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베기 전 2~3주만 노랗게 물드는 들판이라니"...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83만 평 강변 들녘


평사리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평사리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펼쳐진 들 가운데 가장 넓다. 약 83만 평, 2.74㎢에 이르는 이 들은 지역에서 무딤이들로 불린다. 산이 사방을 두르고 있는 하동에서 이만큼 시야가 트인 평지는 드물다. 그 한복판에 소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데, 주변에 키 큰 나무가 없어 들 어느 쪽에서 보아도 이 두 그루만 도드라진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부부송이라 부른다.

들판의 색은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모내기가 끝난 여름에는 초록이 깔리고, 벼가 익는 9월 하순부터 10월 초 사이에는 들 전체가 누렇게 물든다. 남부 지방은 이 무렵 벼가 가장 짙은 빛을 띠고, 수확이 시작되면 들판은 빠르게 밑동만 남은 갈색으로 바뀐다. 들이 통째로 노란 기간이 두세 주로 짧은 이유다. 다만 벼가 익는 속도와 베는 날짜는 해마다 다르므로, 올해 들판 색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들 한복판에 선 소나무 두 그루

평사리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평사리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부부송은 들 가운데 낮은 둔덕 위에 있다. 두 그루가 가지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고 있어 멀리서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다가, 가까이 갈수록 두 나무의 생김새가 갈라진다. 논 사이로 난 농로를 따라 나무 앞까지 걸어갈 수 있고, 나무 아래에 서면 사방이 벼로 둘러싸인다. 들판 전체를 담은 사진과 나무 밑에서 올려다본 사진이 전혀 다른 장면이 된다.

평사리들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평사리들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무딤이들은 제초제를 쓰지 않고 우렁이를 풀어 잡초를 잡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친환경 농지다. 논둑에 풀이 그대로 자라 있고 물속에 우렁이가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최참판댁 사람들이 내려다보던 들이 바로 이곳으로, 들 가장자리 언덕에는 소설 속 집을 재현한 한옥촌이 서 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들판과 섬진강

평사리들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평사리들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들판을 한눈에 담으려면 최참판댁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편이 낫다. 들보다 높은 자리에 서면 논배미가 격자로 이어진 모양과 그 한가운데 점처럼 박힌 소나무 두 그루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는 정자 악양루와 동정호가 보이고, 들 너머 멀리 섬진강 물줄기가 지난다.

동정호는 악양천이 넘치면서 생긴 배후 습지성 호수로, 경상남도 제3호 지방정원으로 등록됐다. 호수 둘레에 데크길이 놓여 있어 들판을 본 뒤 이어서 걷기 좋다. 들판은 시야가 넓게 트인 풍경이고 호수 쪽은 물과 수생식물이 가까이 붙은 풍경이라,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 보는 것이 바뀐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평사리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평사리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차는 최참판댁 주차장에 대면 된다. 언덕 위 전망 자리까지는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가고, 들판으로 내려가 농로를 따라 부부송까지 다녀오면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길은 평지이고 포장된 농로라 걷기에 부담이 없지만 그늘이 거의 없다. 아침 안개가 걷히는 시간대에는 들판 위로 옅게 깔린 안개 사이로 소나무가 드러난다.

농로는 농사를 짓는 길이다. 수확철에는 콤바인과 트럭이 오가므로 차를 농로 안까지 들이지 않고 논에 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다. 들판과 부부송을 보는 데는 돈이 들지 않고, 언덕 위 최참판댁 한옥촌은 별도 관람료를 받는다. 남해고속도로 하동 나들목에서 차로 30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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