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발만 담가도 시린 계곡물이 그리워진다. 강원 동해의 무릉계곡은 그런 갈증을 풀어 주는 대표 피서지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신선이 머물 만한 절경이라 하여 '무릉도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빼어난 경관 덕에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계곡은 호암소에서 시작해 용추폭포까지 약 4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진다. 맑은 물이 너럭바위 사이를 흐르고, 울창한 숲이 그늘을 드리워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길이 대체로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아,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신선이 노닐던 무릉반석
무릉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계곡 초입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명물은 무릉반석이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앉아도 될 만큼 넓고 평평한 거대한 암반으로, 그 위로 맑은 물이 얕게 흐른다. 반석 곳곳에는 옛 시인과 묵객들이 새겨 놓은 글씨가 남아 있어, 오래전부터 이곳이 풍류의 명소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반석을 지나면 신라 때 창건된 고찰 삼화사가 자리한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절집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한결 가신다. 삼화사를 지나 계곡을 따라 더 오르면 옥류동, 학소대 같은 절경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들
무릉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계곡 끝자락에는 무릉계곡의 백미인 폭포들이 기다린다. 두 줄기 물이 나란히 떨어지는 쌍폭포와, 세 단으로 굽이쳐 떨어지는 용추폭포다. 깊은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와 그 아래 푸른 소(웅덩이)가 어우러진 풍경은 무릉계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폭포까지 걷는 길이 그늘져 있어, 더운 날에도 천천히 걸으며 즐기기 좋다.
조금 더 본격적인 산행을 원한다면 베틀바위 산성길이 있다. 거대한 절벽 위로 창검처럼 솟은 베틀바위와 옛 두타산성을 잇는 코스로, 전망대에 서면 두타산의 웅장한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릉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베틀바위 전망대까지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가량 걸리며, 무릉계곡과 폭포를 함께 도는 순환 코스는 다섯 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다만 오르내림이 있는 산길이므로, 편한 신발과 충분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방문에는 몇 가지 참고할 점이 있다. 무릉계곡은 입장료(성인 기준 4,000원 / 학생 군인 1,500원)가 있으며,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여름 성수기에는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기도 한다. 주차장은 입구에 마련돼 있다.
무릉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것은 좋지만, 비가 많이 온 뒤나 장마철에는 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계곡 안쪽 깊은 곳보다 수심이 얕고 안전한 곳에서 즐기고,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하는 것이 좋다. 7월 장마가 끝난 뒤라면 물이 맑고 풍부해 계곡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주변을 함께 둘러보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무릉계곡이 자리한 동해는 바다와 산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고장이라, 계곡에서 더위를 식힌 뒤 가까운 동해 바다로 발길을 옮기기 좋다.
무릉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추암 촛대바위처럼 일출 명소로 이름난 해안과 묵호항 일대의 항구 풍경도 멀지 않다. 계곡의 시원함과 바다의 탁 트인 풍경을 하루에 함께 담는 여정으로 꾸리면, 한여름 동해 여행이 한층 알차진다.
시원한 물소리와 울창한 숲, 옛 선비들의 풍류가 어린 무릉계곡은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신선이 머물렀다는 이 골짜기에서, 잠시 더위를 잊고 자연의 청량함에 빠져 보는 것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