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을 부은 스테인리스 볼 안에서 마른미역 한 줌이 풀리기 시작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미역국은 생일상에도 오르고 속이 허한 날에도 끓여 먹는 국이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식탁에 자주 오른다. 마른미역을 한 줌 집어 대야에 담가 놓고 다른 반찬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삼십 분이 지나 있고, 그사이 미역은 대야를 가득 채울 만큼 불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불린 미역으로 국을 끓이면 건더기가 흐물거려 씹는 맛이 없고, 국물은 뿌옇게 미끈거리면서 바다 냄새만 강하게 남는다. 푹 불려야 부드러워진다고 알고 있으니 시간을 더 주게 되는데 결과는 늘 비슷해서, 미역국이 원래 그런 국이라고 여기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
마른미역은 미지근한 물에 오래 담가 둘 필요가 없는 재료다. 찬물에 10분만 불린 다음 소금을 약간 넣고 주물러 씻어 헹구면, 건더기는 쫄깃하게 살아 있고 국물은 한결 깔끔해진다.
오래 불릴수록 흐물거리고 향이 빠지는 마른미역
오래 담가 둔 미역이 큰 대야를 가득 채우고 물이 탁해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마른미역은 수분을 거의 다 빼서 말린 것이라 물에 닿는 순간 빠른 속도로 물을 빨아들인다. 한 줌이 7~10배까지 불어나기 때문에 국 한 냄비에는 손에 잡히는 만큼이면 넉넉하고, 이 정도 양이 물을 다 머금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10분이다.
문제는 그 뒤부터인데, 다 불어난 미역을 물에 계속 두면 더 부드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물러지면서 미역이 가진 맛과 향, 그리고 물에 녹아 나오는 성분까지 담가 둔 물로 빠져나간다. 물이 미지근할수록 이 과정이 빨라져서, 불린 물을 따라 버릴 때 미역의 맛도 같이 버리게 된다.
여기에 미역 표면에는 특유의 미끈거리는 점액과 말리는 동안 붙은 잔모래, 비린 냄새가 남아 있는데 이것은 물에 한두 번 헹구는 정도로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불리는 시간을 짧게 잡고, 대신 손으로 문질러 씻어 내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마른미역 찬물에 10분 불려 씻는 방법
손으로 한 줌 집은 마른미역을 스테인리스 볼 위에서 들어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세 사람이 먹을 국 한 냄비를 기준으로 마른미역은 손으로 한 줌, 무게로는 10g 남짓이면 충분하다. 그릇은 평소 쓰던 것보다 한 치수 큰 것을 꺼내고, 미역이 넉넉히 잠기도록 찬물을 붓는다. 더운물이나 미지근한 물은 쓰지 않는다.
찬물에 담근 뒤에는 10분을 그대로 두고, 중간에 한 번만 젓가락으로 뒤적여 뭉친 부분을 풀어 준다. 손으로 미역 한 가닥을 집어 눌렀을 때 가운데 딱딱한 심이 만져지지 않고 그대로 접히면 다 불어난 것이니, 시간이 남았어도 거기서 건진다.
불린 미역 한 가닥을 손가락으로 집어 접어 보며 심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건진 미역은 물기가 있는 채로 소금을 한 자밤 뿌리고 양손으로 바락바락 주무른다. 힘을 주어 서너 번 문지르면 미끈한 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오는데, 이때 찬물을 받아 두세 번 헹군다. 손으로 쥐었을 때 미끌거림 없이 뽀득한 느낌이 나면 씻기가 끝난 것이고, 처음에 불린 물은 그대로 따라 버린다.
소금을 뿌린 불린 미역을 양손으로 힘주어 주무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씻은 미역은 물기를 가볍게 짜고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 냄비에 넣은 다음, 참기름을 두르고 중간 불에서 먼저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면 국물 맛이 진하게 올라온다. 센 불에서 볶으면 참기름이 타서 쓴맛이 도니 불을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 무침으로 쓸 때는 볶지 않고 씻은 그대로 양념하면 되고, 남은 불린 미역은 물기를 짜서 냉장고에 넣고 하루 안에 쓴다.
미역을 담가 두는 시간을 10분으로 줄이고 소금으로 한 번 씻는 것만 더하면, 늘 끓이던 방법 그대로도 국물 맛이 달라지니 다음 미역국부터 해 보길 권한다. 불리는 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미역이 가진 맛과 향을 물에 버리지 않고 냄비에 그대로 옮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