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박기주 |
서울 종로구 창덕궁의 후원은 궁궐 북쪽 산자락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꾸민 왕실 정원이다. 담장 안쪽으로 낮은 언덕과 골짜기가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에 연못과 정자가 자리 잡았다. 조선의 왕과 왕실 가족이 책을 읽고 쉬며 계절을 즐기던 곳으로, 오랫동안 아무나 드나들 수 없었던 공간이다. 지금도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곳이 아니라 정해진 회차에만 문을 연다. 전각과 마당이 먼저 보이는 궁궐 앞쪽과 달리 이곳은 숲이 먼저 눈에 들어와, 가을이면 정원 전체의 색이 나무를 따라 바뀐다.
관람은 예약한 회차에 맞춰 해설사 안내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다. 개방 구역을 도는 길은 약 2.5km, 걸리는 시간은 약 90분이다. 산림청 예측을 바탕으로 한 여행 정보에서는 올해 이 일대 단풍이 11월 1일 무렵 가장 짙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말부터 11월 첫째 주 사이에 찾으면 연못가 나무들이 붉고 노랗게 물든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네모난 연못과 정자에 비치는 단풍
관람지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이정규 |
후원 입구에서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처음 나타나는 곳이 부용지다. 네모난 연못 가운데에 둥근 섬이 떠 있고, 한쪽 모서리에는 기둥 두 개를 물속에 담근 정자 부용정이 서 있다. 맞은편 언덕 위로는 2층 누각 주합루가 올려다보인다. 바람이 잦아든 날에는 정자 지붕과 주변 나무가 수면에 그대로 비쳐 연못이 위아래로 두 번 물든다.
창덕궁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애련지가 나온다. 부용지보다 작은 연못이지만 둘레를 나무가 바싹 둘러싸고 있어 숲속에 숨은 물가처럼 보인다. 연못가에는 작은 정자 애련정이 서 있고, 가을에는 정자 뒤편 나무가 붉게 바뀌면서 물 위에도 같은 색이 겹친다. 애련지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큰 돌 하나를 깎아 만든 불로문이 서 있다.
해설 따라 걷는 90분 정원 산책
창덕궁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후원은 정해진 길을 따라 해설사와 함께 걷는다. 길은 흙길과 돌길이 섞여 있고 낮은 언덕을 몇 번 오르내린다. 큰 산을 오르는 정도는 아니어서 걷는 데 크게 부담은 없지만, 단풍철에는 낙엽이 쌓여 미끄러울 수 있어 바닥이 단단한 신발이 편하다.
창덕궁 달빛기행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연못을 하나 지날 때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것이 이 길의 재미다. 탁 트인 부용지에서는 하늘과 누각까지 한 화면에 담기고, 애련지를 지나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머리 위가 나뭇가지로 덮인다. 해설을 들으며 걷다 보면 정자마다 붙은 이름과 쓰임새도 함께 알게 돼 같은 단풍도 다르게 보인다.
예매 방법과 요금, 찾아가는 길
창덕궁 달빛기행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후원 특별관람 요금은 대인 5,000원이다. 후원은 창덕궁 안에 있어 창덕궁 관람권을 따로 갖춰야 하며, 대인 관람권은 3,000원이다. 궁궐 무료 관람일에도 후원은 무료 대상에서 빠진다.
온라인 예매는 관람일 6일 전 오전 10시부터 열린다. 회차마다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 단풍이 짙어지는 시기의 주말을 노린다면 예매가 열리는 시각에 맞춰 신청하는 편이 낫다.
창덕궁에는 전용 주차시설이 없어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이 좋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정문인 돈화문까지 걸어가면 되고, 돈화문으로 들어가 궁궐 안쪽으로 이동하면 후원 입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