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와 양파를 깐 냄비에서 고등어조림 옆에 말린 귤껍질 두 조각이 국물에 잠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등어는 값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살도 두툼해서 조림으로 올리기 좋은 생선인데, 냄비 뚜껑을 열 때마다 올라오는 비린내 때문에 손이 덜 가기도 한다. 밥상에 올려놓으면 식구들이 젓가락을 대다 말고 물을 찾고, 다 먹은 뒤에도 주방에 냄새가 한참 남아 창문을 열어 두게 된다.
그래서 조리 전에 쌀뜨물이나 식초를 푼 물에 잠깐 담가 두고, 양념에 생강과 마늘을 넉넉히 넣는 집이 많다. 이렇게 하면 손질할 때 올라오던 냄새는 한결 덜하지만, 냄비를 올리고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비린내가 다시 살아나 밥상까지 따라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쓸 수 있는 것이 귤을 먹고 남은 껍질이다. 깨끗이 씻어 바짝 말려 둔 귤껍질 한두 조각을 고등어 옆에 넣고 조리면 조림 특유의 비린내가 확 줄고 뒷맛이 깔끔해진다.
조리는 동안에도 고등어 비린내가 남는 이유
뚜껑을 연 냄비 안에서 고등어조림 국물이 약하게 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등어는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서 살 속의 기름기와 표면에 남은 물기가 비린내를 품고 있다. 이 냄새는 냄비가 뜨거워질수록 국물과 김에 섞여 위로 올라오는데, 담가 두는 밑작업은 겉에 묻은 것을 씻어 내는 일이라 안쪽에서 올라오는 냄새까지는 손이 닿지 않는다.
생강이나 파를 넣는 것도 마찬가지다. 향이 강한 재료는 국물 맛을 잡아 주지만 대개 양념 쪽에 섞여 들어가고, 고등어 살 바로 옆에서 올라오는 냄새와는 거리가 있어 비린내가 센 날에는 향만 겹쳐 느껴진다.
말린 귤껍질은 생선 옆에서 조려진다는 점이 다르다. 귤껍질 겉면에는 향이 진한 기름 성분이 들어 있어 손으로 비비기만 해도 향이 올라오는데, 이 성분이 국물 온도가 오르면서 조금씩 빠져나와 고등어에서 올라오는 비린내와 섞이며 냄새를 눌러 준다. 향을 덧씌우는 쪽이 아니라 냄새 자체를 옅게 만드는 쪽이라서 뒷맛이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고등어조림에 말린 귤껍질 넣어 비린내 빼는 방법
깨끗이 씻은 귤껍질 조각이 창가의 건조망 위에서 말라가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껍질은 미리 만들어 둔다. 귤껍질을 흐르는 물에 한 번 씻고, 굵은소금이나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10분쯤 담가 두었다가 겉면을 문질러 헹군다. 물기를 닦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널어 일주일가량 바짝 말리면 손으로 쪼갰을 때 바스락 소리가 나는데, 이 정도가 되면 통에 담아 두고 쓸 수 있다.
조림은 평소 하던 대로 시작한다. 냄비에 무나 양파를 깔고 고등어를 올린 다음 간장 양념과 물을 붓는데, 말린 귤껍질은 이때 넣는다. 한두 조각을 고등어 살 바로 옆, 국물에 잠기는 자리에 넣어야 향이 생선 쪽으로 퍼진다.
깨끗한 손이 고등어 살 옆 국물에 말린 귤껍질 한 조각을 넣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불은 중불 이하로 둔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낮춰 뚜껑을 덮고 10분에서 15분쯤 조리는데, 불이 세면 귤껍질이 국물 밖으로 밀려 나와 냄비 벽에 붙은 채 타면서 쓴맛이 돈다. 국물이 졸아 양념이 걸쭉해지고 귤껍질이 손끝으로 눌러질 만큼 부드러워지면 다 된 것이다.
약한 불의 고등어조림 국물에 부드러워진 귤껍질 두 조각이 고등어 옆에 잠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조린 뒤에는 귤껍질을 건져 낸다. 그대로 두면 먹다가 씹히고, 오래 두면 쓴맛이 국물로 번진다. 한 번에 두 조각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은데, 많이 넣으면 귤 향이 앞에 서서 간장 맛을 가린다. 같은 방법으로 매운탕을 끓일 때도 귤껍질을 조금 넣으면 비린내가 덜하다.
귤을 먹고 남은 껍질을 씻어 말려 두는 일은 손이 거의 가지 않으니, 겨울에 한 통 모아 두고 생선 조릴 때마다 한두 조각씩 써 보길 권한다. 비린내가 덜한 조림은 식구들이 한 점이라도 더 먹게 되는 반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