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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나가던 의류 사업가 홍성순 씨는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고향 순창으로 돌아와 13년간 버려진 1938년생 미음자 여관집을 매입했습니다.
  • 어머니의 눈물이 서린 자목련 나무를 지키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옛 기와와 블록을 원형 그대로 살려내는 고된 직경 공사를 감수했습니다.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따뜻한 여관집은 이제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와 저마다의 추억을 나누고 위로를 얻는 선물 같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백화점에서 한 달에 무려 3천만 원이 넘는 억대 수입을 올리던 잘나가는 의류 사업가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의 낡은 폐가를 샀습니다. 전북 순창에 위치한 이 집은 1938년에 지어진 미음(ㅁ)자 모양의 한옥 본채와 1960년대에 지어진 디귿(ㄷ)자 모양의 옛 여관 건물로, 무려 13년 동안이나 방치되어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던 곳입니다. 모두가 말리던 이 무모한 선택의 이면에는 연로하신 어머니의 마지막 임종만큼은 꼭 곁에서 지키고 싶었던 막내딸의 애틋한 사랑과, 어머니의 눈물이 서린 '자목련 나무'를 되찾아주고 싶었던 따뜻한 정성이 숨어 있었습니다.

13년의 방치와 쓰레기 더미를 딛고 되살아난 1938년생 네모 여관집

전북 순창의 한 골목길에는 세월의 켜를 고스란히 품은 아주 특별한 집이 서 있습니다. 1938년 당시 현감이 지었다는 미음자 모양의 전통 한옥 본채와, 1960년대 말에 지어져 30년 넘게 나그네들의 쉼터가 되어주었던 디귿자 모양의 옛 여관 건물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독특한 구조이지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네모집은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장장 13년 동안이나 방치되어 그야말로 쓰레기 폐가나 다름없었습니다.


한옥 마당에 모자를 쓴 여성이 서 있고, 앞에는 꽃병이 놓인 둥근 테이블이 있다.

13년 동안 방치되어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던 폐가가 정성 어린 손길을 거쳐 따뜻한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귀신이 나올 것만 같던 폐가를 매입해 직접 쓸고 닦아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바로 홍성순 씨입니다. 백화점에서 20년간 의류업을 하며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던 그녀가 돌연 화려한 도시의 삶을 접고 이 허물어져 가던 여관의 주인이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녀 역시 산더미 같은 쓰레기에 놀라 네 번이나 도망을 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서면 자꾸만 삼삼하게 떠오르는 마당의 풍경이 결국 그녀의 발걸음을 다시 이 집으로 이끌었습니다.

허물고 새로 짓는 편리함 대신,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켜낸 시간의 가치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쉽게 오래된 것을 부수고 새것을 짓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순 씨는 이 집이 가진 시간의 값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집을 고치기 위해 세 군데나 견적을 받았지만, 낡고 까다로운 고택의 상태에 질린 업자들이 모두 도망을 가버리는 바람에 결국 그녀가 직접 인부들을 이끌고 공사를 진두지휘하는 직경 공사를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여성이 망치를 들고 낡은 문틀의 못을 제거하며 수리하는 모습

낡은 집의 흔적을 하나하나 손수 다듬으며 세월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녀의 정성은 눈물겨울 정도였습니다. 마당 바닥에 깔려 있던 오래된 육각 블록들을 일일이 손으로 파내어 상태가 좋은 것들을 다시 깔았고, 지붕의 기와를 전부 드러낸 뒤 짚과 황토, 방수포를 채워 넣고 원래 있던 옛 기와를 그대로 다시 얹었습니다. 1938년의 전통 한옥과 일제 강점기 말기의 고창(높은 창문) 장식, 그리고 1960년대 여관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일은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과 구슬땀을 요구하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순 씨는 옛 모습을 잃지 않음으로써 집이 품고 있는 삶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지켜냈습니다.

어머니의 눈물이 서린 자목련 나무, 막내딸을 움직인 가장 강력한 동력

성순 씨가 이토록 헌신적으로 집을 고치고 지켜낼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사랑과 마당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자목련 나무 때문이었습니다. 과거 백화점 일로 바쁘게 살던 성순 씨는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달려갔지만, 결국 임종을 지키지 못해 가슴 깊이 한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연로하신 어머니의 마지막만큼은 꼭 곁에서 지키겠노라 다짐하며 27년 만에 고향 순창으로 돌아온 것이었지요.


