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위에 올린 쫀득한 노른자 장조림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날이 쌀쌀해지면 장 보러 나가는 일도 번거로워 달걀을 한 판씩 사다 두는 집이 많은데, 다 먹어 갈 무렵이면 끝에 몇 알이 꼭 남는다. 소비기한은 다가오는데 당장 쓸 일이 없어 냉장고 문칸에 그대로 두면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결국 버리게 되면 아까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남은 달걀은 보통 한꺼번에 삶아 두거나 달걀말이, 달걀국으로 처리하는데, 며칠 같은 반찬이 이어지면 식구들의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삶은 달걀도 오래 두고 먹기는 어려워 소비기한에 쫓기기는 마찬가지라서, 남은 달걀을 어떻게 쓸지는 장을 볼 때마다 되풀이되는 고민이다.
이럴 때 쓸 만한 방법이 달걀을 통째로 냉동실에 얼리는 것이다. 얼렸다가 녹인 노른자는 숟가락으로 떠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지는데, 이 노른자를 그대로 간장 양념에 담그면 쫀득한 노른자 장조림이 된다. 보관 기간을 늘리려다 밑반찬 하나를 얻는 셈이다.
얼었다 녹으면 쫀득하게 굳는 달걀노른자
숟가락 위에서 모양을 유지하는 해동한 달걀노른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노른자가 쫀득해지는 이유는 노른자 속 단백질과 지방이 함께 뭉쳐 있는 작은 입자들이 얼면서 서로 달라붙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묽게 흐르던 노른자가 젤리처럼 되직하게 변한다. 이 변화는 녹인 뒤에도 대부분 되돌아가지 않아, 해동한 노른자는 흐르지 않고 탄력 있는 덩어리로 남는다.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는 이렇게 굳은 노른자가 다른 재료와 잘 섞이지 않아 단점으로 꼽히지만, 모양과 식감을 살려야 하는 장조림에서는 오히려 쓸모가 있다. 노른자를 얼릴 때 소금이나 설탕을 섞으면 굳는 정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쫀득한 장조림을 만들려면 아무것도 섞지 않은 채 그대로 얼리는 것이 좋다.
냉동 달걀로 쫀득한 노른자 장조림 만드는 방법
물기를 닦은 달걀을 날짜 라벨을 붙인 밀폐용기에 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껍데기에는 흙이나 분변이 묻어 있을 수 있어 얼리기 전에 겉면을 한 번 씻는다. 물에 닿은 달걀은 표면 보호막이 약해지므로 마른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닦고, 밀폐용기나 냉동용 지퍼백에 담아 곧바로 냉동실에 넣는다. 날짜를 적어 붙여 두고 몇 달 안에 쓰는 편이 낫다.
달걀은 얼면서 내용물의 부피가 늘어 껍데기가 갈라질 수 있는데, 금이 간 채 언 달걀은 쓰지 않고 버린다. 이런 일이 걱정된다면 처음부터 달걀을 깨서 노른자만 작은 용기나 얼음틀에 하나씩 담아 얼려도 결과는 같고, 필요한 개수만 꺼내 쓸 수 있어 편리하다. 남은 흰자는 따로 얼려 두었다가 달걀국이나 지단에 쓰면 된다.
칸마다 노른자를 하나씩 담아 둔 작은 실리콘 얼음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해동은 냉장실에서 천천히 하는 것이 좋은데, 실온에 꺼내 두면 녹는 동안 겉면 온도가 먼저 올라가 세균이 늘기 쉽다. 껍데기째 얼린 달걀은 녹은 뒤 껍데기를 벗겨 흰자와 노른자를 나눈다. 흰자는 반투명하게 풀어지므로 국물 요리에 쓰고, 노른자는 숟가락으로 떠 보아 흐르지 않고 모양이 그대로 있으면 잘 된 것이다.
냉장실 선반에서 천천히 해동하는 밀폐용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양념은 간장과 물을 비슷한 비율로 섞고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조금 더해 한 번 끓인 다음 완전히 식힌다. 다진 마늘과 송송 썬 대파, 청양고추를 넣으면 맛이 더 또렷해진다. 식힌 양념에 노른자를 겹치지 않게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면 몇 시간 뒤부터 먹을 수 있는데, 오래 둘수록 짜지므로 입맛에 맞을 때 꺼내 먹는 것이 좋다.
가열하지 않은 노른자를 그대로 먹는 음식인 만큼 소비기한이 남은 달걀을 쓰고, 만든 뒤에는 냉장 보관하며 2~3일 안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임신부와 영유아,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고, 한 번 녹인 달걀은 다시 얼리지 않는다.
따뜻한 밥 위에 노른자를 하나 올리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린 뒤 숟가락으로 가르면, 간장 맛이 밴 쫀득한 노른자가 밥알과 어우러져 다른 반찬 없이도 한 끼가 된다.