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동고분군 / 한국관광콘텐츠랩-장재윤 |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읍 송학리 470번지 일대, 고성읍 북쪽 무기산 자락에 송학동 고분군이 있다. 평평하게 열린 대지 위로 봉분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낮게 내려앉아 있어, 9월의 맑고 높은 하늘과 맞닿은 능선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고성읍 시가지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낮은 산자락이 이어지는데, 그 위에 흙으로 쌓아 올린 무덤이 무리 지어 있다.
송학동고분군 / 한국관광콘텐츠랩-장재윤 |
이곳은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119호로 지정됐다. 크고 작은 봉분 일곱 기가량이 한자리에 모여 있고, 봉분을 덮은 잔디는 여름을 지나며 색이 가장 짙어진다. 상업 시설이나 화려한 치장 없이 봉분과 하늘만 남은 자리라 사방이 조용하다.
무덤의 주인은 5세기에서 6세기 사이 이 지역을 다스리던 소가야의 지배층으로 본다. 고성 일대는 남해안을 끼고 바닷길로 여러 세력과 오가던 곳이었고, 그 시기에 이곳이 가졌던 힘이 봉분의 크기로 남아 있다.
봉분 셋이 이어 붙어 능선처럼 보이는 1호분
송학동고분군 / 한국관광콘텐츠랩-장재윤 |
가장 크고 널리 알려진 것이 1호분이다. 둥근 봉토 세 개가 나란히 이어 붙어 하나의 큰 무덤을 이루는 형태인데, 겉에서 보면 봉우리가 세 번 오르내리는 낮은 능선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면 자연 지형인지 사람이 쌓은 흙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만큼 선이 부드럽다.
1호분 안쪽에서는 돌덧널과 돌방이 모두 열세 기 확인됐다. 무덤 하나에 매장 공간을 여러 개 만들어 넣은 구조라, 한 사람만을 위해 한 번에 완성한 무덤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거듭 쓰인 무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송학동고분군 / 한국관광콘텐츠랩-장재윤 |
봉분은 크기가 저마다 달라 한자리에 서서 둘러보면 흙더미의 높낮이가 층을 이루며 눈에 들어온다.
봉분과 봉분 사이는 낮게 꺼져 있어 그 사이로 자연스럽게 걸을 자리가 생긴다. 잔디 위로 들풀이 섞여 자라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풀 끝이 한쪽으로 눕는데, 해가 기울면 봉분 뒤편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흙 무덤의 윤곽만 검게 남는다.
바다를 낀 소가야, 일곱 가야고분군 속 자리
송학동고분군 / 한국관광콘텐츠랩-장재윤 |
2023년 9월 17일, 송학동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우리나라의 열여섯 번째 세계유산이고, 고분군 하나가 단독으로 오른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고분군이 한데 묶여 오른 형태다.
함께 묶인 곳은 모두 일곱 곳이다.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합천 옥전, 고령 지산동, 창녕 교동과 송현동,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그리고 고성 송학동 고분군이다. 하나의 나라로 합쳐지지 않은 채 여러 세력이 나란히 이어졌던 가야의 모습이 지역마다 다른 고분의 생김새로 남았고, 그 점이 일곱 곳을 하나로 묶는 근거가 됐다.
송학동 고분군이 그 안에서 맡는 자리는 남해안이다. 내륙 깊숙한 곳의 고분군과 달리 바다를 낀 소가야의 무덤이라, 같은 시기 다른 가야 세력과 견주어 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송학동고분군 / 한국관광콘텐츠랩-장재윤 |
반려견과 함께 왔다면 봉분 위로는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잔디를 입혀 관리하는 흙 무덤이라 발이 여러 번 지나가면 잔디가 벗겨지고, 그 자리부터 비에 흙이 쓸려 나간다. 경사면은 잔디가 미끄러워 개가 한번 뛰어오르면 방향을 돌리기도 어려운데, 봉분 아래 평평한 곳으로만 걸으면 개도 발을 헛디딜 일 없이 편하게 다니고 봉분도 지금 모습 그대로 남는다.
봉분 일곱 기와 하늘 말고는 시야를 채우는 것이 거의 없는 자리다. 올가을 고성으로 향한다면 하늘이 가장 맑아지는 9월에 맞춰 송학동 고분군을 한 바퀴 돌아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