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선풍기 날개와 커버를 베란다 바닥에서 분리해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선풍기를 켤 일이 부쩍 줄어든다. 여름 내내 방마다 돌아가던 선풍기를 이제 닦아서 베란다나 창고에 넣어 둘 때가 된 것인데, 막상 커버를 들여다보면 창살 사이사이에 회색 먼지가 두껍게 붙어 있어 손이 선뜻 가지 않는다.
대부분은 커버를 열어 날개를 물걸레로 한 장씩 닦고 물기를 말린 다음 비닐이나 커버를 씌워 넣어 둔다. 그런데 이듬해 여름에 꺼내 보면 분명히 닦아서 넣었는데도 날개 앞면이 다시 뿌옇게 되어 있어, 쓰기도 전에 또 한 번 닦아야 하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된다.
이때 머리 감고 남은 린스를 조금만 쓰면 사정이 달라진다. 욕실에 있는 린스를 물에 타서 날개와 커버를 닦아 두면 묵은 때가 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관하는 동안 먼지가 달라붙는 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돌아가는 날개에 생긴 정전기가 먼지를 붙잡는 이유
선풍기 앞면과 커버 창살에 남은 옅은 먼지 자국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선풍기 날개는 여름 한 철 동안 쉬지 않고 돌면서 공기와 마찰한다. 플라스틱 날개가 공기와 계속 부딪히면 표면에 정전기가 생기고, 정전기를 띤 면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와 머리카락, 옷에서 떨어진 고운 섬유를 끌어당긴다. 날개 앞면과 커버 창살에만 유독 먼지가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주방에서 넘어온 기름 기운이나 손때가 얇게 섞이면서, 먼지는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끈적하게 눌어붙는다. 물걸레는 그 위에 덮인 먼지를 걷어 내는 데까지는 통하지만 기름기가 섞인 자국은 잘 지워지지 않고, 닦고 나서도 정전기가 그대로라 창고에 넣어 두는 동안 먼지가 다시 달라붙는다.
린스에는 때를 떼어 내는 계면활성제와 머리카락을 매끄럽게 감싸는 실리콘 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 계면활성제가 물과 기름을 묶어 주기 때문에 손때 섞인 자국이 물걸레질보다 수월하게 지워지고, 실리콘 성분은 닦고 난 자리에 아주 얇은 막으로 남아 마찰 정전기가 덜 생기게 한다. 그래서 겉만 물로 닦아 넣기보다, 닦으면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두는 쪽이 보관에는 유리하다.
선풍기 날개와 커버 린스로 닦아 보관하는 방법
따뜻한 물이 든 분무기에 흰 린스를 두 번 넣어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콘센트를 뽑고 커버와 날개를 분리해 둔다. 분무기에 40도 안팎의 따뜻한 물을 채우고 린스를 2펌프 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흔들어 고루 섞는다. 물이 미지근해야 린스가 덩어리지지 않고 풀린다. 린스는 반드시 이렇게 물에 타서 쓰는데, 농도가 진하면 마른 뒤에 흰 얼룩이 남는다.
마른 천에 린스물을 서너 번 뿌려 축축하게 적신 뒤 날개를 한 장씩 감싸 쥐고 앞뒤로 닦아 낸다. 커버는 창살을 따라 천을 밀어 가며 닦고, 창살 사이에 낀 먼지는 천 끝을 손가락으로 눌러 끼워 넣어 훑는다. 천에 회색이 더 묻어나지 않으면 그 자리는 다 닦인 것이다.
린스물을 적신 천으로 분리한 선풍기 날개 한 장을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때가 다 지워졌으면 깨끗한 마른 천에 린스를 한 방울만 묻혀 날개 앞뒤와 커버 바깥쪽을 한 번씩 더 문질러 준다. 이때는 물에 타지 않은 린스를 쓰되 양을 아주 적게 잡는데,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끈거림이 느껴지면 많이 묻은 것이라 마른 천으로 한 번 더 닦아 내는 것이 좋다. 얇게 발린 상태라야 먼지가 붙지 않는다.
마른 천에 소량의 린스를 묻혀 선풍기 커버 바깥쪽을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모터가 든 몸통에는 분무기를 직접 뿌리지 않고, 린스물을 적신 천으로 겉만 닦는 것이 안전하다. 닦기를 마친 날개와 커버는 그늘에서 반나절쯤 두어 물기를 완전히 없앤 뒤에 조립한다. 물기가 남은 채로 커버를 씌워 넣으면 곰팡내가 배기 쉽다. 다 마르면 비닐이나 부직포 커버를 씌워 세워 두면 된다.
여름 끝에 선풍기를 닦아 넣을 때 린스를 한 번 써 보길 권한다. 넣기 전에 몇 분 더 들이는 이 일이, 내년 여름 첫 더위에 선풍기를 꺼내 바로 켤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