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산성 / 한국관광공사-신혜성 |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에는 영강을 내려다보는 산비탈을 따라 돌로 쌓은 성벽이 길게 이어진다. 고모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산성으로, 1,500년 가까운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보냈다. 성벽 일부는 복원되어 그 위를 걸을 수 있고, 돌을 쌓아 올린 면과 성문이 능선 모양 그대로 굽어 있다.
성벽 위로 올라서면 발아래로 영강이 나타난다. 강은 산자락에 막혀 한 번 크게 휘고, 강을 따라 난 도로도 같은 방향으로 돌아 나간다. 강 위에는 철교와 구교, 신교 세 개의 다리가 나란히 걸려 있어 물줄기의 굽은 선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이 일대가 진남교반이다.
강과 길과 산이 함께 휘어 도는 자리
고모산성 / 한국관광공사-신혜성 |
진남교반은 1933년 경북 팔경을 선정할 때 1경으로 꼽힌 곳이다.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층암절벽이 강을 끼고 이어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휘어 도는 선이 세 겹으로 겹쳐 보인다. 강이 돌아 나가는 모습을 물태극, 도로가 돌아 나가는 모습을 길태극, 산줄기가 겹쳐 돌아가는 모습을 산태극이라고 부른다.
성벽 위에서는 이 세 가지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강물이 바위 절벽에 부딪혀 방향을 바꾸고, 그 위를 지나는 도로와 다리가 강의 선을 따라가며, 뒤쪽 산줄기가 겹쳐지면서 깊이를 만든다. 가을에는 절벽 사이사이의 활엽수가 색을 바꿔 바위의 회색과 강물의 푸른색 사이에 붉고 노란 면이 끼어든다. 문경 일대 단풍은 보통 10월 하순부터 11월 초 사이에 가장 짙어진다.
성곽길 끝에서 왼쪽 500m, 절벽에 붙은 옛길
고모산성 / 한국관광공사-신혜성 |
성곽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500m쯤 더 걸으면 토끼비리 전망대가 나온다. 토끼비리는 영강 옆 절벽을 깎아 만든 옛길로,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람이 오래 밟아 바닥 돌이 반들반들해진 구간이 남아 있고, 한쪽은 바위벽이고 다른 한쪽은 강으로 떨어지는 지형이다.
길 폭이 좁아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인 구간도 있고, 바위를 피해 길이 안쪽으로 꺾이는 곳에서는 시야가 한 번 닫히다가 다시 강으로 열린다.
이 전망대에서 보는 각도는 성벽 위와 다르다. 강에 더 가까이 붙어 있어 물이 휘어 드는 지점을 정면에서 마주하게 되고, 절벽의 높이도 눈으로 가늠된다. 숲길과 절벽길, 돌계단과 데크가 번갈아 이어져 걷는 동안 발밑 감촉과 시야가 함께 바뀐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고모산성 / 한국관광공사-신혜성 |
출발점은 마성면 고모산성길에 있는 고모산성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성곽길을 따라 오르면 능선 전망 구간까지 닿고, 여기서 토끼비리까지 더 걸으면 왕복 한두 시간 정도의 짧은 트레킹이 된다. 진남휴게소 쪽에서 토끼비리로 먼저 올라가는 길도 있어, 성곽길과 절벽길의 순서를 바꿔 걸을 수 있다. 오르막은 주차장에서 성벽까지 이어지는 초반 구간에 몰려 있고, 능선에 올라선 다음부터는 성벽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운동화 정도면 걷는 데 무리가 없다.
고모산성 / 한국관광공사-신혜성 |
입장료와 주차비는 받지 않으며, 야외 구간이라 정해진 개방 시간 없이 드나들 수 있다. 다만 절벽을 따라가는 구간과 성벽 위는 난간 없이 트인 곳이 있어 비 온 뒤나 해가 진 뒤에는 걷기 어렵다. 오후 늦게 가면 강 건너 산 때문에 그늘이 빨리 지므로, 햇빛이 절벽에 닿는 낮 시간대에 올라가는 편이 풍경을 보기에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