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km 해안 둘레길인데 오르막이 거의 없네요"... 입장료·주차비도 안 받는 가을 억새 순환 코스


송악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송악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바닷가에는 해안선이 그대로 절벽으로 잘려 나간 구간이 있다. 송악산이다. 바다와 맞닿은 쪽은 검붉은 화산재층이 켜켜이 드러난 벼랑이고, 그 아래에서 파도가 바위를 때린다. 벼랑 허리에는 일제강점기에 제주도민을 동원해 뚫은 진지동굴 예순여 개가 지금도 입을 벌린 채 남아 있다.

이 절벽을 따라 2.8km 순환 둘레길이 놓여 있다. 오름 하나를 감아 도는 길인데 경사가 거의 없는 데크와 흙길로 이어져,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안팎이면 된다. 오르막을 각오하지 않고도 바다와 억새 능선을 한 번에 보고 나올 수 있는 길이다.

절벽 위에서 마주하는 바다와 두 섬

송악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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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주차장에서 해안 쪽으로 붙으면서 시작된다. 데크가 벼랑 끝을 따라 놓여 있어 난간 너머가 바로 바다다. 남쪽으로는 가파도와 마라도가 앞뒤로 떠 있고, 두 섬 사이로 배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시야가 맑은 날에는 수평선 위로 마라도의 낮은 윤곽까지 또렷하게 잡힌다.

같은 길에서 뒤를 돌아보면 풍경이 바뀐다. 북쪽으로 산방산이 종처럼 솟아 있고 그 너머로 한라산 능선이 길게 눕는다. 바다를 보다가 몸만 돌리면 산이 나오는 구조라, 짧은 구간에서도 사진이 꽤 달라진다. 절벽 아래 동굴 진지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데크에서 그 형태가 그대로 보인다.

송악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송악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절벽 구간을 지나면 길은 바다에서 한 발 물러나 초지 쪽으로 방향을 튼다. 파도 소리가 멀어지고 바람에 풀이 쓸리는 소리가 대신 들어온다. 말이 풀을 뜯는 목초지가 길 옆으로 펼쳐지고, 중간중간 놓인 벤치와 쉼터에서 앉아 쉬어 갈 수 있다. 바다를 보며 걷던 구간과 분위기가 확연히 갈린다.

가을이면 은빛으로 눕는 능선 억새

송악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송악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송악산은 분화구 안에 작은 분화구가 또 들어앉은 이중 화산체다. 큰 분화구의 지름은 500m에 이르고, 그 가장자리를 둘레길이 감고 돈다. 나무가 높게 자라지 않은 능선이라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고, 걷는 내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쪽은 바다다.

가을로 접어들면 이 트인 능선이 억새로 덮인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늘 한 방향으로 불어 억새가 한꺼번에 눕고, 그 뒤로 절벽과 수평선이 겹쳐 보인다. 제주 해안의 억새는 대체로 9월 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이삭이 여물어 은빛을 낸다. 해에 따라 시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한 바퀴 도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송악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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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은 상시 개방이고 입장료와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주차장은 둘레길 입구에 넓게 마련돼 있다. 다만 송악산 정상부와 정상 탐방로는 식생 복원을 위한 자연휴식년제로 2027년 7월 31일까지 출입이 제한된다. 지금 걸을 수 있는 구간은 해안 절벽을 따라 도는 둘레길이다.

2026년에는 노후 구간 정비로 5월 중순부터 일부 탐방로가 막혔다가 7월 24일 다시 열렸다. 현재는 순환 코스 전 구간을 이어 걸을 수 있다. 그늘이 거의 없는 길이라 모자를 챙기고, 바람이 센 날에는 얇은 겉옷 하나를 더 준비하는 편이 낫다.

차로 가면 서귀포 시내에서 서쪽으로 40분쯤 걸린다. 모슬포항과 가까워 산방산, 용머리해안과 묶어 하루 일정으로 돌기 좋다. 대중교통은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51번 급행버스를 타고 하모체육공원 정류장에서 내린 뒤 지선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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