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물든 통영항 / 사진-통영시 |
[투어코리아=김동환 기자]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6월, 경남 통영은 바다 여행지의 매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푸른 바다와 크고 작은 섬, 항구의 활기, 문학과 예술의 정취가 겹겹이 쌓여 있어 같은 도시 안에서도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특히 6월에는 바다 산책과 전망 여행, 야간관광, 웰니스 체험까지 모두 즐기기 좋아 가족, 연인, 친구 단위 여행객에게 알맞은 초여름 여행 코스로 주목할 만하다.
하늘길 따라 만나는 한려수도, 1975m 케이블카 전망 여행
통영케이블카.사진=투어코리아DB |
첫 코스는 통영의 풍경을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나는 미륵산이다. 통영시 남쪽 미륵도 중앙에 솟은 미륵산은 용화산으로도 불리며, 숲이 우거진 계곡과 기암괴석, 바위굴, 고찰 용화사와 암자들이 어우러진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다도해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들지만, 초여름에는 짙어진 숲빛과 탁 트인 바다가 어우러져 한층 청량한 분위기를 낸다.
미륵산 여행을 보다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통영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스위스 기술로 제작된 2선 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의 케이블카는 길이 1975m 구간을 약 9분 동안 운행한다. 곤돌라에 오르면 발아래로 통영항과 섬, 한려수도의 바다가 차례로 펼쳐져 이동 자체가 하나의 전망 여행이 된다. 중간 지주가 하나만 설치된 친환경 설계로 탁 트인 조망과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며, 8인승 곤돌라 47기가 연속 운행돼 이용 편의성도 높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동반 탑승도 가능해져 반려견과 함께 통영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서호시장, 우짜와 빼떼기죽으로 여는 통영의 아침
아침 일찍 통영에 도착했다면 서호시장에서 여행을 시작해도 좋다. 서호시장은 새벽부터 움직이는 어민과 상인들의 활기로 통영의 하루를 가장 먼저 깨우는 곳이다. 시장 골목에는 따뜻한 음식 냄새가 피어오르고, 통영 사람들의 일상과 여행자의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서호시장 ⓒ서영진 여행작가 / 사진-한국관광공사 |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맛볼 만한 음식은 우동과 짜장이 만난 향토 음식 ‘우짜’다. 우동 면 위에 짜장 소스를 얹고 고춧가루와 단무지 등을 곁들인 한 그릇은 소박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맛으로 통영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별미다.
말린 고구마로 끓여낸 빼떼기죽, 구수한 시락국도 통영식 아침을 든든하게 완성하는 메뉴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서호시장 우짜와 빼떼기죽이 소개되면서 방송 속 장면을 따라 시장을 찾는 재미도 더해졌다.
강구안·중앙시장, 항구 산책과 충무김밥, 통영의 일상이 여행이 되는 곳
산에서 내려오면 통영의 생활감이 살아 있는 강구안과 중앙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볼 만하다. 중앙동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항구로, 고깃배와 산책로, 충무김밥 식당, 중앙시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이다.
통영 중앙시장 / 사진-투어코리아 |
항구를 따라 걷다 보면 푸른 물결 위에 정박한 배와 오래된 공작소, 수산물과 공산품을 파는 상점, 여행객의 활기가 한데 섞인 통영 특유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점심에는 통영의 바다를 식탁 위에서 만날 차례다. 대표 음식인 충무김밥은 맨밥을 김에 작게 말아내고, 섞박지와 오징어무침을 따로 곁들이는 단순한 구성으로 사랑받아왔다. 한때 여객선 이용객의 간편한 식사로 알려졌던 음식이 이제는 통영을 대표하는 미식 상징이 됐다.
충무김밥, 꿀빵, 빼떼기죽이 ⓒ이시목 여행작가 |
제철의 맛을 더하고 싶다면 멍게비빔밥과 멸치쌈밥도 좋다. 향긋한 멍게와 채소, 밥이 어우러진 멍게비빔밥은 바다의 신선함을 전하고, 남해안 멸치를 쌈과 함께 즐기는 멸치쌈밥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식사 후 중앙시장이나 항구 주변에서 통영 꿀빵을 곁들이면 달콤한 마무리까지 완성된다.
통영 꿀빵 / 사진-투어코리아 |
1606년부터 이어진 충무공의 흔적을 걷다
통영 여행의 또 다른 축은 역사다. 명정동의 충렬사는 1606년 선조의 명으로 건립된 사당으로, 충무공 이순신의 신위를 모신 유서 깊은 공간이다. 고종 때 서원 철폐령 속에서도 유일하게 폐쇄되지 않고 명맥을 이어왔으며, 지금도 전통 유교 제례를 봉행하고 있다.
충렬사에서는 보물인 통영 충렬사 팔사품과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 통영 충렬묘비, 수군진법 훈련도인 수조도병풍, 충무공전서 등 다양한 역사 자료를 만날 수 있다.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통영이 지닌 해양 역사와 충무공의 흔적을 차분히 되짚어보기 좋은 장소다.
탄생 100주년 맞은 박경리 문학, 통영에서 다시 읽다
올해 통영 인문 여행에서 특히 주목할 곳은 박경리기념관이다. 올해는 박경리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로, 통영시는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26 박경리 문학축전’을 다채롭게 이어간다. 박경리기념관은 지난 4월 14일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했으며, 작가의 유년기부터 주요 작품 활동까지의 흐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사진, 영상, 음성 콘텐츠를 활용해 박경리 문학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박경리 기념관 / 사진-투어코리아 |
특히 소설 ‘김약국의 딸들’ 전시 공간은 입체적인 연출을 통해 관람객을 작품 속 통영으로 이끈다. 단순히 작가를 기념하는 공간을 넘어, 통영이라는 도시가 박경리 문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문학 여행지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7월 26일부터 8월 8일까지 통제영 역사홍보관에서 ‘박경리 선생 100주년 기념 기획전시 사진전’도 열린다. 전시는 생애관, 문학관, 통영관으로 구성되며, 박경리 선생의 삶과 문학, 통영과의 인연을 사진과 자료로 소개한다. 연보 해설, 포토존, 기념 굿즈도 함께 마련될 예정이다.
