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밀가루, 버리지 말고 '이 술'과 섞어보세요"…주방 후드 기름때가 문지르지 않아도 벗겨집니다


가스레인지 위 금속 후드에서 분리한 필터의 격자와 손잡이가 가까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가스레인지 위 금속 후드에서 분리한 필터의 격자와 손잡이가 가까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추석 음식을 만들고 나면 부엌 천장 쪽에서 기름 냄새가 며칠씩 가시지 않는다. 전을 부치고 갈비를 굽는 동안 올라간 기름 연기가 가스레인지 후드 안쪽에 그대로 내려앉기 때문인데, 고개를 들어 필터를 들여다보면 격자 사이가 누렇게 막혀 있고 손가락을 대면 끈적하게 묻어난다.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지만 위에 붙어 있다 보니 손대기가 쉽지 않다.

대개는 주방세제를 뿌리고 수세미로 문지르는 정도로 끝낸다. 그런데 후드 기름때는 세제를 뿌려도 표면에서 주르륵 흘러내려 버리고, 힘을 주어 문질러도 격자 안쪽까지는 손이 들어가지 않아 겉만 미끈해질 뿐이다. 그사이 싱크대 구석에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밀가루 봉지가 굴러다닌다.

먹지 못하는 밀가루는 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주와 1대 1로 섞으면 후드에 굳은 기름때를 벗겨 내는 청소 반죽이 된다. 바르고 잠시 두었다가 헹구는 것이 전부라서 문지르는 힘도 거의 들지 않는다.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후드의 굳은 기름때

후드 아래쪽 필터망의 촘촘한 격자와 고정 손잡이가 보이는 가까운 장면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후드 아래쪽 필터망의 촘촘한 격자와 고정 손잡이가 보이는 가까운 장면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후드에 낀 기름때가 유난히 잘 안 지워지는 이유는 그것이 액체 상태의 기름이 아니라서다. 조리 중에 떠오른 기름 입자는 후드 안에서 식으면서 굳고, 그 위에 다시 기름이 얹히기를 반복하면서 여러 겹으로 눌러붙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딱딱해지고, 조리 열을 계속 받으면 갈색으로 타 눌어붙어 더 단단해진다.

이렇게 굳은 층에는 세제 스프레이가 잘 통하지 않는다. 세제는 물처럼 묽어서 세워진 필터 면에 닿는 순간 아래로 흘러내리고, 기름층에 스며들 시간을 얻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진다. 세제가 오염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몇 초에 불과하니 겉면만 닦이고 격자 사이에 낀 것은 그대로 남는다.

밀가루와 소주를 섞은 반죽은 이 대목을 해결한다. 밀가루의 주성분인 전분은 기름과 유기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굳은 기름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소주에 든 알코올은 기름을 무르게 만든다. 여기에 반죽이 되직해서 세워진 필터에 발라도 흘러내리지 않고 그 자리에 붙어 있으니, 기름층에 충분히 스며들 시간이 생긴다.

밀가루 반죽으로 후드 기름때 벗겨 내는 방법

흰 그릇에서 밀가루와 소주를 섞어 되직하게 만든 반죽을 숟가락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흰 그릇에서 밀가루와 소주를 섞어 되직하게 만든 반죽을 숟가락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준비물은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와 소주뿐이다. 그릇에 밀가루를 한 컵쯤 담고 소주를 같은 양으로 부어 숟가락으로 고르게 섞는데, 숟가락을 들었을 때 뚝뚝 떨어지지 않고 덩어리째 천천히 흘러내리는 정도가 알맞다. 너무 묽으면 밀가루를 조금씩 더 넣어 되직하게 맞춘다.

반죽을 만들었으면 후드 전원을 끄고 필터를 떼어 낸다. 필터는 손잡이를 잡고 앞으로 당기면 빠지는 제품이 대부분이며, 떼어 낸 필터는 신문지를 깐 바닥에 눕혀 놓는다. 그다음 반죽을 손이나 헌 칫솔로 떠서 필터 앞면에 고루 펴 바르고, 뒤집어서 뒷면에도 같은 방법으로 바른다.

신문지 위에 눕힌 후드 필터 앞면에 헌 칫솔로 밀가루 반죽을 펴 바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신문지 위에 눕힌 후드 필터 앞면에 헌 칫솔로 밀가루 반죽을 펴 바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다 발랐으면 30분 정도 그대로 둔다. 반죽 표면이 살짝 마르면서 누런빛이 돌면 기름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헌 칫솔로 격자를 따라 가볍게 문질러 반죽을 떼어 내고, 뜨거운 물을 부어 가며 주방세제로 헹군다.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다 헹군 것이다.

싱크대에서 뜨거운 물로 헹군 후드 필터의 격자를 헌 칫솔로 가볍게 닦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싱크대에서 뜨거운 물로 헹군 후드 필터의 격자를 헌 칫솔로 가볍게 닦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떼어 낸 반죽은 휴지나 신문지로 훑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다. 밀가루는 물에 닿으면 풀처럼 끈적해져 배관 안쪽에 들러붙으므로 배수구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싱크대 상판이나 옆면에 기름 얼룩이 있다면 그 자리에 마른 밀가루를 그냥 뿌리고 잠시 두었다가 마른 행주로 닦아 내면 기름기와 세제 찌꺼기가 함께 묻어 나온다.

명절처럼 기름 요리를 몰아서 한 뒤에는 후드 필터를 한 번 손봐 두는 것이 좋다. 굳기 전에 벗겨 내면 다음번에는 반죽을 바르고 기다리는 것만으로 끝나서, 사다리에 올라 힘주어 문지를 일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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