 전체로 보면 꽃철이 한 해에 두 번 돌아오므로 5월을 놓쳤다고 그해를 다 놓친 것은 아니다.
지금 걷는다면 1킬로미터 돌담길
와흘메밀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
꽃이 없는 철에도 이 마을에는 걸을 곳이 남는데, 2023년 10월에 완공된 제주천년돌담길이 밭 사이로 1킬로미터쯤 이어진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을 이름 글자 모양이 되도록 쌓아 올린 길이다.
마을 안에는 오래된 신당도 남아 있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팽나무를 신목으로 모셔 온 와흘본향당은 제주 마을 신앙을 대표하는 신당이고, 차로 조금만 나가면 제주돌문화공원이 가깝다. 꽃 대신 마을을 보고 오는 일정으로 잡으면 이 계절도 헛되지 않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30분쯤 걸리고 축제 기간에도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마을은 전문 웨딩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따로 알리고 있으며, 반려견은 목줄을 채우면 함께 걸을 수 있다.
와흘메밀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
밭은 실제로 농사를 짓는 땅이므로 길 밖으로 들어가지 않아야 하고, 씨를 뿌린 직후라면 어린 싹을 밟기 쉬우니 더 조심해야 한다. 움직이기 전에 마을에 한 번 물어 두면 꽃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함께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