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안에서 짙은 갈색 카레를 흰 주걱으로 천천히 젓는 마무리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집에서 끓인 카레는 레시피대로 했는데도 어딘가 심심할 때가 있다. 감자와 당근은 알맞게 익었고 색도 노랗게 잘 나왔는데,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맛이 앞에서 끝나고 뒤가 비어 있다. 밖에서 먹던 카레처럼 묵직하게 감기는 맛이 나지 않아 아쉬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때 흔히 하는 것이 카레 가루를 더 풀거나 불을 줄여 오래 끓이는 일이다. 가루를 더 넣으면 맛은 세지지만 매운맛과 짠맛만 앞서고, 오래 끓이면 국물이 걸쭉해질 뿐 비어 있던 자리는 그대로다. 고기나 채소를 더 넣어 봐도 밋밋한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때 끓이는 마무리 단계에서 초콜릿을 한 스푼 정도 넣으면 카레 맛이 한결 진해진다. 달게 만들려고 넣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의 쓴맛으로 앞에만 서 있던 향신료 맛을 아래에서 받쳐 주려고 넣는 것이다.
카카오의 쓴맛이 카레 맛을 아래에서 받쳐 주는 이유
고형 카레가 완전히 풀린 냄비 속 카레에 짙은 갈색 초콜릿 조각을 넣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집에서 끓인 카레가 밋밋한 이유는 맛을 아래에서 받쳐 주는 쓴맛과 기름기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고형 카레나 카레 가루에 든 향신료는 향이 먼저 확 올라오고 금방 옅어지는 성질이 있다. 받쳐 주는 맛이 없으면 향신료 향만 혼자 떠 있다가 끝나고, 국물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가루를 더 넣는 쪽으로는 비어 있는 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 가루를 늘리면 매운맛과 소금기가 같이 늘어나 혀를 먼저 때리고, 오래 끓이면 물이 줄어 농도만 진해진다. 혀에 닿는 세기와 맛의 두께는 다른 것이라서, 세게 만드는 쪽으로 손을 대면 짜기만 한 카레가 된다.
초콜릿이 통하는 이유는 카카오 안에 쓴맛과 기름기가 함께 들어 있어서다. 카카오의 쓴맛은 향신료의 매운맛을 눌러 주고, 코코아 버터의 기름기는 국물에 퍼져 입에 닿는 느낌을 부드럽게 만든다. 여기에 짙은 갈색이 섞여 들어 국물 색까지 깊어진다. 끓이는 시간을 늘리는 대신 마무리에 한 스푼을 넣는 쪽으로 손을 대는 것이 훨씬 빠르다.
카레에 초콜릿 한 스푼 넣어 맛 진하게 내는 방법
70% 이상 다크 초콜릿 한 조각과 잘게 쪼갠 조각을 작은 흰 접시에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카카오 함량 70% 이상인 다크 초콜릿 한 스푼 정도로, 얇은 판형 초콜릿이라면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집에 코코아 가루가 있으면 설탕이 섞이지 않은 순수 코코아 가루를 같은 양으로 대신 쓸 수 있다. 밀크 초콜릿은 설탕과 분유가 많이 들어 단맛이 먼저 올라오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끓이기 전 단계에서 양파를 먼저 볶아 두면 초콜릿을 넣었을 때 맛이 더 분명해진다. 썬 양파를 버터 한 조각에 중약불로 볶아 테두리가 갈색이 될 때까지 두면 단맛과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데, 여기에 고기와 감자, 당근을 같이 볶은 다음 물을 붓고 고형 카레나 카레 가루를 풀어 끓인다.
버터에 볶아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익은 채 썬 양파가 프라이팬에 펼쳐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재료가 다 익고 국물이 걸쭉해지는 마무리 단계에서 불을 약하게 줄이고 초콜릿을 넣는다. 조각째 넣으면 바닥에 가라앉아 눌어붙기 쉬우니 잘게 쪼개 넣고, 주걱으로 냄비 바닥을 긁듯이 저어 완전히 녹을 때까지 1~2분을 더 끓인다. 국물 색이 한 톤 짙은 갈색으로 돌고 표면에 윤기가 보이면 다 녹은 것이다.
잘게 쪼갠 다크 초콜릿이 녹아 든 카레 냄비 바닥을 흰 주걱으로 저어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맛을 더 손보고 싶으면 이 단계에서 한 가지만 골라 넣는다. 고소한 맛을 원하면 우유나 생크림을 한 컵, 단맛이 부족하면 사과 간 것이나 꿀, 잼을 조금씩, 신맛을 더하려면 토마토 제품을 한 컵쯤 넣는다. 초콜릿은 한 스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두 스푼 이상 넣으면 단맛이 앞에 서서 카레 향이 묻힌다.
다음에 카레를 끓일 때는 불을 끄기 직전에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 넣어 보길 권한다. 장을 새로 보지 않고 서랍에 두었던 한 조각만으로 식구들이 먹는 한 끼의 맛을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