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노랗게 물들기 전에 주워보세요"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책장 앞에서 펼친 책 가운데에 푸른 은행잎 한 장을 끼워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책장 앞에서 펼친 책 가운데에 푸른 은행잎 한 장을 끼워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가을로 들어서면 거실 책장 앞에 섰을 때 오래 꽂아 둔 책에서 쿰쿰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름 장마를 한 번 지나온 책은 표지를 펼치는 순간 종이 냄새와는 다른 묵은 냄새가 나고, 몇 장 넘기다 보면 종이를 파먹은 작은 구멍이나 하얀 가루가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책장 한쪽에 제습제를 넣어 두거나 작은 통에 베이킹소다를 담아 세워 두는 집이 많은데, 며칠 지나 다시 책을 펼쳐 보면 냄새는 그대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습제는 책장 안에 떠 있는 공기의 물기를 줄이는 물건이라서, 이미 종이 속에 배어든 습기까지는 손이 닿지 않는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것이 지금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푸른 은행잎이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 전, 아직 초록빛이 남아 있는 잎을 주워 책 한 권마다 한 장씩 책갈피처럼 끼워 두면 종이에 밴 습기와 좀벌레를 함께 막을 수 있다.

종이에 배어든 습기가 쿰쿰한 냄새를 만드는 이유

책장에 빈틈 없이 꽂힌 책들 사이로 공기가 통할 작은 간격이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책장에 빈틈 없이 꽂힌 책들 사이로 공기가 통할 작은 간격이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책 냄새의 시작은 거의 종이가 머금은 물기다. 종이는 얇은 섬유를 겹쳐 눌러 만든 것이라서 주변 습도가 올라가면 공기 중의 물기를 빨아들이는데, 마를 기회가 없으면 그 물기가 장마가 끝난 뒤까지 종이 사이에 남고 여기에 접착제와 잉크 냄새가 섞이면서 묵은 냄새가 난다.

꽂아 둔 책은 이 물기가 빠져나갈 길이 좁은 것이 문제인데, 책등만 바깥으로 나와 있고 책끼리 빈틈 없이 붙어 있으면 안쪽 종이는 몇 달 동안 바깥 공기를 만나지 못한다. 좀벌레가 종이와 풀을 파먹는 자리도 이렇게 축축하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책 사이다.

은행잎을 끼워 두면 두 가지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잎이 종이 사이에 들어가면 그 자리에 얇은 틈이 생겨 공기가 드나들고, 잎이 옆 종이의 물기를 조금씩 빨아들이면서 마른다. 게다가 은행잎에 든 플라보노이드와 터페노이드 성분은 벌레가 싫어하는 냄새를 내서, 좀벌레가 그 책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준다.

책장에 밴 쿰쿰한 냄새 은행잎으로 빼는 방법

깨끗한 마른 수건 위에서 푸른 은행잎의 물기를 눌러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깨끗한 마른 수건 위에서 푸른 은행잎의 물기를 눌러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9월 하순부터 10월 사이에 은행나무 아래를 보면 아직 초록빛이 남은 잎이 제법 떨어져 있으니, 찢기지 않고 온전한 잎을 책 권수만큼 주워 온다. 주워 온 잎은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군 다음 마른 수건으로 눌러 물기를 닦고, 그늘에 반나절쯤 두어 겉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물기가 남은 잎을 그대로 끼우면 종이에 잎 모양 자국이 남는다.

냄새가 심한 책은 잎을 끼우기 전에 습기부터 뺀다. 그 책을 책장에서 꺼내 식탁이나 바닥에 눕히고 위에 두꺼운 책 두세 권을 올려 하루 정도 그대로 눌러 둔다. 종이가 눌리면서 안쪽에 갇혀 있던 습기가 가장자리로 밀려 나오기 때문인데, 하루 뒤에 표지를 만져 보면 축축하던 느낌이 한결 덜하다.

식탁 위에 눕힌 책 위로 두꺼운 책 세 권을 올려 눌러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식탁 위에 눕힌 책 위로 두꺼운 책 세 권을 올려 눌러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눌러 둔 책을 펼쳐 가운데쯤에 은행잎을 한 장 놓고 그대로 덮는다. 잎자루를 책등 쪽으로 향하게 놓고 잎 끝이 위로 조금 나오게 두면 나중에 바꿀 때 찾기 쉽다. 한 권에 한 장이면 충분하고, 여러 장을 겹쳐 넣으면 책이 벌어져 오히려 모양이 틀어진다.

책등 쪽으로 잎자루를 향하게 놓고 은행잎 한 장을 책 가운데에 끼우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책등 쪽으로 잎자루를 향하게 놓고 은행잎 한 장을 책 가운데에 끼우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끼운 잎은 2~3주쯤 지나 손에 바삭하게 부서질 만큼 마르고 초록빛이 빠지면 새 잎으로 바꿔 주는 게 좋다. 잎이 다 말랐다는 것은 옆 종이의 물기를 그만큼 빨아들였다는 뜻이다. 오래 두고 볼 책은 세워 꽂아 두면 무게에 눌려 휘어지니, 눕혀서 쌓아 두고 사이사이에 잎을 끼워 두면 냄새도 덜하다. 이미 벌레가 눈에 보이는 책은 잎만으로는 부족해서, 맑은 날 그늘에 책을 펼쳐 반나절 말린 뒤에 끼우는 편이 낫다.

은행잎은 가을 한철에만 주울 수 있으니, 길에 떨어진 푸른 잎이 보일 때 한 줌 주워 두고 책장을 한 번 손보길 권한다. 책 사이에 잎 한 장을 넣어 두는 일은 다음에 그 책을 펼칠 때 기분 좋게 읽을 수 있게 미리 챙겨 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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