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한국 가정의 가스레인지 옆 벽 중간밸브가 배관과 직각으로 잠긴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여행을 떠나느라 집을 며칠씩 비우게 된다. 출발 시간에 쫓기다 보면 현관을 나서기 직전에 하는 일이라고는 창문을 닫고 가스레인지 손잡이가 꺼져 있는지 눈으로 한 번 훑는 정도다.
손잡이가 돌아가 있지 않으면 대개 그것으로 가스는 정리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손잡이를 껐다는 것은 불이 꺼졌다는 뜻일 뿐이고, 가스는 여전히 레인지 바로 아래까지 들어와 있는 상태로 며칠을 보내게 된다.
빈집을 안전하게 두려면 손잡이 말고도 잠가야 할 밸브가 두 개 더 있다. 어디에 있고 어떤 순서로 잠그는지, 그리고 연휴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손잡이를 껐는데도 배관에 가스가 남아 있는 이유
가스레인지 아래쪽으로 연결된 호스와 벽의 중간밸브가 보이는 주방 모서리.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명절 연휴에 가스 사고가 몰린다는 것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최근 5년인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명절 연휴에 일어난 가스 사고는 114건으로 전체의 30% 가까이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가스레인지와 휴대용 버너와 관련된 사고가 69건으로 가장 많았다. 원인도 대부분 기기 고장이 아니라 사용자 부주의였다.
부주의라고 하면 불을 켜 둔 채 나가는 경우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배관에 가스가 그대로 차 있는 상태로 집을 오래 비우는 것도 여기에 들어간다. 도시가스는 계량기를 지나 벽을 타고 들어와 가스레인지 옆 중간밸브를 거쳐 레인지 안쪽까지 올라와 있다. 손잡이를 껐다고 해서 이 길이 끊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며칠씩 비우는 동안 호스가 헐거워지거나 연결부가 조금씩 새면 가스가 빠져나갈 통로가 열려 있는 셈이 된다. 반대로 중간밸브를 잠가 두면 레인지까지 오는 길 자체가 막히고, 계량기 앞 메인밸브까지 잠그면 집 안 배관으로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손을 대야 할 곳은 이 두 개다.
집 비우기 전 가스 밸브 잠그는 방법
손이 가스레인지 옆 중간밸브 레버를 배관과 직각이 되도록 돌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출발 전에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손잡이부터 하나씩 확인한다. 화구가 두세 개면 손잡이도 그만큼 있으니 전부 꺼져 있는지 돌려 보고, 그다음 레인지 옆이나 뒤쪽 벽에 붙은 중간밸브를 찾는다. 호스가 연결된 자리에 달린 작은 레버가 중간밸브이며, 레버가 배관과 나란하면 열린 것이고 배관과 직각이 되게 돌리면 잠긴 것이다.
이틀 이상 집을 비운다면 계량기 앞 메인밸브까지 잠그는 것이 안전하다. 메인밸브는 보통 베란다나 현관 밖 계량기 아래에 있고, 잠그는 방향은 중간밸브와 똑같이 배관과 직각이다. LPG를 쓰는 집이라면 용기에 붙은 밸브 손잡이를 시계 방향으로 끝까지 돌려 잠근다.
깨끗한 베란다 계량기 아래에서 메인밸브 레버가 배관과 직각으로 놓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밸브를 잠갔으면 레인지 주변을 한 번 훑어 종이나 행주, 비닐 포장재처럼 불이 옮겨붙을 만한 것을 치워 둔다. 보일러가 있다면 배기통이 빠지거나 기울어져 있지 않은지, 보일러실 환기구가 짐이나 상자로 막혀 있지 않은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주변에 종이나 행주 없이 비워 둔 두 구 가스레인지 상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연휴가 끝나고 집에 들어왔을 때는 불을 켜기 전에 창문부터 열어 집 안 공기를 충분히 바꾼다. 환기가 끝난 뒤에 메인밸브와 중간밸브를 차례로 열고 레인지를 쓰면 된다. 들어서자마자 가스 냄새가 난다면 환풍기나 전기 스위치는 건드리지 말고 창문만 열어 둔 채 도시가스사나 LPG 판매점에 연락해 점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밸브 두 개를 더 잠그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으니, 이번 연휴에 집을 나서기 전에 손잡이만 보지 말고 중간밸브까지 확인해 보길 권한다. 며칠 동안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가스가 지나다닐 길을 미리 막아 두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