나무 기둥과 서까래가 드러난 한옥 내부 공간에 중간 벽이 뚫려 있어 건너편 방이 보이는 모습

오랜 세월을 간직한 한옥의 구조를 살리면서도 개방감을 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녀의 눈에 밟힌 이 여관집 마당에는 커다란 자목련 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과거 육남매를 키우느라 한 푼이 아쉬웠던 시절, 꽃을 유독 좋아하던 성순 씨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마당의 자목련 나무를 다른 이에게 팔아야만 했습니다. 어린 시절 성순 씨는 새벽녘 마당에서 그 나무를 보며 남몰래 눈물 흘리던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평생 잊지 못했습니다. "엄마를 위해 마당의 자목련 나무를 되찾아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폐가나 다름없던 이 집을 사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된 것입니다. 어머니는 이 집 마당에서 자목련 꽃이 환하게 피어나는 모습을 무려 열 번도 넘게 보시며 행복한 말년을 보내셨고, 딸의 따뜻한 품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하루의 불편함이 추억이 되는 곳, 여행자들의 마음을 보듬는 안식처

성순 씨의 정성으로 다시 태어난 네모 여관집은 이제 그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과거의 방들을 그대로 살려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면서,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여행자들의 소중한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방마다 놓여 있는 손가락을 넣어 돌리던 옛날 전화기, 안방에 고이 보존된 아주 오래된 텔레비전과 반다지, 그리고 안반데기 책상 같은 소품들은 방문객들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잎이 없는 나무 가지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비치고 있는 모습

어머니를 향한 딸의 깊은 마음이 깃든 마당의 자목련 나무가 따스한 햇살 아래 평온하게 서 있습니다.


이 매력적인 공간에 매료된 여행자들은 자신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하나둘씩 이곳에 기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억이 또 다른 추억을 부르는 마법 같은 매개체가 된 것이지요. 현대식 아파트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고 편리하지는 않지만, 삐걱거리는 문소리와 마당의 흙냄새를 맡으며 하룻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여유를 배웁니다.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인연들은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인생의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시간의 길목을 지나가는 영원한 여행객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 새벽, 성순 씨가 전주 장례식장으로 떠나기 전 집 앞을 나섰을 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밤새 여관에 묵고 있던 여행자 서너 명이 마당에 조용히 앉아 그녀를 기다려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례를 치르고 보니 무려 100명이 넘는 여행자들이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조문하며 성순 씨의 슬픔을 함께 나누어 주었습니다. 정성으로 지켜낸 공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들이 모여 다시 성순 씨에게 큰 위로라는 선물로 되돌아온 순간이었습니다.


햇살이 비치는 정원에서 모자를 쓴 여성이 테이블 앞에 앉아 인터뷰하는 모습

어머니를 위해 되찾은 집은 이제 수많은 여행자가 머물다 가는 따뜻한 쉼터가 되었습니다.


잘 살아봐야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에게, 어쩌면 돈보다 더 무섭고 귀한 것은 바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성순 씨는 이 집을 거쳐 갈 다음 주인을 향해 감동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집의 진짜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흘러가는 시간 그 자체이며, 우리 모두는 그저 이 공간을 잠시 빌려 쓰는 여행객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수십 년의 세월을 품어 안은 순창의 네모 여관집이 앞으로 또 어떤 따뜻한 인연들을 품어 안으며 백 년, 이백 년의 시간을 이어갈지, 그 아름다운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FAQ

홍성순 씨가 잘나가던 의류 사업을 그만두고 순창으로 내려온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가슴 아픈 한 때문이었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의 마지막 임종만큼은 꼭 곁에서 지켜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27년 만에 고향 순창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13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여관집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워낙 낡고 복잡한 고택이라 견적을 보러 온 업자들이 모두 공사를 포기하고 도망갔습니다. 결국 홍성순 씨가 직접 인부들을 이끌고 공사를 진행하는 '직경 공사'를 감수해야 했으며, 옛 기와와 마당의 블록을 손으로 일일이 파내어 다시 살려내는 고된 정성이 들어갔습니다.

마당에 있는 '자목련 나무'에는 어떤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나요?

과거 육남매를 키우며 생계가 곤란했던 시절, 꽃을 좋아하던 어머니가 눈물을 머금고 팔아야 했던 나무였습니다. 어머니의 슬픈 울음소리를 기억하고 있던 막내딸 홍성순 씨는 어머니에게 그 자목련을 되찾아주고자 이 집을 매입했고, 어머니는 생전에 이 마당에서 목련꽃이 피는 것을 10번 넘게 보시며 행복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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