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비퉁의 어부 카스만 씨는 생미끼 대신 연과 가짜 미끼만을 이용한 전통 '연낚시'로 20kg이 넘는 황다랑어를 낚아 올립니다.
- 가까운 해안선마저 수백 미터로 급강하하는 독특한 지형과 영양분이 솟구치는 용승 현상 덕분에 비퉁 앞바다는 사시사철 풍요로운 참치 떼의 낙원이 되었습니다.
- 가족들이 대를 이어 손으로 가공하는 '차칼랑 푸푸'는 코코넛 껍질의 풍부한 연기와 과학적인 바람길 설계로 참치 고유의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오랜 저장의 지혜입니다.

적도의 바람을 머금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끝자락, 항구 전체가 거대한 참치 시장으로 변하는 ‘참치의 수도’ 비퉁(Bitung)으로 향합니다. 이곳의 길고양이들까지 다른 생선은 쳐다보지도 않고 참치만 먹는다는 유쾌한 소문이 도는 활기찬 도시인데요. 매년 5월에서 7월 사이 참치 철이 되면 바다 위 어부들과 육지의 상인들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냅니다. 하이테크 레이더나 화려한 첨단 낚시 장비 대신 오직 닳고 닳은 손과 하늘 위의 두 줄기 연에 생계를 맡긴 어부의 기묘한 사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여운을 남깁니다.
하늘을 나는 연이 건져 올린 기적
바다 한가운데서 낚싯대를 쥔 어부 대신, 하늘을 향해 높이 연을 날려 참치를 잡는 어부가 있습니다. 바로 비퉁의 베테랑 사냥꾼 카스만 씨입니다. 미끼가 살아있는 것처럼 퍼덕거리게 만들기 위해 그는 특별히 제작한 연을 바람길에 태우는데요. 바람이 불어 연이 허공에서 흔들릴 때마다 물에 늘어뜨린 가짜 미끼가 수면 위를 펄쩍쿵펄쩍궁 기적처럼 뛰어오릅니다.
맨손과 바람의 힘을 이용해 참치와 사투를 벌이는 어부들의 경이로운 순간이 펼쳐집니다.
바다 위 하늘의 새가 맴돌며 참치 떼의 출몰을 알릴 때, 카스만 씨와 키잡이 선원은 눈빛만 보고 배의 위치를 바꾸며 연의 각도를 귀신처럼 유지합니다. 수중 다이버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깊고 드넓은 망망대해에서, 오직 바람의 결을 읽는 기술 하나로 20kg가 넘는 펄떡이는 황다랑어를 건져내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오랜 가난과 고단했던 시절의 거친 풍파를 딛고, 오늘도 바다에서 가족의 기도를 가슴에 품은 채 묵묵히 밧줄을 당기는 카스만 씨 부부의 손길에는 애틋함이 가득 배어 있습니다.
왜 이 기묘한 사냥법과 전통 저장법에 주목할까요?
이 기묘한 사법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과의 공존입니다. 환경을 싹쓸이하는 대형 그물이나 자원을 독식하는 현대적 어획기법과 대비되어, 딱 필요한 만큼 자연의 흐름에 순응해 낚아 올리는 이 방식은 참치 생態계를 해치지 않습니다.
동시에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최대로 고소하고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탄생한 전통 훈연 생선 '차칼랑 푸푸(Cakalang Fufu)' 역시 현대의 냉장 보관 기술을 뛰어넘는 고유의 가치를 지닙니다. 냉장고가 없던 조상들의 생존 정성에서 탄생하여, 대나무 틀에 참치를 고정한 뒤 코코넛 껍질 연기로 느긋하게 말려내는 수고로움은 단순한 식문화를 넘어 한 시대를 버텨낸 빛나는 어촌의 역사이자 문화유산이기 때문입니다.
비퉁 온 바다를 생명으로 채우는 자연의 비밀
왜 하필 비퉁에서 이토록 신선한 참치가 넘쳐나는 걸까요? 비밀은 바로 비퉁의 극단적인 해저 지형에 숨겨져 있습니다.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바다임에도 갑자기 수심이 수십, 수백 미터 아래로 뚝 떨어집니다. 이 깊은 구렁텅이에서 올라오는 해류가 용상(용승 현상) 작용을 일으켜 바닷속 깊은 곳의 유기물과 플랑크톤을 표면 위로 끝없이 올려 보냅니다.
