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바닥의 마른 수건 위에 한 켤레의 검은 가죽 구두와 식빵 속살이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비는 굵지 않아도 오래 내려서, 아침에 신고 나간 가죽 구두가 퇴근길에는 코끝부터 발등까지 짙게 젖어 돌아온다. 하룻밤 두었다가 꺼내 보면 젖었던 자리의 경계에 하얀 테가 남아 있고, 길에서 튄 흙까지 함께 말라붙어 있어서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이럴 때 대부분 물수건이나 젖은 행주를 꺼내 얼룩진 자리를 문지른다. 닦는 동안에는 얼룩이 옅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 마르고 나면 테두리가 처음보다 더 넓게 번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두어 번 헛손질을 하다가 얼룩이 남은 채로 신발장에 넣어 두게 된다.
비에 젖어 얼룩진 가죽 구두에는 물수건 대신 식빵 속살을 쓰는 방법이 있다. 테두리를 잘라낸 흰 부분을 조금 떼어 얼룩진 자리를 살살 문지르면 표면에 낀 때가 빵에 묻어 나온다. 따로 살 것도 없이 마른 수건 한 장과 식빵 한 조각, 가죽 전용 크림만 있으면 된다.
물수건으로 문지르면 얼룩 테두리가 더 넓어지는 이유
검은 가죽 구두 발등의 옅은 물얼룩 테두리가 가까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죽에 생기는 물얼룩은 물이 남긴 자국이 아니라, 가죽 속에 들어 있던 것이 물길을 따라 옮겨 가면서 생긴다. 가죽은 물을 머금으면 부풀고, 마를 때는 물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경계 쪽으로 유분과 색소가 밀려 나오는데, 그 선에 몰린 성분이 하얗거나 누렇게 도드라져 테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물수건으로 그 자리만 다시 문지르면 얼룩이 있던 곳에 물을 한 번 더 먹이는 셈이 된다. 젖는 범위가 원래 얼룩보다 넓어지니 마른 뒤에 남는 경계선도 그만큼 밖으로 밀려나고, 젖은 가죽을 힘주어 비비는 동안 표면 결이 일어난다.
식빵 속살은 물을 더하지 않고 표면에 남은 것만 닦아내는 데 쓴다. 흰 부분은 손가락으로 몇 번 뭉치면 지우개처럼 말랑한 덩어리가 되는데, 이 덩어리가 가죽 결 사이에 낀 흙먼지와 오래된 구두약 찌꺼기를 붙잡은 채로 부스러져 떨어진다. 얼룩진 구두는 물을 더 대는 대신 표면의 때를 닦아내는 쪽으로 손을 봐야 한다.
깨끗한 손이 뭉친 식빵 속살로 검은 가죽 구두의 발등을 가볍게 닦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비에 젖은 가죽 구두 물얼룩 지우는 방법
마른 수건을 댄 손이 검은 가죽 구두의 겉면을 눌러 물기를 옮기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집에 들어오면 구두를 신발장에 넣지 말고 바로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빼는 것이 첫 순서다. 수건을 겉면에 대고 손바닥으로 두어 번 꾹 눌러 물을 옮겨 받되 문지르지는 않는다. 안쪽에는 신문지를 구겨 발끝까지 채워 넣어 모양을 잡아 주고, 종이가 축축해지면 30분쯤 뒤에 새것으로 갈아 넣는다.
겉면이 어느 정도 마르면 말라붙은 흙을 마른 솔로 가죽 결을 따라 살살 쓸어 먼저 떨어낸다. 그다음 식빵 흰 부분을 엄지손톱만큼 떼어 손가락으로 한 번 뭉친 뒤 얼룩진 자리를 문지르는데, 얼룩 가운데에서 시작해 테두리 쪽으로 작게 원을 그리듯 넓혀 가고 힘은 가죽이 눌려 들어가지 않을 만큼만 준다. 빵 부스러기가 회색으로 변하면 그 조각은 버리고 새로 떼어 쓰면 되고, 색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표면 때가 다 닦인 것이다.
남은 부스러기를 털어낸 구두는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 하루 정도 둔다. 햇볕에 내놓거나 드라이기로 빨리 말리면 가죽이 수축해 딱딱해지고 갈라지니, 신발장 문을 열어 둔 채로 두는 정도가 안전하다. 속까지 마른 뒤에 가죽 전용 크림을 콩알만큼 마른 천에 묻혀 얇게 펴 바르고, 5분쯤 지나 마른 천으로 문질러 윤을 낸다.
열어 둔 신발장 앞에서 마른 천에 소량의 가죽 크림을 묻혀 구두를 닦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식빵으로 문지르는 손질은 표면이 매끈한 소가죽 구두에 쓴다. 스웨이드나 누벅처럼 털이 서 있는 가죽은 빵 부스러기가 결 사이에 남으니 전용 지우개와 솔로 손질하는 것이 좋다. 신발장도 일주일에 한 번 30분 이상 문을 열어 습기를 빼 주고 깔창은 꺼내 30분쯤 햇볕에 말려 두면 축축한 냄새가 한결 덜하다.
비 맞은 구두는 그날 저녁에 10분만 손을 보면 테가 남기 전에 정리되니, 식빵 흰 부분 한 조각을 남겨 두고 문질러 보길 권한다. 구두를 그때그때 닦아 두는 일은 몇 해를 더 신을 신발의 가죽이 갈라지지 않게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