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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를 품은 산골 외딴집, 900여 종 식물과 통발 하나로 완성한 자급자족의 삶

spark_icon5분 지식
  • 30년간 민물새우를 연구하던 성창곤 씨와 아내 변경순 씨는 진주 구천골 외딴 저수지 옆에 터를 잡고 11년째 자급자족의 삶을 일구고 있습니다.
  • 부부는 메타세쿼이아길부터 포포나무, 오배자, 70여 종의 산나물 등 900여 종의 식물을 손수 심고 가꾸며 자연이 내어주는 풍요를 만끽합니다.
  • 집 앞 저수지 통발에서 건져 올린 민물새우와 묵나물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은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황금빛 들판을 지나 마을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간 경남 진주 구천골 골짜기 끝자락, 물 맑은 저수지를 앞마당처럼 품은 외딴집이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30년간 민물새우를 연구하던 남편 성창곤 씨와 아내 변경순 씨가 도시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이곳에 둥지를 튼 지 어느덧 11년, 부부는 손수 심은 900여 종의 식물과 저수지가 내어주는 자원으로 매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답니다.

마을 끝 저수지를 품은 부부의 뜰

대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200m 남짓한 길목에는 부부가 호미 한 자루로 직접 심어 가꾼 메타세쿼이아와 배롱나무 산책로가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여름철 잡초를 도맡아 제거해 주던 거위들이 반갑게 울음소리를 내며 손님을 맞이하죠. 이곳은 상투적인 전원주택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땀 흘려 가꾼 거대한 생태 정원에 가깝습니다.

두 여성이 무성한 나뭇잎 사이에서 열매를 찾고 있는 모습

나무 잎사귀 뒤에 숨은 귀한 열매를 찾느라 보물찾기라도 하듯 분주한 손길이 오갑니다.

부부의 정원에는 남다른 호기심과 실험 정신이 가득합니다. 과일나무만 해도 70여 종에 달하며, 전체 식물은 무려 900여 종에 이릅니다. 가을이 되면 북미가 원산지인 희귀 과수 포포나무에서 바나나와 망고, 파인애플 맛이 오묘하게 섞인 부드러운 열매를 수확하고, 가을꽃과 어우러진 산나물들이 뜰을 가득 채웁니다.

자연의 부산물로 빚어내는 삶의 빛깔

자연에 기대어 살기로 결심한 후 아내 경순 씨는 천연염색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남편 창곤 씨는 그런 아내를 위해 마당 한쪽에 붉나무를 심어두었지요. 가을이면 붉나무 잎자루에 진딧물이 침입해 만들어진 벌레집인 '오배자'가 알맞게 익어갑니다. 오배자는 한약재이자 훌륭한 천연 동물성 매염제로 쓰입니다.

노란색 옷을 입은 중년 여성이 야외에서 천연 염색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배경으로는 숲과 저수지가 보인다.

직접 채취한 오배자를 끓여 천연 염색을 하는 부부의 일상은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채취한 오배자를 5분간 스팀에 쪄서 바짝 말린 뒤 달여내면 깊고 우아한 천연 갈색빛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붉은색을 내는 소목에 오배자 달인 물을 섞어 주무르면 색이 쉽게 빠지지 않고 은은한 가을의 색이 천과 한지에 고스란히 스며듭니다. 자연이 남긴 작은 흔적조차 귀한 보물이 되는 셈입니다.

노란색 고무장갑을 낀 여러 손이 빨간 대야에 담긴 갈색 염료 물속에서 천을 주무르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정성껏 천을 물들이며 깊어가는 가을의 빛깔을 담아냅니다.

30년 연구원의 손길이 닿은 저수지 밥상

풍경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일상의 식탁은 집 앞 저수지가 넉넉하게 채워줍니다. 창곤 씨가 마당 앞 저수지에 던져둔 통발을 걷어 올리자, 가을을 맞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민물새우가 가득 올라옵니다. 민물새우 서식지를 찾아 전국을 누비며 새벽 출퇴근을 반복했던 30년 연구원 시절, 지치고 힘들 때마다 마음에 품었던 풍경이 바로 지금 눈앞에 펼쳐진 구천골이었습니다.

저수지 인근 집 현관 앞에서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남성이 빨간색 양동이를 들고 있고, 그 뒤로 앞치마를 두른 여성이 서 있는 모습

평생 새우를 연구하던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저수지는 이제 부부의 식탁을 책임지는 풍요로운 곳간이 되었습니다.

통발에 함께 잡힌 토종 민물새우 '징거미새우' 치어는 번식을 위해 다시 고향 물속으로 돌려보내며 자연의 순환을 지킵니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민물새우로 끓여낸 얼큰한 새우탕에, 봄부터 채취해 정성스레 말려둔 곰취 등 묵나물 무침이 더해지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근사한 가을 만찬이 완성됩니다.

갈색 셔츠를 입은 남성이 숟가락으로 곰치 묵나물을 밥 위에 얹고 있는 모습이 담긴 클로즈업 화면입니다. 식탁 위에는 다양한 나물 반찬이 놓여 있습니다.

직접 키우고 정성스레 말린 70여 종의 산나물로 차려낸 밥상은 계절의 향기를 가득 품어 풍요로움을 더해줍니다.

땀과 정성으로 가꾸어가는 평생의 행복

"평생의 행복을 원한다면 나무를 심으라"는 말처럼, 부부는 10여 년간 매일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자신들만의 무릉도원을 가꿔왔습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나무를 심어보고, 계절마다 자연이 내어주는 열매와 나물을 거두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곧 치유이자 기쁨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떠올리던 마음속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일부가 된 삶. 조급함을 내려놓고 오랜 정성과 기다림으로 자연과 발을 맞추는 성창곤·변경순 부부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넉넉하게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FAQ

부부가 가꾸고 있는 정원에는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나요?

포포나무와 피칸나무 등 70여 종의 과일나무를 비롯해 곰취 등 각종 산나물과 메타세쿼이아, 붉나무 등 무려 9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오배자 염색은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나요?

오배자는 붉나무 잎에 진딧물이 기생하여 생긴 벌레집으로, 채취 후 쪄서 말린 뒤 물에 달여 사용합니다. 천연 탄닌과 기름기가 있어 다른 천연 염료(소목 등)와 함께 쓰면 색이 잘 빠지지 않게 돕는 훌륭한 매염제 역할을 합니다.

남편 성창곤 씨가 진주 구천골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30년간 민물새우를 연구하던 시절, 구천골의 맑은 소류지와 아늑한 풍경을 눈여겨보았고, 힘든 직장 생활 중 위로가 되던 그 풍경을 잊지 못해 퇴직 후 아내와 함께 귀농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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