항구 도시의 활력이 느껴지는 기리안 시장에서는 신선한 참치를 부위별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히 작은 물고기들이 수영하며 무리를 짓게 되고, 그 먹이를 쫓아 참치 떼가 덩달아 해안선 근처로 찾아오는 것이죠. 고양이들도 매일 참치를 사치스럽게 먹고 자란다는 전통시장에는 활력이 가득 차 있으며, 생선을 보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수십 킬로그램의 얼음 자루를 지고 골목을 뜀박질하는 일꾼들의 든든한 등줄기는 사철 생명력이 춤추는 바다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체감하게 만듭니다.
4시간의 가득 찬 연기와 온 가족의 구슬땀이 빚은 맛
전통시장을 조금 벗어나 마을길로 접어들면 여기저기서 모락모락 구수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대를 이어 차칼랑 푸푸를 만드는 디르사 씨 가족의 작업장입니다. 매일 아침 항구에서 가져온 가다랑어 부위를 일일이 반으로 가르고 대나무 틀을 짜 모양을 고정합니다. 이 작업의 핵심 연료는 수북이 쌓여 있는 코코넛 껍질입니다. 서서히 타들어 갈 뿐만 아니라 매캐하지만 구수한 천연 연기를 마구 뿜어내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온 가족이 힘을 합쳐 가다랑어를 훈연한 정성 어린 전통 저장 음식입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훈연대의 과학적 구조입니다. 한쪽 방향에 가림벽을 설치하는 지혜를 발휘해 바람이 연기를 사방으로 흩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가다랑어가 놓인 방향으로만 매섭게 흘러 들어가도록 길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려 4시간 동안 뜨거운 열과 연기를 듬뿍 적신 가다랑어는 방부 효과와 고유의 쫄깃한 식감을 가득 품은 명품 ‘차칼랑 푸푸’로 재탄생합니다.
코코넛 껍질로 긴 시간 정성껏 훈연해 만들어내는 전통 방식은 비퉁 어촌의 귀한 유산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속도와 철학을 바라보며
첨단과 초스피드로 질주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여전히 나무를 깎아 만든 연을 날리고 몇 시간씩 마당의 코코넛 껍질을 쓸어 모아 불을 붙이는 비퉁 사람들의 하루는 우리를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손님이 제집에 오면 그것이 바로 내일의 축복이라 믿으며 비를 피하는 오두막 식탁에 가장 좋은 불고기 꼬치구이를 먼저 내어주는 순박한 마음씨에는 따뜻함이 가득 넘쳐납니다.
대대로 부지런한 노동을 통해 서두르지 않고 수확해 온 이들의 삶은 자연의 섭리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습니다. 고단했을 고깃배 위에서 갓 썬 붉은 황다랑어 살의 쫄깃한 감동처럼, 긴 시간 동안 은은한 연기로 세상을 채워 온 비퉁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게 흩어지지 않을 단단한 인생 맛의 깊이가 남아 있습니다.
FAQ
연으로 참치를 낚는 방식은 어떻게 작동하나요?
특수 연의 꼬리 방향에 가짜 미끼(오징어 모형 등)를 달아 바람길에 날립니다. 연이 하늘바람을 타며 연줄이 흔들릴 때마다 미끼가 수면 위에서 살아있는 먹이처럼 펄쩍거리게 되며, 이를 유혹으로 착각한 참치가 강력하게 낚아채는 원리입니다. 참치가 미끼를 물 때 연줄이 끊어지더라도 예비로 연결된 메인 낚싯줄을 수작업으로 끌어당겨 대형 참치를 낚아 올립니다.
비퉁 해역이 참치 어장으로 축복받는 지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안선과 매우 가까운 바다부터 급격하게 깊어지는 '해저 절벽'과 같은 극단적인 해저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골짜기로 깊은 바다의 영양분이 조류를 만나 표층으로 치솟는 '용승 현상(Upwelling)'이 발생하여 원천 플랑크톤과 작은 생물들이 대량 번식하고, 이들을 쫓는 가다랑어와 황다랑어 같은 대형 참치류가 육지 주변까지 무리 지어 모여들게 됩니다.
차칼랑 푸푸(Cakalang Fufu)를 만드는 데 코코넛 껍질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통적인 지혜로 활용되는 코코넛 껍질은 주변 자연에서 아주 구하기 쉬우면서도, 천천히 불이 오래 지속되고 향기 가득한 메케한 연기를 다량 생산하는 훌륭한 훈연 연료가 됩니다. 이 코코넛 훈제 향은 가다랑어의 특유의 비린내를 말끔히 잡아주고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도우며, 인위적인 천연 조미료 없이도 생선살에 독특한 풍미와 적갈색 빛을 더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