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 옆에서 챙 가운데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두드려 보는 야구모자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이 되면 여름 내내 쓰고 다닌 모자를 한 번 빨아서 넣어 두고, 가을에 쓸 모자를 앞으로 꺼내 놓게 된다. 땀이 많이 닿는 물건이라 안쪽 테두리에는 누런 자국이 남고 챙 끝에는 손때가 배어 있어, 그대로 서랍에 넣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세면대에 미지근한 물을 받고 중성세제를 풀어 조심히 손빨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뜨거운 물도 피했고 세탁기도 돌리지 않았는데, 다 말린 모자를 보면 챙이 물결처럼 우글거리거나 한쪽으로 휘어 있어서 다시 쓰기 어려워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모자는 세탁을 험하게 해서 망가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물에 담그면 안 되는 챙이었던 경우다. 물을 받기 전에 챙을 손가락으로 두드려 소리를 들어 보면 담글 모자와 겉만 닦을 모자가 3초 안에 갈린다.
물에 담그면 우글거리는 종이 심 챙
천으로 감싼 야구모자 챙의 윗면과 가장자리 박음질을 가까이에서 보여 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야구모자 챙은 천 두 장 사이에 모양을 잡아 주는 심지를 넣고 박아 만든다. 이 심지가 플라스틱인 모자도 있고, 두꺼운 종이나 판지인 모자도 있다. 겉에서 보면 천으로 감싸여 있어 똑같이 생겼지만, 물을 만났을 때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
종이나 판지로 된 심지는 물을 먹으면 풀처럼 불어 두께가 흐트러지고, 마르면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쪼그라든 채 굳는다. 그래서 챙 표면에 잔주름이 잡히거나 곡선이 한쪽으로 꺾인다. 한번 이렇게 되면 다시 펴서 되돌릴 방법이 없다. 오래된 빈티지 모자나 값이 저렴한 모자에 종이 심지가 들어 있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다행히 두 가지는 소리로 구분이 된다. 챙 가운데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두드려 보면 플라스틱 심지는 단단하게 막힌 소리가 나고, 종이 심지는 속이 빈 듯한 가벼운 소리가 난다. 이 소리를 먼저 듣고 나서 물을 받는 순서로 바꾸면 된다.
물에 젖지 않은 모자의 챙 가운데를 손가락 끝으로 확인하는 가까운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땀 밴 야구모자 챙 상하지 않게 세탁하는 방법
미지근한 세제물에 적셨다가 꼭 짠 수건으로 모자 안쪽 테두리를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미지근한 물과 중성세제, 부드러운 칫솔, 마른 수건 두 장이다. 세제는 울 세제처럼 순한 중성세제를 쓰고, 양은 물 1리터에 한 스푼 정도면 충분하다. 표백 성분이 든 세제는 색이 빠질 수 있어 쓰지 않는다.
두드려서 속 빈 소리가 난 모자는 물에 담그지 않는다. 대신 중성세제를 푼 물에 수건 끝만 적셔 꽉 짠 다음, 땀 자국이 남은 안쪽 테두리와 챙 윗면을 눌러 가며 닦는다. 얼룩이 진한 자리만 칫솔에 거품을 묻혀 살살 문지르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눌러 없앤 뒤 그늘에서 말린다.
담글 수 있는 챙이라면 미지근한 물에 세제를 풀고 모자를 넣어 손으로 눌러 가며 빤다. 땀이 밴 안쪽 테두리는 칫솔로 한 방향으로 문지른다. 중요한 것은 시간인데, 처음 물에 넣은 순간부터 헹굼을 마칠 때까지 20분 안에 끝낸다. 물에 오래 있으면 물이 빠지고 심지도 약해진다.
세제 푼 미지근한 물에 담근 모자의 안쪽 테두리를 부드러운 칫솔로 한 방향으로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헹군 모자는 짜지 않고 수건으로 눌러 물기를 뺀 다음, 마른 수건을 둥글게 말아 모자 속에 넣어 머리 모양을 잡아 준다. 그 상태로 챙이 위를 향하게 눕혀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 두면 뒤틀림이 덜하다. 건조기는 쓰지 않는데, 높은 열을 받으면 천이 줄고 챙이 변형된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할 때는 식기세척기 위쪽 선반에 얹어 돌리는 방법도 쓰이지만, 그릇과 같이 넣지는 않는다.
모자를 넣어 둘 때는 이렇게 챙을 한 번 두드려 보고 시작하기를 권한다. 소리 한 번 들어 보는 일이 여름 내내 잘 쓴 모자를 다음 해에도 그대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