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끈 스테인리스 냄비에 유리 뚜껑을 덮어 삶은 취나물을 그대로 두고 뜸을 들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이 가까워지면 장에서 마른 취나물 한 봉지를 사 오게 된다. 물에 불려 삶아 두면 볶음으로도 무침으로도 쓰기 좋고, 명절 나물상에 올리기에도 마땅해서 해마다 빠지지 않는 재료다. 그런데 막상 상에 올려놓고 한 젓가락 집어 보면 잎은 부드러운데 줄기만 오래 씹히는 일이 잦다.
그래서 다음에는 시간을 더 넉넉히 잡아 오래 삶아 보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잎이 흐물흐물해져 볶는 도중에 부서지고, 줄기는 여전히 질긴 채로 남는다. 삶자마자 건져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꽉 짜서 볶는 순서를 그대로 지켰는데도 그렇다.
방법은 손을 하나 더 대는 것이 아니라 잠깐 기다리는 것이다. 중간 불에서 20분을 삶은 다음 불만 끄고 뚜껑을 덮은 채 10분을 그대로 두면, 남은 열이 줄기 속까지 들어가 질기던 부분이 부드러워진다.
20분을 삶아도 취나물 줄기가 질긴 이유
마른 취나물 한 줌을 손바닥에 올려 잎과 오그라든 줄기의 굵기 차이를 보여 준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마른 취나물은 생나물을 데쳐 말리는 동안 수분이 빠지면서 조직이 단단하게 오그라든 상태다. 잎은 얇아서 물에 불리기만 해도 금방 원래 두께로 돌아오지만, 줄기는 안쪽까지 촘촘하게 뭉쳐 있어 겉이 말랑해진 뒤에도 속은 여전히 뻣뻣하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같은 냄비에 넣고 20분을 삶아도 잎과 줄기가 익는 정도가 다르다. 잎은 진작에 다 익어 물러지는데 줄기는 한가운데까지 열이 닿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데, 이때 불을 끄자마자 건져 찬물에 헹궈 버리면 속으로 들어가던 열이 그 자리에서 끊긴다.
불을 꺼도 냄비 안의 물은 한동안 뜨겁게 남아 있다. 뚜껑을 덮어 두면 김이 빠져나가지 않아 물이 천천히 식으면서 그 열이 줄기 안쪽까지 계속 전해지고, 팔팔 끓을 때처럼 잎을 무르게 만들지 않으면서 단단한 부분만 풀어 준다. 삶는 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 삶은 냄비를 그대로 두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하는 이유다.
마른 취나물 줄기까지 부드럽게 삶는 방법
미지근한 물을 담은 스테인리스 볼에서 마른 취나물이 불어 잎이 펴진 상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마른 취나물 50g을 기준으로, 먼저 미지근한 물에 담가 밤새 또는 여섯 시간 이상 충분히 불린다. 불린 나물은 한 번 헹궈 냄비에 담고 나물이 푹 잠길 만큼 물을 붓는데, 물이 적으면 위쪽 나물이 물 밖으로 올라와 고르게 익지 않으니 손등이 잠길 정도로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강한 불에 올려 빨리 끓이고,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중간 불로 낮춰 20분을 삶는다. 그다음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10분을 그대로 두는데, 이때 궁금해서 뚜껑을 열면 김이 빠지면서 물이 금세 식으니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굵은 줄기를 손톱으로 눌렀을 때 힘을 주지 않아도 쑥 들어가면 다 된 것이다.
뚜껑을 연 냄비 안에서 취나물이 중간 불로 삶기며 작은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되면 건져서 찬물에 살살 헹군다. 세게 비비면 잎이 뭉개지니 물에서 흔들어 가며 거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헹구고, 물기는 두 손으로 가볍게 눌러 뚝뚝 떨어지지 않을 정도만 남긴다. 물기를 끝까지 꽉 짜 버리면 볶는 동안 나물이 말라 퍽퍽해지므로, 촉촉한 상태 그대로 팬에 올려 들기름과 국간장으로 볶으면 된다.
삶은 취나물을 두 손으로 가볍게 눌러 물기를 덜어 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줄기가 유난히 굵은 나물이라면 삶는 시간을 5분쯤 더 잡고 뜸 들이는 10분은 그대로 지키면 된다. 취나물뿐 아니라 고사리나 토란대처럼 줄기가 있는 묵나물은 같은 방법으로 삶으면 되니, 올 추석 나물을 준비할 때 냄비 불을 끄고 10분만 더 기다려 보길 권한다. 그 10분이 명절 상에서 제일 손이 덜 가던 나물 접시를 먼저 비워지는 접시로 바꿔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