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다 쪘으면 '이 물'에 한 번 담가보세요"…물컹하게 달라붙던 게 쫄깃해집니다


김이 오른 찜기 안에 서로 닿지 않게 놓인 반투명한 송편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김이 오른 찜기 안에 서로 닿지 않게 놓인 반투명한 송편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부엌에 쌀가루 봉지를 꺼내 놓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집이 많다. 반죽을 떼어 소를 넣고 야무지게 오므릴 때까지는 모양이 제법 그럴듯한데, 다 쪄서 접시에 옮겨 담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떡이 축 늘어져 물컹하고, 몇 알씩 서로 붙어 뜯어내다 보면 모양까지 망가진다.

그래서 찜통에서 꺼내자마자 참기름을 둘러 섞어 주는 집이 많다. 붙는 것이 잠깐은 덜해지지만 식고 나면 다시 눌러붙고, 물컹한 식감은 그대로 남아 떡집에서 사 온 송편처럼 쫄깃하게 잡히지 않는다.

이 마지막 단계에 한 가지만 더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다 찐 송편을 찬물에 재빨리 헹궈 내는 것이다. 애써 쪄 낸 떡에 찬물을 붓는다니 망칠 것 같지만, 오히려 이때 쫄깃함이 살아난다.

찜통에서 막 꺼낸 송편이 물컹하고 서로 붙는 이유

찜기에서 꺼낸 송편 몇 알이 체 위에서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찜기에서 꺼낸 송편 몇 알이 체 위에서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쌀가루는 뜨거운 김을 오래 쐬면 속까지 익으면서 표면에 끈적한 전분이 배어 나온다. 이 전분이 물기와 뒤섞여 떡 겉면을 미끌미끌하게 덮고, 뜨거울 때는 그 상태가 그대로 굳어 옆 송편과 맞닿은 자리부터 달라붙는다.

찐 송편을 그대로 접시에 쏟아 두면 속에 남은 열이 한참 동안 빠지지 않아 떡이 계속 익는 셈이 된다. 겉면이 더 늘어지면서 손으로 집었을 때 힘없이 눌리는 식감이 되고, 참기름을 아무리 둘러도 이미 늘어진 겉면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반대로 찐 직후 찬물을 끼얹으면 겉면 온도가 단번에 떨어지면서 늘어져 있던 표면이 단단하게 잡힌다. 겉에 배어 나온 전분도 물에 씻겨 나가 떡끼리 붙을 자리가 사라지니, 쫄깃함과 한 알씩 떨어지는 결이 같이 살아난다.

찐 송편 찬물에 헹궈 쫄깃하게 만드는 방법

김이 충분히 오른 찜기에서 익은 송편을 집게로 체에 옮기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김이 충분히 오른 찜기에서 익은 송편을 집게로 체에 옮기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반죽부터 제대로 잡아야 헹굼도 효과를 본다. 쌀가루 500g에 소금 1/2작은술을 섞고 끓는 물 180ml를 조금씩 부어 가며 익반죽한 다음, 귓불처럼 말랑해지면 젖은 면포를 덮어 15분쯤 두어 숙성시킨다. 숙성을 건너뛰면 반죽이 푸석해서 빚는 도중에 갈라진다.

숙성한 반죽을 한 알씩 떼어 소를 넣고 오므린 뒤, 김이 충분히 오른 찜기에 서로 닿지 않게 올려 센 불에서 약 25분 찐다. 뽀얗던 떡이 반투명해지고 속이 비치듯 색이 돌면 다 익은 것이다.

다 익었으면 불을 끄고 곧바로 체에 옮겨 찬물에 헹군다. 뜨거운 김이 한꺼번에 올라오니 찜기 뚜껑은 얼굴에서 먼 쪽부터 열고, 송편은 집게로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찬물은 흐르는 물에 체째로 한 번, 길어야 십여 초면 충분하며 대야에 오래 담가 두면 떡이 물을 먹어 퍼진다.

체에 담긴 송편을 싱크대의 찬 흐르는 물로 짧게 헹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체에 담긴 송편을 싱크대의 찬 흐르는 물로 짧게 헹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헹군 송편은 체를 몇 번 흔들어 물기를 털고 마른 면포 위에 한 겹으로 펼쳐 둔다. 겉면의 물기가 가시면 참기름을 손에 조금 덜어 얇게 발라 주는데, 표면이 미끌거리지 않고 집었을 때 한 알씩 떨어지면 잘된 것이다.

마른 흰 면포 위에 한 겹으로 펼친 송편에 참기름을 얇게 바르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마른 흰 면포 위에 한 겹으로 펼친 송편에 참기름을 얇게 바르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찬물에 헹구는 요령은 갓 쪄 낸 떡에만 통한다. 이미 식어 굳은 송편은 다시 김 오른 찜기에 5분쯤 쪄서 뜨거워진 다음에 헹궈야 하고, 남은 송편은 한 김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두는 것이 좋다.

올해 송편을 빚는다면 마지막에 찬물 한 번을 더해 보길 권한다. 몇 시간을 들여 빚고 찐 떡의 식감이 갈리는 자리가 바로 이 십여 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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