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제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영호 |
충남 당진시 합덕읍 덕평로 일대에 가면 넓은 평야 한가운데를 통째로 차지한 저수지 합덕제를 만난다. 물이 잠긴 면적만 103ha여서 둑에 올라서도 맞은편 물가가 아득하게 멀어 보인다. 물을 가둔 둑은 전체 길이가 1771m로, 평야를 가로지르다가 물가를 따라 완만하게 휘어진다.
합덕제는 연꽃으로 이름이 난 저수지인데, 꽃이 활짝 벌어지는 때는 6월 중순에서 7월 중후반에 몰린다. 9월 초에 여기를 찾으면 꽃은 이미 지고 없고, 빈틈없이 물을 덮은 연잎이 저수지 안쪽을 채운다.
연꽃이 지고 수면을 덮은 연잎
합덕제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영호 |
당진합덕연꽃축제도 해마다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열렸다가 끝난다. 2026년에는 제9회 축제를 7월 3~5일에 치렀고, 그 뒤로 저수지는 조용해졌다. 그래서 9월 초에 둑에 올라서면 짙은 초록 연잎이 수면을 통째로 덮은 모습을 마주한다.
연잎은 사람 얼굴보다 넓은 잎을 물 위로 밀어 올려, 바람이 훑고 갈 때마다 한쪽으로 뒤집힌다. 잎과 잎이 겹친 틈으로 물빛이 언뜻 비칠 뿐, 저수지 안쪽은 온통 초록으로 채워진다.
합덕제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영호 |
둑 위에는 조형물이 군데군데 세워져서, 걷다 보면 저수지 말고도 눈길이 가는 데가 생긴다. 물가 쪽으로는 정자를 지어 두어, 지붕 밑에 앉으면 저수지를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된다. 벤치가 놓인 구간에는 나무 그늘까지 드리워서 볕이 강한 날에도 앉아 쉴 수 있다.
평야를 가로질러 8km로 이어지는 둑길
합덕제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영호 |
저수지 둘레를 도는 길은 약 8km에 이르러서, 한 바퀴를 다 돌 생각이 없다면 둑 구간만 끊어 걸어도 된다. 둑 위는 평야보다 높게 솟아서, 한쪽으로는 연잎 덮인 물이 놓이고 다른 쪽으로는 논이 펼쳐진다.
저수지의 정식 이름은 당진 합덕제이고, 1989년 4월 20일에 충청남도 기념물 제70호로 지정됐다. 후백제 견훤이 이곳에 둔전을 열고 병사 12000명과 말 6000필을 두었는데, 그 병사들이 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올 뿐, 처음 쌓은 때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 남은 둑은 조선과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여러 차례 고쳐 쌓은 모습이다.
둑 높이가 약 7.8m나 되어서, 위에 올라서면 사방의 평야가 발밑으로 낮게 깔린다. 물을 가둔 둑이 이만큼 높은 덕에, 저수지 건너편 들판까지 시야에 한꺼번에 들어온다.
관람료를 받지 않는 합덕수리민속박물관
합덕제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영호 |
저수지 옆에는 합덕수리민속박물관이 들어서서, 둑길을 걷고 난 뒤에 이어서 둘러보기 좋다. 이 박물관은 관람료를 받지 않아서 그냥 들어가면 되고, 문은 오전 9시에 열어 오후 6시에 닫는다. 월요일과 추석·설날 당일에는 문을 닫고 공휴일 다음 날에도 쉬니, 박물관까지 볼 생각이면 날을 맞춰 가야 한다.
당진시가 반려견 동반 여부를 따로 정해 두지 않아서, 개를 데려갈 생각이면 출발 전에 시청에 전화로 물어봐야 한다. 동물보호법이 공공장소에서 2m 이내 목줄을 채우도록 정해 두었으니, 둑길에서도 줄은 짧게 잡는다. 차가 다니지 않는 둑길이라 줄을 잡고 걷기에 걸리는 것이 없다.
합덕제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영호 |
9월 초 합덕제에서는 연꽃 대신 수면을 덮은 연잎과 평야로 트인 둑길을 보게 된다. 꽃이 벌어진 저수지를 보고 싶다면 이듬해 6월 중순 이후에 다시 오면 되고, 지금은 초록으로 덮인 물과 둑길만으로도 걸을 이유가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