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도 편백숲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산212-1, 외나로도 한가운데에 해발 410m 봉래산이 솟아 있다. 고흥반도 끝에서 나로1교와 나로2교를 건너 들어가는 섬인데, 나로우주센터로 향하는 길에서 방향만 조금 틀면 산 아래 숲으로 들어설 수 있다. 차가 없다면 고흥터미널에서 시내버스로도 섬 안까지 들어갈 수 있다.
산길이 시작되는 곳은 나로도무선국 앞이다. 무선국 앞에 주차장이 있고 주차료도 입장료도 받지 않아서, 차를 세운 자리에서 바로 숲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나로도 편백숲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이 산을 찾는 이유는 정상보다 숲에 있다. 1920년대에 심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21.6㏊를 채우고 있는데, 그중 편백이 17.1㏊로 숲의 대부분을 이룬다.
100년 가까이 자란 나무들이라 높이가 30m, 둘레가 3m에 이르는 것도 있어서, 안으로 들어서면 위가 막혀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편백은 잎과 줄기에서 피톤치드를 많이 내보내는 나무라, 숲 안쪽으로 몇 걸음만 들어가도 공기에서 나는 냄새가 바깥과 확실히 달라진다.
시름재에서 무선국까지 2.2km
완만하게 이어지는 편백 그늘길
나로도 편백숲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한 바퀴 도는 거리는 5.3km다. 무선국에서 정상까지 1.4km를 올라 정상에서 시름재까지 1.7km를 능선으로 이동한 뒤, 시름재에서 무선국까지 2.2km를 내려오는 순서로 잡으면 되고 쉬는 시간을 넣어 3시간쯤 걸린다.
오르막은 정상까지 1.4km 구간에 몰려 있고, 시름재에서 내려오는 편백숲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걸음이 편하다. 포장하거나 데크를 깐 길이 아니라 흙바닥에 낙엽이 덮인 그대로여서 밟을 때마다 발이 푹 눌리고, 무릎에 오는 충격이 아스팔트 산책로보다 적다. 중간중간 벤치가 놓여 있어 앉아서 쉬어 갈 수 있다.
나로도 편백숲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편백 사이를 걷는 동안 바다는 한 번에 보이지 않는다. 줄기와 줄기 사이가 벌어지는 자리에서 남해가 조각처럼 언뜻 드러났다가 다시 나무에 가려지는 식이라, 시야가 트일 때마다 걸음을 멈추게 된다. 능선으로 올라서면 그제야 다도해가 앞뒤로 펼쳐진다.
나로도 편백숲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9월 초중순은 이 숲을 걷기에 가장 좋은 때다. 여름 더위가 물러나면서도 편백은 잎을 그대로 달고 있어 그늘이 두껍고,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과 바다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능선에서 엇갈린다. 2015년에 사계절 향내길로 지정된 길이라 이름 그대로 숲 냄새가 걷는 내내 따라온다.
반려견과 걷기에는 시름재에서 내려오는 편백숲 구간이 특히 맞는다. 계단이나 철제 그물망이 깔린 데크가 없어 발이 걸릴 데가 없고, 낙엽이 덮인 흙바닥이라 한낮에도 지면이 뜨겁게 달지 않는다. 폭이 좁아지는 오솔길에서는 마주 오는 사람이 보일 때 줄을 짧게 당겨 한쪽으로 비켜서면 서로 편하게 지나갈 수 있다.
걷고 나서 나로도항에서 챙기는 저녁 한 끼
나로도 편백숲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숲을 나오면 나로도항으로 가면 된다. 산 아래에서 차로 금방 닿는 거리라 걷고 난 뒤 저녁까지 그대로 이어 붙일 수 있다.
가을 갈치가 제철이라 이 시기 나로도항에서는 갈치를 노리는 배가 밤바다로 나간다. 앞바다는 참돔이 올라오는 자리이기도 하고 감성돔과 농어, 볼락까지 사철 잡히는 어장이라, 항구 주변 식당에서 그날 들어온 생선을 회나 구이로 받을 수 있다.
숲에 둘러싸여 걷다가 나무 사이로 바다가 언뜻 열리는 길이라 걸음이 느려지는 곳이다. 올가을 남도로 향한다면 외나로도 봉래산 편백숲부터 한 바퀴 걸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