8월 1일에는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 낭독 경연대회’가 열린다. 중·고등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12개 팀이 참여해 ‘김약국의 딸들’과 ‘토지’의 주요 장면을 낭독 형식으로 표현하는 행사다. 8월 중에는 박경리 선생 100주년 기념 회고글 모음집 발간도 추진된다. 박경리 선생과의 기억, 작품에 대한 감상, 통영과 문학을 주제로 한 글을 모아 후대에 남기는 작업이다.
바다의 색을 품은 예술 산책, 통영이 열린 미술관이 되다
문학 산책 뒤에는 통영의 색채를 따라 전혁림미술관으로 향해도 좋다. 전혁림 화백은 통영의 바다와 섬, 바닷사람들의 삶을 강렬한 원색으로 풀어낸 예술가다. 미술관은 외벽부터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오며, 내부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통영의 자연과 예술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전혁림미술관 /사진-통영시 |
통영시는 고 전혁림 화백의 작품 ‘풍어제’를 통영대교 아치에 입혀 통영대교를 바다 위 열린 미술관처럼 새롭게 단장했다. 만선과 선원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어제’의 색채는 통영의 푸른 바다, 다도해의 섬, 바닷사람들의 삶을 강렬하게 담아내며 통영의 예술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4회 연속 우수 웰니스 관광지, 편백숲에서 쉬어가는 초여름
6월 통영 여행에 휴식과 치유를 더하고 싶다면 산양읍 나폴리농원이 제격이다. 통영시 산양읍에 자리한 나폴리농원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6년 우수 웰니스 관광지’ 재지정 평가에서 최종 선정됐다. 지난 2020년 최초 선정 이후 2022년, 2024년에 이어 올해까지 4회 연속 우수 웰니스 관광지로 지정된 것이다.
통영 나폴리농원 / 사진-통영시 |
미륵산 자락에 위치한 나폴리농원은 편백나무 숲을 맨발로 걷는 ‘맨발치유 자유체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숲속의 공기를 마시며 머무는 ‘편백숲 에어카페’, 비누만들기 체험 등 자연치유형 콘텐츠도 운영한다.
해먹 쉼터와 잔디밭 침대, 열대 온실, 족욕 공간 등도 갖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쉬고 싶은 여행객에게 알맞다. 초여름의 통영에서 바다만 보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숲과 향기, 맨발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풀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통영 나폴리농원 / 사진-통영시 |
7m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다도해의 붉은 낙조
해 질 무렵에는 미륵도 남단의 달아공원으로 향하면 좋다. 달아공원은 통영을 대표하는 낙조 명소로, 다도해의 섬들이 겹겹이 펼쳐지는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최근에는 높이 7m의 수직형 전망대가 마련돼 한려수도의 바다와 섬을 보다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노을이 바다 위로 내려앉고 섬들의 윤곽이 붉게 물드는 시간, 통영의 초여름은 낮과는 전혀 다른 감성으로 바뀐다. 한려수도 사이로 해가 천천히 기울어지는 장면은 통영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손색이 없다.
달아전망대/ 사진-통영시 |
빛으로 물든 통영항, 6월 밤여행의 새 얼굴
밤이 되면 통영 여행은 다시 항구로 이어진다. 통영시는 야간관광 활성화와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해 ‘통영항 야간경관 조성사업’을 완료하고, 5월 한 달간 구간별 조명과 미디어파사드 시범운영을 거쳐 6월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빛으로 물든 통영항 / 사진-통영시 |
이번 사업은 해양파출소에서 통영대교에 이르는 통영항 일대를 대상으로 추진됐으며, 총사업비 20억원이 투입됐다. 특별조정교부금과 시비를 각 50%씩 반영해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서호시장과 도천동 횟집거리 등 인근 상권 활성화와 체류형 관광 기반 구축을 함께 노렸다.
빛으로 물든 통영항 / 사진-통영시 |
통영항 경관조명은 총 7개 테마 구간으로 구성된다. 파도형 조명인 Light Wave, 열주등 Light Column, 미디어파사드 Media Facade, 고리형 조명 Light Ring, 원형 조명 Light Orbs, 날개형 조명 Light Wing 등이 설치돼 구간마다 다른 빛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충무교 교각 주변에는 계절과 행사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미디어파사드가 조성돼 통영항의 새로운 야간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은다.
빛으로 물든 통영항 / 사진-통영시 |
야경 따라 걷고 다찌 한 상으로 마무리하는 통영의 밤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 통영은 ‘Tonight, TongYeong’이라는 이미지에 맞춰 밤에도 머물고 싶은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강구안 일대는 항구 불빛과 해상무대, 음식점과 산책로가 어우러져 저녁 이후에도 여행의 여운을 이어가기 좋다.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통영식 다찌로 잡아도 좋다. 술을 주문하면 계절 해산물과 다양한 안주가 차려지는 다찌는 그날의 바다와 주인장의 손맛에 기대는 통영만의 음식문화다. 정해진 코스보다 즉흥적인 한 상이 통영 여행의 마지막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강구안 나이트 프린지/사진-통영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