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370년 전나무 아래 맨발로 걷는 흙길 산책"... 입장료 안 받는 천년 사찰 전나무숲길


월정사 전나무숲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월정사 전나무숲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길에는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서 있다. 평균 수령은 83년이고 가장 오래된 나무는 370년을 넘겼다. 한 아름을 넘는 줄기가 길 양쪽에서 곧게 올라가 한참 위에서야 가지를 벌리기 때문에, 길에 서면 나무 기둥이 벽처럼 이어진 모습이 먼저 보인다.

길바닥은 2008년 콘크리트 포장을 걷어내고 마사토와 황토를 섞어 다시 깐 흙길이다. 계단이나 급한 오르막이 없어 걸음 속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하게 유지된다. 해발 700m 자리라 아래쪽 진부 시내보다 기온이 2~3도 낮고, 전체 숲길 구간은 1.9km지만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만 걸어도 숲의 굵은 나무는 대부분 지난다.

오대산 단풍은 10월 초 높은 곳에서 시작해 계곡을 따라 내려온다. 이 숲길은 그 색이 닿는 구간 가운데 산에 오르지 않고 닿을 수 있는 평지다. 지금은 잎 색이 막 바뀌기 시작하는 시기다.

370년 전나무가 만드는 1km 흙길

월정사 전나무숲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월정사 전나무숲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숲길은 곧게 뻗은 구간과 완만하게 휘는 구간이 번갈아 나온다. 나무 사이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햇빛이 들어오는 폭도 자리마다 다르다. 아침에는 빛이 줄기 사이로 갈라져 바닥에 긴 그림자를 남기고, 흐린 날에는 숲 전체가 고르게 어두워져 초록이 더 진하게 보인다.

평창 월정사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평창 월정사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길 한쪽 아래로는 오대천 물길이 나란히 흐른다. 나무에 가려 물은 잘 보이지 않지만 물소리는 걷는 내내 들린다. 흙길이라 발소리가 크게 나지 않아 물소리와 새소리가 그만큼 뚜렷하다. 맨발로 걷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나무 의자가 놓여 있다. 길 폭이 넓어 유아차를 밀거나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도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는다. 숲이 높아 정오 무렵에도 길 대부분이 그늘 안에 들어간다.

계곡 따라 내려오는 첫 단풍

평창 월정사 / 한국관광공사-황성훈

평창 월정사 / 한국관광공사-황성훈

오대산에서는 해발이 높은 비로봉과 상원사 쪽이 먼저 물들고, 월정사와 선재길 구간은 10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색이 가장 짙어진다. 지난해에는 10월 15일 전후를 절정으로 봤다. 올해 절정 시기는 기온에 따라 달라진다.

전나무는 사철 초록이라 색이 변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이에 섞인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노랗고 붉게 물들어, 숲 전체가 붉어지는 산과는 다른 모습이 된다. 짙은 초록 기둥 사이에 노란 잎과 붉은 잎이 점처럼 끼어들고 바닥에는 떨어진 잎이 흙 위에 쌓인다.

금강교를 건너면 월정사 경내다. 마당 가운데 팔각구층석탑이 서 있고 그 앞에 석조보살좌상이 탑을 향해 앉아 있다. 두 유물은 모두 국보로, 숲길을 걷고 나서 함께 보기 좋은 거리에 있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월정사 전나무숲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월정사 전나무숲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전나무숲길과 월정사 경내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주차료는 승용차와 전기차가 3,000원, 1,000cc 이상 중형차가 6,000원이다. 일주문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자리에서 숲길로 들어서면 된다.

숲길만 왕복하면 1시간, 경내까지 함께 둘러보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린다. 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빠져 15분쯤 달리면 닿는다. 기차로는 KTX 진부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나 택시로 이동한다. 이른 아침에는 나무 사이로 빛이 갈라져 들어와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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