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타원 접시에 된장 양념이 고르게 묻은 시금치나물을 담아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이 깊어지면 시금치가 단맛이 오르고 값도 내려가서 한 단씩 사다 데쳐 무치는 집이 많다. 그런데 정작 밥상에 올려놓으면 시금치나물 접시가 가장 늦게 비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한 입 먹고 나면 딱히 기억에 남는 맛이 없어서다.
무칠 때 넣는 것은 대개 소금 조금과 참기름, 통깨 정도다. 이렇게 무치면 고소한 향은 나지만 씹고 난 뒤에 남는 맛이 없어 심심하다. 간이 모자란 것 같아 소금을 더 넣어 봐도 짠맛만 세지고 맛이 깊어지지는 않는다.
이때 소금과 참기름이 하던 자리에 재래식 된장을 넣어 무치면 시금치나물 맛이 확실히 달라진다. 데친 시금치에 재래식 된장 24g과 대파 20g, 다진 마늘 12g을 넣고 무치는 방법이다.
소금과 참기름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시금치나물 맛
데쳐 물기를 짠 시금치와 재래식 된장을 작은 흰 볼에 나란히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시금치는 잎이 얇고 물기가 많은 채소라서 그 자체로는 맛이 옅은 편이다. 게다가 끓는 물에 데치는 동안 잎에 있던 단맛과 향이 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데쳐서 건져 놓은 시금치는 생것보다도 더 밋밋해진 상태다.
여기에 소금을 뿌리면 짠맛만 보태지고 참기름을 넣으면 고소한 향만 올라온다. 두 가지 모두 혀에 오래 남는 감칠맛을 내지는 못해서, 양을 늘려도 밋밋한 속은 그대로이고 겉에만 짠맛과 기름 향이 둘러진 나물이 된다.
재래식 된장은 삶은 콩을 메주로 띄워 소금물에 오래 두고 숙성시킨 양념이라, 짠맛 안에 콩이 삭으면서 생긴 구수한 감칠맛이 함께 들어 있다. 또 되직해서 물기가 남은 시금치 잎에 눌러 붙듯 묻기 때문에 간이 겉에서만 겉돌지 않는다. 그래서 양념의 중심을 소금이 아니라 된장으로 옮기는 쪽으로 손을 대는 것이 좋다.
시금치나물에 재래식 된장 넣어 무치는 방법
끓는 물에 시금치를 짧게 데치는 한국 가정의 가스레인지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데친 시금치 한 단과 재래식 된장 24g, 대파 20g, 다진 마늘 12g이다. 저울이 없으면 된장 24g은 밥숟가락으로 수북하게 한 술, 대파 20g은 손가락 길이로 한 토막, 다진 마늘 12g은 작은 한 술 정도로 보면 된다.
먼저 냄비에 물을 2리터 넘게 받아 센 불로 끓이고, 물이 끓어오르면 소금을 한 꼬집 넣고 시금치를 넣는다. 데치는 시간은 30초에서 1분 사이로 잡고 1분을 넘기지 않는데, 더 두면 잎이 흐물흐물해져 무칠 때 뭉개진다. 건져 낸 시금치는 찬물에 두세 번 헹군 다음 한 줌씩 쥐고 물이 더 떨어지지 않을 만큼 꽉 짠다.
찬물에 헹군 시금치를 두 손으로 꼭 짜 물기를 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기를 짠 시금치는 볼에 넣고 엉킨 줄기를 손으로 몇 번 풀어 놓은 다음, 재래식 된장 24g을 올리고 숟가락 등으로 눌러 펴서 한 덩이로 뭉친 된장을 먼저 풀어 준다. 거기에 썰어 둔 대파 20g과 다진 마늘 12g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치는데, 잎마다 연한 갈색 기운이 고르게 돌고 흰 줄기 쪽까지 색이 묻으면 다 무쳐진 것이다.
볼 안의 시금치에 된장과 대파, 다진 마늘을 넣고 손으로 무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치기가 끝나면 한 젓가락 먹어 보고 간이 모자랄 때만 된장을 아주 조금씩 더 넣는 것이 좋다. 여기서 소금을 넣으면 짠맛만 세져 처음 먹던 맛으로 돌아간다. 참기름은 넣지 않아도 되고, 개량식 된장은 재래식보다 짠맛이 약하고 단맛이 있어서 같은 24g으로는 간이 싱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맛을 보면서 양을 늘린다.
시금치를 한 단 사 왔다면 그날 바로 데쳐 이 방법으로 무쳐 보길 권한다. 늘 올라오던 나물 한 접시의 맛이 달라지면 밥상에서 식구들 젓가락이 가는 자리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