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제철 꽃게 때문이라도 가야 합니다" 1.3km 해안 따라 이어지는 곰솔 숲길 가을 여행지


꽃게탕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꽃게탕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밧개길 171에는 안면도 서쪽 바다를 향해 밧개해변이 열려 있다. 지번은 승언리 산18-566이고, 도로명 주소를 그대로 목적지로 찍고 들어가면 마을 길이 끝나는 자리에서 백사장을 만나게 된다. 백사장은 길이 1,300m에 폭 30m로 뻗어 있고, 발이 깊이 빠지지 않는 고운 규사가 깔려 있어 오래 걸어도 걸음이 가볍다.

이 해변이 태안의 다른 바닷가와 갈리는 지점은 백사장 뒤로 이어지는 곰솔 숲이다. 해안선을 따라 키 큰 곰솔이 수만 그루씩 줄지어 서 있어서, 바다를 보다가 돌아서면 굵은 줄기 사이로 하늘이 갈라져 보인다. 앞을 가로막는 방파제나 상가 건물이 없어 파도 소리가 숲 안쪽까지 그대로 들어온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곰솔 숲길

밧개해수욕장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밧개해수욕장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숲 바닥에는 수십 년간 떨어진 솔잎이 두껍게 쌓이고 그 위로 바닷바람에 날려 온 모래가 섞여, 포장하지 않은 투박한 흙길이 해안선과 나란히 이어진다.

데크나 계단을 깔아 둔 길이 아니라서 발밑이 푹신하게 눌리고, 아스팔트 산책로를 걸을 때보다 무릎에 오는 부담이 덜하다. 짭조름한 해풍이 솔향과 섞여 들어오는 구간이라 걷는 내내 숨이 트인다.

걷는 거리는 백사장 길이에 맞춰 잡으면 된다.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가 1.3km 남짓이라 왕복하면 2.6km가 되고,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움직여도 한 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밧개해수욕장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밧개해수욕장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갈 때는 모래사장으로 나가 바다를 옆에 끼고 걷고 돌아올 때는 곰솔 그늘 밑 흙길로 들어서는 식으로 나누면, 오가는 길의 풍경이 서로 달라져 같은 구간을 두 번 걸어도 새로운 길처럼 보인다.

이 구간은 태안해변길이 지나는 자리라 넓은 백사장과 송림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숲과 모래사장 사이에 울타리나 계단이 없어서,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자리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다 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9월에 찾아갈 때 알아 둘 것

밧개해수욕장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밧개해수욕장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태안의 해수욕장 21곳은 7월 11일에 문을 열어 8월 23일에 운영을 마쳤다. 9월에 찾아가면 물놀이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안전요원이 없으니, 바닷물에는 발목을 적시는 정도까지만 들어가고 걷는 쪽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대신 여름 인파와 파라솔이 모두 빠져나가 백사장이 통째로 비어서, 숲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다.

편의시설은 편의점 한 곳과 화장실 한 곳이 전부다. 백사장 앞을 가리는 상가가 늘어서 있지 않은 만큼 모래사장 어디에 서든 서쪽 바다가 그대로 트여 보이고, 9월의 맑은 하늘 아래 곰솔 줄기와 바다가 한 화면에 같이 담긴다.

반려견과 함께 걷는다면 리드줄은 2m 이내로 짧게 잡아야 한다. 배변을 담아 갈 봉투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챙기고, 개는 동물등록을 마치고 인식표를 달아 두어야 하며 맹견으로 분류되는 품종은 입마개까지 채워야 한다. 곰솔 그늘은 한낮에도 볕이 직접 닿지 않아 9월 낮에 걸어도 개가 덜 지치고, 솔잎이 덮인 흙길은 달궈진 모래나 아스팔트보다 발바닥에 닿는 열이 적다.

밧개해수욕장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밧개해수욕장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걷고 나서 저녁까지 챙기려면 가을 꽃게를 찾으면 된다. 봄에는 알이 밴 암꽃게를 알아주지만 9월부터는 살이 꽉 찬 수꽃게가 제철이라, 같은 꽃게라도 이 시기에는 수놈을 골라야 살이 실하다. 태안 꽃게축제는 9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가경주항에서 열려 그날 조업한 꽃게와 소라, 바지락을 어선에서 바로 살 수 있고, 꽃게탕과 꽃게찜도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축제 날짜를 놓치더라도 가을 내내 꽃게는 살이 오르니, 곰솔 숲길을 한 바퀴 걷고 나오는 길에 꽃게 한 상을 받으면 하루가 알차게 채워진다. 물놀이 대신 걷는 일정으로 잡는 9월이야말로 이 해변을 가장 조용하게 누릴 수 있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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