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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의 귀한 대물인 대문어 조업은 1억 원이 넘는 통발 장비와 매서운 겨울 파도를 견뎌야 하는 고위험·고단가 노동입니다.
  • 대문어는 강한 영역성과 베일에 싸인 유생 식성 때문에 양식이 불가능하여 오직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어획할 수 있습니다.
  • 리스크가 큰 현대식 통발 어업의 대안으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친환경 전통 단지 조업이 새로운 공존의 힌트를 제시합니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동해 감포항 앞바다. 북한 한류와 크로시오 난류가 만나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이곳 황금어장에서, 무려 40kg에 달하는 거대한 동해의 대물 '대문어'를 잡기 위해 차가운 바다로 나서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호영 선장이 이끄는 3톤 남짓한 작은 어선은 강풍주의보 직전의 사나운 파도를 뚫고 나아갑니다. 하루에 수백 개의 무거운 통발을 내리고 올리는 고단한 노동의 현장, 그들은 왜 이토록 험난한 겨울 바다에 인생을 걸게 된 걸까요?

사라져가는 동해의 전설, 대문어가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

동해의 깊은 바다에서 자라는 대문어(피문어)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에게 그야말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글월 문(文) 자를 쓰는 이름답게 양반들의 차례상이나 잔칫상, 이바지 음식에 결코 빠지지 않는 품격 있는 식재료였지요.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단맛이 감도는 동해 대문어는 일반 돌문어(참문어)와는 크기부터 맛까지 완전히 다릅니다.


어부의 손이 대문어의 빨판을 들어 올려 보여주는 모습

빨판의 생김새와 색깔을 통해 일반 문어와 확연히 다른 대문어만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귀한 대문어를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본래 대문어는 수명이 5년 가량 되며 최대 40kg 이상까지 자라는 대물이지만, 남획과 어족 자원 고갈로 인해 대형 개체는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요즘 잡히는 대문어는 대부분 2년 이하의 작은 크기(1kg 내외)가 대부분이라니, 동해의 전설이 정말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깊어집니다.

1억 원이 넘는 투자와 양식 불가능이라는 생태적 장벽

그렇다면 왜 우리는 대문어를 양식하여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걸까요? 여기에는 대문어만의 아주 예민하고 독특한 생태적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문어는 기본적으로 강한 영역성과 공격성을 지니고 있어, 한 통발에 두 마리가 들어가면 한 마리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지독한 녀석들입니다. 게다가 알에서 깨어난 유생이 어떤 먹이를 먹고 자라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양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오직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인간의 손으로 직접 건져 올려야 하는 것이지요.


어선 갑판 위에서 작업자가 그물망으로 된 사각형 통발에 미끼를 넣고 있다.

문어가 좋아하는 정어리를 미끼로 사용해 통발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채워 넣습니다.


이 때문에 어부들은 엄청난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며 조업에 나섭니다. 수심 100m 아래로 던지는 사각 통발은 개당 무게만 10kg에 달하고 가격은 무려 3만 원 선입니다. 정 선장의 배에 실린 통발 4,000개의 값만 해도 무려 1억 2천만 원에 달하지요. 여기에 기름값과 선원 인건비까지 더해지면 매달 엄청난 고정비가 들어갑니다. 만약 바다 밑에서 통발 줄이 끊겨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수천만 원의 손해를 입으며 눈물 흘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작업복을 입은 어부가 바다 위에서 통발을 찾기 위해 주황색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한 달 전 투망한 통발의 줄이 끊겨 자칫하면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볼 수 있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욕심을 내려놓은 지혜, 전통 단지 조업이 보여주는 대안

이처럼 숨 막히는 고비용·고리스크 조업 방식 속에서,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어부도 있습니다. 울진 오산항에서 배를 모는 7년 차 어부 장용호 선장은 통발 대신 전통 방식인 '흙단지(항아리)'를 이용해 대문어를 잡습니다. 수심 200m에 살던 대문어가 겨울 산란기를 맞아 연안으로 올라올 때, 좁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해 미끼도 없이 빈 단지만을 던져두는 지혜로운 어법이지요.


바다 위 배에서 밧줄이 물속으로 연결되어 있고, 왼쪽 상단에 프로그램 로고가 표시된 화면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전통 단지 조업은 지속 가능한 어업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단지 조업은 먼바다로 나갈 필요가 없어 기름값 걱정이 없고, 혼자서도 조업이 가능해 선원 구인난이나 인건비 부담에서 자유롭습니다. 장 선장은 "욕심은 인간 세상에서나 부리고, 용왕님 세계에서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비록 하루 수확량은 통발보다 적을지 몰라도,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지속 가능한 어업을 이어가는 그의 여유로운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바다의 한계선과 땀방울의 가치

험난한 파도를 가르며 1억 원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젊은 가장 정호영 선장도, 자연의 속도에 발맞추어 묵묵히 흙단지를 건져 올리는 장용호 선장도, 결국 바다가 주는 선물에 기대어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거친 파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으로 인해 바다가 텅 비어버리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바다는 정직하게 땀 흘린 만큼만 내어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동해 대문어 조업 현장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지혜와 자원 보호 노력이 동반될 때만이, 우리는 대대손손 동해의 귀한 대물을 맛보며 그 든든한 바다의 품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밤, 당신의 식탁 위에 올라온 문어 한 점에는 어떤 어부의 숭고한 구슬땀이 깃들어 있을까요?


FAQ

동해 대문어(피문어)와 일반 돌문어(참문어)는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서식 수심과 크기입니다. 돌문어(참문어)는 보통 수심 50m 이내의 얕은 바다에 살며 크기가 작고 촘촘한 빨판을 가졌습니다. 반면 대문어(피문어)는 수심 100~200m의 깊고 차가운 바다에 살며 최대 40kg까지 자라는 대형 종입니다. 맛 또한 대문어가 훨씬 달고 식감이 부드러워 고가에 거래됩니다.

왜 대문어는 양식을 하지 않고 자연산만 고집하나요?

대문어는 양식이 불가능합니다. 영역 본능이 강하고 성격이 사나워 좁은 공간에 함께 두면 서로 공격해 죽이는 습성이 있습니다. 또한, 알에서 깨어난 초기 유생 단계에서 어떤 먹이를 먹는지 생태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인공 번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단지 조업'의 원리는 무엇인가요?

대문어가 어둡고 좁은 틈새나 바위 구멍에 들어가 숨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한 전통 어법입니다. 바다 밑에 흙단지를 던져두면 산란기를 맞은 문어가 이를 아늑한 은신처로 착각해 스스로 기어 들어갑니다. 미끼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문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육질이 매우 연한 상태로 어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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