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2

허굴산 천불천탑, 10여 년간 혼자 굴삭기로 돌탑을 쌓아온 용탑 스님의 수행기

spark_icon5분 지식
  • 합천 허굴산 5만 평 산자락에는 용탑 스님이 10여 년간 홀로 굴삭기를 몰며 쌓아 올린 천여 개의 돌탑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 꿈속에서 만난 관세음보살의 계시로 발견된 용바위에서 시작해, 돌탑 가운데를 비워 누구나 불성을 깨닫게 하는 독창적인 야외 법당을 일궜습니다.
  • 자신을 비워내고 노동 자체를 수행으로 삼는 스님의 묵묵한 정성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평안을 건네고 있습니다.

산 중턱 굴 안에 부처가 있는 줄 알고 찾아갔으나 빈 굴만 남아 있어 이름 붙여졌다는 경남 합천의 허굴산. 이 고즈넉한 산자락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산길을 따라 끝없이 늘어선 거대한 돌탑의 행렬이 바로 그것인데요. 놀랍게도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천불천탑은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오직 용탑 스님 홀로 10여 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쌓아 올린 결과물입니다.

역광을 받아 실루엣으로 보이는 거대한 돌탑들이 산속 숲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다.

스님의 묵묵한 수행으로 완성된 수많은 돌탑이 산길을 따라 이어지며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홀로 굴삭기를 몰며 산 전체를 야외 법당으로 일군 까닭

조용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굴삭기 소리는 언뜻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없던 거친 산속에 들어온 스님은 길을 트기 위해 직접 굴삭기 자격증까지 취득했고, 산에서 나오는 돌을 하나둘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번듯한 대웅전이나 화려한 불상 대신, 산 전체를 거대한 야외 법당으로 삼아 돌탑을 올리는 고된 노동 자체가 스님에게는 매일의 새벽 예불이자 수행이 되었습니다.

경남 합천 허굴산의 울창한 숲속, 거대한 자연 암석 위에 세워진 흰색 관세음보살 불상과 그 아래 돌탑들이 보입니다.

꿈속 계시를 따라 파낸 용 형상의 바위는 이곳 천불천탑의 시작이자 기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용바위 발견과 천불천탑이 시작된 배경

이토록 장대한 작업이 시작된 계기는 스님의 꿈과 한 바위에 깃들어 있습니다. 수행 중 꿈에서 용을 타고 나타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흙더미 속에 묻혀 있던 거대한 용 형상의 바위를 파내어 세상에 드러낸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용바위는 먼 옛날 선사시대 조상들이 소원을 빌며 돌을 문질렀던 흔적인 성혈(性穴)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기도처였습니다. 스님은 이 바위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 위에 천 개의 돌탑을 쌓아 올리기로 서원했습니다.

굴삭기의 커다란 금속 버킷이 거대한 자연석을 정교하게 들어 올려 돌탑 위에 얹으려는 모습이 담긴 화면이다.

직접 굴삭기를 운전하며 10여 년 넘게 돌탑을 쌓아 올린 스님의 정성과 수행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돌탑의 가운데가 비어 있는 이유와 노동이 낳은 견고함

천불천탑의 돌들은 규격화된 설계도 없이 오직 돌이 지닌 본래의 결에 따라 세워집니다. 작은 틈 하나까지 단단히 메우느라 탑 하나를 완성하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리지만, 그렇게 쌓은 돌탑은 경주 지진의 강한 흔들림 속에서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거대한 돌탑마다 가운데 공간이 비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사람마다 본래 부처의 성품이 깃들어 있으니, 탑 안의 빈자리를 보며 스스로 부처임을 깨닫고 가라'는 용탑 스님의 깊은 배려와 철학이 담긴 공간입니다.

수면 위에 핀 하얀 수련 꽃과 연잎이 물속에 비치고 있으며 왼쪽에는 아직 피지 않은 붉은 봉오리가 보입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피어나는 꽃처럼 스님의 정성으로 가꾼 산사에도 여름의 생명력이 가득합니다.

지친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수국길과 따뜻한 인연들

13년에 걸친 인고의 시간은 삭막했던 산길을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쉼터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600m에 이르는 돌탑 길 곁에는 스님이 5년 전부터 부처의 머리를 닮은 불두화와 닮았다 하여 정성스레 심은 수국이 만개해 장관을 이룹니다. 여기에 절 앞에 버려졌던 강아지 남매인 '허굴이'와 '허불이'는 스님 곁에서 합장하듯 두 발을 모으고 예불을 함께 올리는 어엿한 견(犬)보살이자 도반이 되었습니다.

숲속 돌탑과 수국이 만발한 정원에서 모자를 쓴 승려가 놋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다.

직접 가꾼 도량에서 맞이하는 소박한 식사는 수행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산중의 별미입니다.

비워낼수록 채워지는 삶, 묵묵한 수행이 던지는 울림

자신을 위해서는 15년 동안 기운 작업복 바지 한 벌조차 아까워하지 않으면서도,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대가 없이 평안과 위로를 건네는 용탑 스님. 탑을 쌓으며 자신의 마음조차 흔적으로 남기지 않고 온전히 타인을 위한 탑이 되기를 바라는 스님의 마음은, 빠름과 집착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FAQ

합천 허굴산 천불천탑은 어떤 곳인가요?

용탑 스님이 10여 년간 홀로 굴삭기와 손으로 직접 돌을 쌓아 조성한 5만 평 규모의 야외 법당으로, 수많은 돌탑과 용바위, 형형색색의 수국길이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돌탑 가운데가 비어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모든 사람에게 부처의 성품(불성)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비워진 공간을 통해 방문객 스스로가 부처임을 느껴볼 수 있도록 의도하여 조성한 자리입니다.

돌탑을 쌓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스님이 수행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는 꿈을 꾼 후 흙에 묻혀 있던 거대한 용바위를 발견하였고, 선사시대부터 기도가 이어져 온 그 자리에 진신사리를 모시며 탑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