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옆 조리대에서 나무결이 위아래로 보이게 세워 말리는 나무 도마.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설거지를 끝내고 나무 도마를 싱크대 옆에 눕혀 두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다. 플라스틱 도마보다 칼날이 덜 상하고 칼질할 때 손목에 오는 충격도 적어 나무 도마를 쓰는 집이 많은데, 정작 다 쓴 뒤에는 물기만 한 번 털어 조리대 위에 그대로 올려 두고 다음 끼니까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게 며칠을 반복하면 도마 모양이 조금씩 달라진다. 가운데가 볼록하게 올라와 조리대에 놓고 칼질할 때 덜컹거리고, 모서리 쪽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금이 보인다. 물에 젖어서 그런가 싶어 더 바짝 말려 보지만 한번 휜 도마는 좀처럼 평평하게 돌아오지 않는다.
나무 도마는 세워서 말려야 한다는 것까지는 대부분 알고 있는데, 실은 세우는 방향이 따로 있다. 나무결이 바닥과 수직이 되도록 세워 통풍되는 그늘에서 말리고 한 달에 한 번 오일을 얇게 먹이는 것만으로 뒤틀림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눕혀 말린 나무 도마가 한쪽만 마르는 이유
조리대에 평평하게 놓인 나무 도마의 윗면과 젖은 바닥면 사이를 보여 주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무는 물을 먹으면 부풀고 마르면 줄어드는데, 도마가 뒤틀리는 것은 이 부풀고 줄어드는 정도가 양면에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마를 조리대에 눕혀 두면 위로 향한 면은 공기가 닿아 금방 마르지만, 바닥에 닿은 면은 물기가 빠져나갈 자리가 없어 몇 시간이고 축축한 상태로 남는다.
한쪽 면은 줄어들고 반대쪽 면은 젖은 채로 부풀어 있으니 도마가 마른 쪽으로 당겨져 활처럼 휘고, 이 상태가 여러 번 되풀이되면 휜 모양이 그대로 굳어 결을 따라 금이 간다. 빨리 말리려고 햇볕이 드는 창가에 오래 세워 두는 것도 좋지 않은데, 표면의 수분만 급하게 빠져나가면서 겉과 속이 줄어드는 속도가 벌어져 휘거나 갈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양면을 같은 속도로 마르게 하는 일이다. 도마를 세울 때 나무결이 바닥과 수직이 되게, 다시 말해 결의 줄무늬가 위아래로 흐르도록 세우면 안에 남은 물기가 결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고 양쪽 면에 동시에 공기가 지나간다. 그래서 물기를 닦고 방향을 잡아 세우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나무 도마 뒤틀리지 않게 세워서 말리는 방법
마른 행주로 나무 도마의 옆면까지 눌러 물기를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필요한 것은 마른 행주 한 장뿐이다. 설거지가 끝나면 도마를 물로 헹군 다음 마른 행주로 양면과 옆면까지 눌러 가며 물기를 닦아 낸다. 물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 털어 두면 남은 물기가 그대로 안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표면에 축축한 느낌이 없어질 때까지 닦는 것이 좋다.
그다음 나무결의 줄무늬가 위아래 방향이 되도록 도마를 세운다. 벽이나 타일에 한쪽 면을 딱 붙이면 붙은 자리가 다시 젖으니 아래쪽만 기대 놓고 위를 조금 벌려 세우고, 바람이 지나가는 그늘에 둔다. 햇볕이 직접 드는 창가와 가스레인지 옆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두 면을 손바닥으로 번갈아 만져 한쪽만 차갑게 느껴지지 않으면 고르게 마른 것이다.
타일 벽에서 윗부분을 조금 띄워 세운 나무 도마와 아래쪽 받침.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한 달에 한 번은 오일을 먹인다. 완전히 마른 도마에 도마용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마른 천으로 결 방향을 따라 문질러 얇게 펴 바른 다음, 표면에 고여 번들거리는 오일은 다시 닦아 낸다. 그 상태로 하루 정도 세워 두면 오일이 안으로 스며들어 물이 덜 배어들고 표면도 덜 거칠어진다.
완전히 마른 나무 도마에 오일을 얇게 펴 바르는 손과 마른 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에 담가 두거나 식기세척기에 넣는 일은 나무 도마에 하지 않는다. 물에 잠겨 있는 동안 결이 벌어지고 뜨거운 바람에 그대로 마르면 한 번에 갈라진다. 세워 말리기는 쓸 때마다, 오일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정해 두면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오늘 저녁 설거지부터 도마를 눕히지 말고 결이 위아래로 흐르게 세워 두길 권한다. 도마가 평평하게 남아 있으면 칼이 닿는 자리가 흔들리지 않아 칼질하는 손도 훨씬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