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파른 산비탈 밤밭의 제초와 수확 일손을 줄이기 위해 바닥 전체에 검은 차광망을 깔아 자연 롤러코스터를 만들었습니다.
- 품종별 특성에 맞춘 재배와 가공은 물론, 한편에서는 수확량이 적어도 땅의 자생력을 살리는 무농약 자연농법이 공존합니다.
- 고된 노동 속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연의 결실을 일구는 농부들의 지혜가 가을 밥상과 지역 디저트로 이어집니다.

가을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충남 공주의 야산은 이맘때면 온통 탐스러운 갈색빛으로 물듭니다. 발 디딜 틈 없이 쏟아지는 알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산 전체를 뒤덮은 검은 망입니다.
경사가 가파른 산비탈에서 밤을 줍는 일은 고된 노동의 연속입니다. 사람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비탈길에서 잡초를 베고 알밤을 하나하나 줍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농가는 기발한 지혜를 냈습니다. 땅바닥 전체에 깔린 망은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다 익어 떨어진 밤송이가 비탈을 따라 자연스럽게 아래로 굴러 내려오도록 유도하는 알밤 전용 고속도로가 되었습니다.

경사면을 따라 굴러 내려온 알밤들은 수확 작업이 한결 수월해진 덕분에 귀한 결실로 채워집니다.
왜 산비탈에 거대한 망을 깔아야 했을까?
밤나무는 물 빠짐이 좋고 햇볕이 풍부하게 드는 산비탈에서 잘 자랍니다. 하지만 농부에게 경사지는 매 순간 안전사고와 일손 부족의 부담을 안겨주는 거친 일터입니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 제초기를 메고 비탈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구장 수 배에 달하는 약 4만 평 산자락에 직접 차광망을 깔았습니다. 초기 설치 작업에는 엄청난 땀방울이 들어갔지만, 설치 후에는 제초 작업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수확 동선을 단축시키는 결실을 얻었습니다. 사람이 억지로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익어 자연스레 떨어진 밤만 굴러 내려오므로 품질의 완숙도까지 자연스럽게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밤 농사를 이어가는 아들은 매일 현장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품종의 다양성과 철저한 선별이 만든 경쟁력
공주 밤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생산량 때문만이 아닙니다. 농가에서는 모양과 쓰임새가 각기 다른 여러 품종을 구분하여 관리합니다. 동글동글하고 윤기가 흐르는 덕명, 크기가 굵직해 선물용이나 납품용으로 제격인 옥광과 자봉, 그리고 열을 가하면 속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포르단까지 농가의 손길을 거쳐 꼼꼼하게 선별됩니다.
한 해 수십 톤에 달하는 밤을 수확하면서도 품종별로 섞이지 않게 분리하고 세척하는 과정은 기본입니다. 껍질째 굽기 편한 밤부터 김치나 부침개, 밥에 넣어 먹는 밤까지 용도에 맞춰 소비자를 만납니다. 지형적으로 높은 산맥이 찬 바람을 막아주고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이 더해져 단단하고 차진 육질이 완성됩니다.

정성으로 수확한 햇밤을 듬뿍 넣어 부쳐낸 밤전은 고된 가을 농사 끝에 얻는 달콤한 휴식과 같습니다.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선택, 자연농법의 길
반면 공주의 또 다른 산골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밤나무를 돌보는 농부도 있습니다. 비료와 농약은 물론 외부 거름조차 쓰지 않고 풀과 벌레, 미생물이 어우러지는 무농약 자연농법을 고수하는 현장입니다. 수확 후 남은 밤 껍질과 낙엽, 베어낸 잡초가 땅 위에서 스스로 발효되어 다시 나무의 거름이 되는 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화학 자재를 쓰지 않기에 수확량은 일반 관행 농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만, 농부는 땅 본연의 부드러운 숨결과 건강한 먹거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고집스럽게 이 방식을 지켜갑니다. 이렇게 자란 귀한 알밤은 지역 카페에서 달콤한 밤잼이나 정갈한 다과로 변신하여 도심 소비자들에게 자연의 순수한 풍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제초제 없이 자연 그대로의 흙을 일구며 땅의 생명력을 믿고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입니다.
땀 흘려 일군 가을의 맛, 우리가 주목할 가치
가을 밥상 위에 오르는 윤기 나는 밤 한 톨에는 일손을 덜기 위해 거친 산을 개척한 농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자연의 속도에 맞춰 묵묵히 흙을 일군 농부의 뚝심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효율을 극대화한 스마트한 관리 방식이든 자연 그대로의 순환을 따르는 고집이든, 계절의 순리에 순응하며 흙을 지키는 농심(農心)의 가치는 다르지 않습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우리 식탁에 오르는 제철 먹거리 뒤에 숨은 치열한 노동과 삶의 궤적을 돌아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FAQ
밤밭 바닥에 검은 차광망을 깐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파른 산비탈에서 위험한 제초 작업을 줄이고, 다 익어 떨어진 밤이 경사를 타고 아래로 굴러 내려오게 만들어 수확 일손과 시간을 크게 덜기 위함입니다.
공주 밤이 특히 달고 단단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주변 산맥 지형으로 인해 밤과 낮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물 빠짐이 좋은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어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습니다.
화학비료 없이 짓는 자연농법 밤 농사는 어떻게 거름을 주나요?
베어낸 풀과 밤 껍질, 낙엽 등이 땅 위에서 미생물에 의해 자연 분해되고 발효되면서 스스로 비옥한 천연 거름이 되도록 유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