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2012년 모바일 SNS의 폭발적 성장 이후 현대인의 우울감이 급증한 핵심 원인은,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없어 끊임없이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기 때문입니다.
  • 이를 극복하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깊이 몰입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대신 진정한 '휴식'을 취하며, 낯선 공간으로 삶의 맥락을 이동시키는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은 타인의 피상적인 인정을 구하는 대신 자신의 성장에 스스로 '감탄'하고, 나아가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리스펙트)하는 태도에서 완성됩니다.

우리가 요즘 이상하게 우울하고 불안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요? 통념처럼 돈이 부족하거나 직장에서 성공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나만의 '취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 몰입할 때 행복한지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내 취향이 비어있는 자리에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채워 넣으려다 보니 우울이라는 늪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취향을 찾고,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감탄'하는 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1. 지금 우리가 이상하게 우울한 이유: SNS와 취향의 부재

2012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청소년과 청년층의 자살, 자해, 우울증 지표가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이 시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12년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모바일 버전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며 스마트폰 보유율이 50%를 넘어선 시점입니다. 즉, PC로 하던 SNS가 내 손안의 모바일로 들어온 원년입니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청소년의 정신 건강 지표 변화를 보여주는 꺾은선 그래프와 이를 설명하는 남성 출연자.

2012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한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자해 지표는 현대 사회의 심리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SNS에 몰두하며 타인의 삶을 훔쳐볼까요? 내 취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으니, 남들이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는지 끊임없이 비교하며 그들의 기준에 합격하려 애를 씁니다. 내 기준이 없다는 것은 우울로 빠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타인의 취향을 흉내 내는 삶에는 결코 주체적인 만족이 있을 수 없습니다.

2. 주체적인 삶의 시작: 내 취향을 공부하라

원래 학교의 어원인 그리스어 '스콜레(Schole)'는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뜻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기는 기술, 즉 내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근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학교는 오직 남을 이기고 테스트에 합격하는 기술만 가르치는 곳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주체적 삶이란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입니다. 회사 다니는 것이 힘들고 슬픈 이유는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울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려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발견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플로우(Flow, 몰입)' 경험이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은 테스트에 합격할 때가 아니라,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며 내면이 성장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3. 나와 싸우지 마세요, 진짜 '휴식'의 조건

우리는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먼저 내 안의 관점, 즉 '메타인지'를 가져와야 합니다. 철학에서는 이를 '셀프 리플렉션(Self-reflection)'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과거 일본 학자들이 이를 '자기 반성'으로 번역하면서 큰 오해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성찰을 한답시고 매일같이 자신을 질책하고, 괴롭히고, '나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며 자랑합니다.


적정 각성 수준을 설명하는 그래프와 강연자가 담긴 화면

놀이와 휴식은 각성 수준을 조절하는 서로 다른 방식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셀프 리플렉션은 자기 반성이 아니라 '휴식'입니다. 쉴 휴(休) 자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고, 쉴 식(息) 자는 스스로(自)의 마음(心)을 돌이켜본다는 뜻입니다. 즉, 나무에 기대어 나와 부드럽게 대화하는 것이 진짜 휴식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쉬라고 하면 또 자극적인 놀이를 찾아 나섭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복잡한 도시와 SNS가 한껏 끌어올린 각성 수준을 조용히 낮추고,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와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4. 정서적 빈곤을 채우는 감각의 기술

메타인지를 키우고 정서적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들이 있습니다. 첫째, 책을 '더럽게' 읽어야 합니다. 밑줄을 치고 여백에 낙서하는 행위는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저자 및 나와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메타인지를 강력하게 활성화시킵니다.


미술관에서 세 사람이 벽에 걸린 추상화를 함께 감상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미술관 관람은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삶의 활력을 찾는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수집해야 합니다. 현대인들이 캠핑을 가서 '불멍'을 하는 이유는, 인류가 불을 피워놓고 함께 바라보며 정서를 교류했던 원초적인 '조인트 어텐션(Joint Attention)'의 경험을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에서 화가의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고, 음악회에서 타인과 함께 리듬을 공유하며 정서를 조율하는 경험은 메타말라버린 현대인의 감정을 다시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5.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맥락'을 바꿔라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라"라고 말했습니다. 삶의 맥락이 바뀌면 시선이 바뀌고, 시선이 바뀌면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며, 결국 나 자신이 바뀝니다.


역지사지의 뇌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슬라이드와 이를 설명하는 남성 출연자의 모습

공간을 옮기거나 관점을 바꾸는 행위는 뇌의 동일한 부위를 활성화하며, 이는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핵심적인 경험이 됩니다.


우리는 던져진 질문에 대답만 하며 사는 데 익숙합니다. 집값을 따라, 직장을 따라 수동적으로 공간을 이동할 뿐, 내 삶의 맥락을 주체적으로 결정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멀리 혼자 여행을 떠나보십시오. 혼자 여행하며 두고 온 사람들을 생각할 때 비로소 내 삶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이 가능해집니다. 은퇴 후 빈집이 넘쳐나는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보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한 곳에만 머물러 있으면 생각도 고입니다. 장소를 바꾸는 경험이 곧 타인과 소통하는 뇌의 부위를 활성화시킵니다.

6. 궁극의 해결책: 타인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감탄'

우리는 도대체 왜 살까요? 심리학자로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인간은 '감탄하고, 감탄받기 위해' 삽니다.

발달심리학자 비고츠키의 이론을 빌려오자면, 아기는 엄마의 감탄을 먹고 자랍니다. 아기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기뻐하고 감탄해 주는 엄마가 있기 때문에 아이는 성장합니다. 이 '감탄해 주는 엄마'의 존재가 내면화된 것이 바로 건강한 자존감이자 메타인지입니다.


서재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안경을 쓴 남성이 마이크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의 삶에 감탄하며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어른이 되면서 타인의 감탄, 즉 '인정 욕구'에만 목을 매게 된다는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비싼 차를 타고,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것은 결국 남들에게 '따봉'을 받고 싶어서입니다. 하지만 돈으로 사는 감탄은 마약과 같아서 금세 지루해집니다.

진정한 행복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탄, 즉 내 성장을 통해 나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것입니다. 남의 평가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무언가를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입니다. 나 스스로에게 감탄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성장에도 진심으로 감탄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감탄의 표정 하나가 닫힌 마음을 열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결핍된 가치인 '존중(Respect)'을 회복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FAQ

취향을 갖는 것이 왜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되나요?

내 취향이 확고하면 타인의 기준이나 SNS 속 화려한 삶과 나를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Flow)하는 과정 자체가 흔들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불안과 우울을 잠재우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휴식'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흔히 말하는 '자기 반성'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다. 한자어 휴식(休 나무에 기대어 息 마음을 돌이켜봄)의 뜻 그대로, 각성 수준을 낮추고 조용히 자신과 대화하며 메타인지를 회복하는 시간이 진짜 휴식입니다.

타인의 인정보다 스스로에 대한 '감탄'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돈, 권력, 명품 등을 통해 얻는 타인의 인정은 마약과 같아서 금세 지루해지고 평생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게 만듭니다. 반면,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기뻐하고 감탄하는 습관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존감과 행복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원본 영상 보기

# SNS
# 감탄
# 김정운
# 메타인지
# 문화심리학
# 우울증
# 주체적삶
# 취향
# 플로우
#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