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세운 등대에 서니 독도까지 보인다니"... 편도 한 시간 걸리는 해안 절벽 전망 코스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천준교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천준교

울릉도 도동항 여객선터미널 뒤편으로 돌아가면 바다 쪽 절벽에 붙여 놓은 좁은 길이 시작된다. 행남 해안산책로다. 난간 바로 아래가 물이라 걷는 동안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따라온다. 길은 절벽이 끊어진 자리마다 다리와 터널로 이어진다.

도동항에서 행남등대를 지나 저동항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전체 길이는 1.9km로, 편도 한 시간쯤 걸린다. 화산섬의 검은 기암이 물속까지 그대로 내려가 바다는 수심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발밑 가까운 쪽은 바닥 자갈이 보일 만큼 맑고, 조금 멀어지면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바뀐다.

등대에 오르면 보이는 바다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천준교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천준교

행남등대는 1954년에 세운 등대로, 산책로가 가장 높아지는 자리에 있다. 등대 앞에 서면 저동항과 그 앞에 솟은 촛대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984m)과 멀리 독도 방향까지 시야가 열린다.

등대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도동항에서 500m 정도 바다를 끼고 걷다가 숲 쪽으로 방향이 꺾이면서 고도가 올라간다. 오르는 동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해안선 모양이 계속 달라지고, 바위에 가려 있던 물빛이 높이가 바뀔 때마다 넓게 드러난다.

길에는 바위를 뚫어 만든 짧은 터널과 계단이 섞여 있다. 평지만 이어지는 산책로는 아니어서 등대 구간에서는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린다. 대신 바다와 떨어진 높이가 자주 바뀌어 같은 해안을 여러 각도에서 보게 된다.

소라 껍질처럼 휘어 내려가는 계단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등대에서 저동항 쪽으로 넘어가면 소라계단이 나온다. 절벽 한 면에 원통형으로 세운 나선 계단으로, 소라 껍질 안쪽처럼 돌아 내려간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촛대바위가 바로 앞이고, 저동항으로 들어오는 어선이 그 옆을 지난다.

이 구간 바위 틈에는 가을에 노란 꽃이 핀다. 털머위는 바닷가 절벽에 자라는 식물로 10월 무렵 국화를 닮은 노란 꽃을 올린다. 잎이 두껍고 윤이 나서 꽃이 지고 나서도 초록이 진하다. 바다색과 꽃색이 함께 눈에 들어오는 시기가 이맘때다.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저동항에서 소라계단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절벽 아래쪽을 따라간다. 머리 위로 바위가 기울어진 자리에는 낙석을 막는 피암터널이 설치돼 있어, 그 안을 지날 때는 바다가 창처럼 끊어졌다 이어진다. 물가에는 파도에 깎여 구멍이 난 바위가 줄지어 있다.

지금 열려 있는 구간과 걷는 순서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울릉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전체 1.9km 가운데 걸을 수 있는 구간은 두 토막이다. 저동항 촛대바위에서 소라계단까지 약 900m, 도동항에서 행남등대 방향으로 약 500m가 열려 있다. 그 사이 500m는 낙석과 노후 교량 교체 문제로 막혀 있어 양쪽을 이어 한 번에 통과하지는 못한다.

낙석이 자주 생기는 길이다. 2026년 4월에는 3t 규모 낙석이 떨어져 한동안 전 구간이 통제됐다. 너울성 파도가 높은 날이나 바람이 강한 날에도 예고 없이 막힌다. 울릉군이 보수공사를 거쳐 구간을 다시 여는 일이 반복돼 왔고, 막힌 500m의 재개통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산책로 이용료는 없다.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바로 걸어 들어갈 수 있어 배에서 내린 뒤 남은 시간에 다녀오기 좋다. 저동항에서 시작하면 촛대바위를 먼저 보고 소라계단을 올라가는 순서가 되는데, 열려 있는 구간이 더 길어 바다를 끼고 걷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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