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행주에 돌돌 만 부추 한 단을 뿌리가 아래로 가게 냉장실 문 쪽 칸에 세워 넣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부추는 한 단을 사도 값이 얼마 하지 않아 장을 볼 때 손이 쉽게 간다. 집에 돌아와 봉지를 풀면 흙이 묻어 있고 잎끝이 눌려 있어, 대개는 싱크대에서 한 번 헹군 다음 물기를 대충 털어 비닐봉지에 도로 담고 냉장실 채소칸에 눕혀 넣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틀만 지나도 봉지 안쪽에 물방울이 맺히고, 사흘째에는 잎끝이 누렇게 뜨면서 손으로 집으면 미끈하게 뭉개지는 잎이 나온다. 겉잎을 몇 장 걷어내고 쓰다 보면 결국 한 단의 절반은 버리게 되는데, 부추전 한 번 부치려고 산 부추가 그렇게 사라진다.
그런데 부추는 사 온 그대로 씻지 않고 마른 행주에 말아, 뿌리가 아래로 가게 세워 냉장 보관하면 열흘은 싱싱하게 간다. 한 번에 다 먹기 어려운 분량은 썰어서 냉동실에 나눠 넣으면 된다.
눕혀 둔 부추가 사흘 만에 물러지는 이유
비닐봉지에 눕혀 둔 부추의 잎끝 한쪽이 누렇게 변하고 봉지 안쪽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부추가 빨리 무르는 가장 큰 원인은 물기다. 부추 잎은 얇고 표면이 매끈해 보이지만 자른 뿌리 쪽으로 물을 그대로 빨아들이는데, 씻은 뒤에 남은 물기가 잎과 잎 사이에 갇히면 그 자리부터 색이 누렇게 변하면서 흐물흐물해진다. 보관 전에 씻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닐봉지에 담아 눕혀 두는 것도 무르는 시간을 앞당긴다. 눕혀 놓으면 위에 올린 다른 채소나 부추 자체의 무게에 잎이 눌리고, 꺾인 자리에서 즙이 배어 나오면서 그 부분이 먼저 짓무른다. 봉지 안에 찬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도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
부추는 밭에서 뿌리를 아래에 두고 위로 곧게 자란 채소라서, 그 자세 그대로 세워 두면 잎이 꺾이지 않고 수분도 덜 빠진다. 그래서 물로 씻는 대신 마른 행주로 겉물기를 받아내고, 눕히는 대신 세워서 넣는 쪽으로 방법을 바꿔야 한다.
부추 한 단 열흘 동안 싱싱하게 보관하는 방법
도마 위에 펼친 부추에서 누렇게 뜬 잎과 끝이 마른 잎을 손으로 골라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마른 행주 한 장과 비닐봉지 또는 길쭉한 밀폐용기 하나다. 부추를 도마 위에 펼쳐 놓고 누렇게 뜬 잎과 끝이 마른 잎만 골라낸 다음, 나머지는 물에 대지 않는다. 흙이 조금 묻어 있어도 그대로 두고, 먹기 직전에 필요한 만큼만 꺼내 씻는 것이 좋다.
골라낸 부추는 뿌리 쪽 끝을 한쪽으로 가지런히 맞춰 마른 행주 위에 펴 놓고, 김밥을 말듯 한쪽부터 돌돌 말아 준다. 행주가 잎에 남은 겉물기와 냉장고 안에서 생기는 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말 때 너무 세게 조이지 말고 잎이 눌리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감싸는 것이 좋다.
마른 행주 위에 뿌리 끝을 맞춰 편 부추를 한쪽부터 김밥처럼 가볍게 말아 가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행주로 만 부추는 비닐봉지에 넣거나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실 문 쪽 칸에 뿌리가 아래로 가게 세워 둔다. 문 쪽 칸이 높이가 있어 세우기 좋고 꺼내 쓰기도 편하다. 사나흘 지나 행주가 축축해졌으면 마른 것으로 바꿔 다시 말아 주면 열흘까지 잎이 파릇한 상태로 남아 있다.
한 단을 열흘 안에 다 먹기 어렵겠다 싶으면 남는 분량은 얼려 둔다. 냉동할 부추는 흐르는 물에 씻어 채반에 올려 물기를 충분히 뺀 뒤, 찌개와 국, 라면에 넣을 것은 손가락 길이로 길게 썰고 볶음과 계란찜, 만두소에 쓸 것은 송송 썰어 지퍼백에 따로 나눠 담는다. 이렇게 얼려 두면 석 달 넘게 쓸 수 있다.
씻어 물기를 뺀 부추를 손가락 길이와 잘게 썬 것으로 나눠 지퍼백 두 개에 따로 담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얼린 부추는 해동하지 않고 냉동실에서 꺼낸 그대로 끓는 국물이나 달군 팬에 바로 넣는다. 미리 녹이면 물이 흥건하게 생기면서 잎이 뭉개져 젓가락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얼렸다 녹은 부추는 생으로 무쳐 먹기에는 식감이 떨어지니, 겉절이나 부추무침에 쓸 분량은 냉장 보관한 것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부추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무르면 그러려니 하고 버리기 쉬운 채소지만, 씻지 않고 세워 두는 것 하나만 지켜도 한 단을 끝까지 쓸 수 있다. 오늘 사 온 부추부터 행주에 말아 세워 넣어 보길 권한다. 버리는 채소가 줄면 그만큼 장을 보는 손도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