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찜기 위에 다시마를 깔고 깨끗이 씻은 고구마를 한 겹으로 올린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으로 들어서면 시장과 마트에 햇고구마가 쌓인다. 흙이 묻은 채로 상자에 담겨 나온 고구마를 한 봉지 사 와서 저녁거리로 냄비에 찌는 집이 많은데, 찜기에 고구마를 올리고 뚜껑을 닫아 두면 집 안에 단 냄새가 퍼져 기대가 된다. 그런데 정작 꺼내서 반을 갈라 보면 생각했던 만큼 촉촉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불을 더 세게 올리고 시간도 길게 잡아 보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바닥의 물이 먼저 졸아들어 냄비에서 탄 냄새가 올라오기도 하고, 20분을 넘겨 쪘는데도 속이 퍽퍽해서 한 입 먹고 물을 찾게 된다. 덜 익은 것도 아니고 너무 익은 것도 아닌데 맛이 심심하다.
이럴 때 라면 국물 낼 때나 쓰던 말린 다시마 두 장을 꺼내 찜기에 함께 넣으면 결과가 달라진다. 다시마 두 장이면 찌는 시간이 3~5분 줄어들고 속은 한결 촉촉하게 풀리는데, 설탕을 넣거나 조리 도구를 새로 사지 않고 찬장에 있는 다시마만 더하면 되는 방법이다.
오래 쪄도 속이 퍽퍽해지는 고구마
김이 고르게 차오르는 냄비 안에서 찜기 위 고구마를 익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찐 고구마의 단맛은 속에 든 전분이 익는 동안 당으로 바뀌면서 나는데, 이 당화는 약 60~70도에서 천천히 진행될 때 가장 활발하다. 센 불로 단숨에 몰아쳐서 이 온도대를 빠르게 지나가 버리면 고구마는 익기만 하고 단맛이 덜 오르며, 속의 수분도 같이 날아가 입에 넣었을 때 목이 메는 느낌이 된다.
문제는 가정용 냄비에서 그 온도대를 길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이 세게 끓으면 수증기가 한쪽으로 거칠게 치솟아 고구마 겉면만 먼저 뜨거워지고, 바닥 물이 빨리 졸아들어 중간에 물을 더 붓게 되면서 냄비 안 온도가 들쭉날쭉해진다. 그러는 사이 고구마는 겉은 물컹하고 속은 퍽퍽한 상태로 익는다.
다시마는 물에 넣어 두면 표면에서 미끌미끌한 점질이 풀려나오는데, 이 성분이 물에 퍼지면 물이 덜 졸아들어 수증기가 냄비 안에 고르게 찬다. 찜기 위에 한 장을 깔면 아래에서 바로 올라오는 열이 고구마 밑면에 직접 닿지 않아 열이 순하게 퍼진다. 그래서 겉만 익히는 쪽이 아니라 속까지 천천히 데우는 쪽으로 냄비를 잡아 줘야 한다.
고구마 속까지 촉촉하게 찌는 방법
솔로 씻은 크기가 비슷한 고구마와 마른 다시마 두 장을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손바닥 크기의 말린 다시마 두 장과 찜기를 올릴 냄비가 전부다. 다시마는 양념이 되어 있지 않은 국물용 마른 다시마를 쓰고, 고구마는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질러 흙을 씻어 낸 다음 굵기가 비슷한 것끼리 모아 둔다. 굵기가 제각각이면 한쪽이 설익는다.
냄비 바닥에 물을 2~3컵, 400~500mL쯤 붓고 다시마 한 장을 그대로 담근다. 미리 불려 두지 않아도 끓는 동안 금방 퍼지니 마른 채로 넣으면 된다. 물은 찜기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만 받고, 남은 다시마 한 장은 찜기 위에 펼쳐 깔아 그 위에 고구마를 한 겹으로 올린다.
냄비 바닥 물에 다시마 한 장을 담그고 찜기 위에도 한 장을 깐 구성.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뚜껑을 닫고 센 불에서 끓여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바로 중약불로 낮춰 20~25분을 둔다. 손목만큼 굵은 고구마는 30분까지 잡는다. 젓가락으로 가장 굵은 고구마의 가운데를 찔러 끝까지 쑥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고, 걸리는 느낌이 있으면 5분을 더 둔다. 물이 모자라면 찬물 대신 뜨거운 물을 부어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한다.
익은 고구마의 가운데에 나무젓가락을 찔러 익힘 정도를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불을 끈 뒤에도 뚜껑을 덮은 채 5분쯤 그대로 두면 남은 열로 속이 한 번 더 부드러워진다. 뚜껑을 열 때는 수증기가 한꺼번에 올라오니 얼굴을 비끼고 몸 반대쪽부터 들어 올린다. 다시마를 물에만 담가 쓰기 때문에 고구마에 짠맛이 배지는 않고, 다 찐 다시마는 흐물흐물해지므로 건져서 버린다.
햇고구마가 한창 나오는 때에 다시마 두 장을 찜기 옆에 같이 두고 찌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고구마 한 봉지를 사다가 제대로 찌는 일은 간식값을 따로 쓰지 않고 식구들 입에 맞는 군것질을 만들어 두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